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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영혼은 깃발로 가득하다
사육제의 나날 당신이라는 별에 이르는 법-빌헬름 콘라트 뢴트겐의 경우 스머프 마을 프루던스가 지배하는 시간의 알레고리 계산서 도무지들 올드 블랙 조-Bluesy Sound 거울을 열고 들어가듯, 사순절의 나날 핼리로부터 게걸스러운 태양까지 공소년의 무한질주 굴뚝청소부 작은 보석 상자 안의 토종어들-고방 올드 블랙 조-Jazzy Sound 앵무새는 노래한다 작은 보석 상자 안의 토종어들-우기 별들의 옷 누전 ●제2부 그가 죽자 서서히 생명선이 지워졌다 심금(心琴) 악공, 꽃잠 악공, 환음기(幻音記)―발(跋) 악공, 일현금 악공, 기린 악공, 기린 골짜기에서 악공, 당신국(國) 탕진도(島)의 동백전도(全圖) 악공, Anarchist Guitar 악공, 사량(思量) 악공, 숲 안팎의 계절 악공, Electric Lady Land 악공, 우퍼소년과 태양스피커 악공, 이어도-백일몽국(國) 악공, 현리(絃里)에서 악공, 환음기(幻音記) 악공, 초승달칼 악공을 위한 묘지(墓誌) 만 년 후 ●제3부 모든 영혼에는 파수꾼이 있다 두 팔 벌리고 하늘 향해 솟구쳐 오르던 이카로스 촛농이 비 되어 지상으로 다시 뉴스를 보는 시간의 시학 이층집 무성(無聲) Sorrow 죽은 아이에게 혹은 오른손을 위한 정가(正歌) 성묘 중국인 유학생 비 오는 날 호박벌 앵커우먼 아비 정전(正典) 행진 지구본 돌리는 밤 태 무덤 이슬 연금술 우린 서로의 고장 난 풍차를 고쳤다 요들링 | 작품 해설 | 김언(시인) Electric Lady Land를 유영하는 낯선 토종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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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권의 시집이 당신 앞에 놓였다. 행간에서 심장까지 가닿는 간극을 손톱으로 헤아리며, 책갈피를 넘기는 당신의 손가락도 있다. 나는 단 1초 동안 기쁘고, 다시 홀로 있으라. 마침내 당신은 내 지음(知音)이 되라.”
앞선 이 글을 한 시인의 자서라 할 때 시에 눈 밝은 자라면, 그래서 손 바빴던 자라면 분명 금세 알아차릴 것이다. 이 시인 젊구나, 고로 이 글은 이 시인의 첫 시집을 일컬음이로구나. ‘첫’이라는 강박이자 설렘 앞에서 시인들은 이렇듯 넘치는 말과 의지와 그럼에도 계속되는 아쉬움에 절망이라는 악기 또한 쉽사리 켜게 된다. 이해받지 못함에 대한 답답함에서 벗어나려 하나 이해받음이 혹여 안일함은 아닐까 하는 저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 지금 여기 200페이지나 되는 한 권의 시집 속 무한질주하고 있는 한 시인도 바로 그 처음이라는, 돌아도 제자리일 게 빤한 쳇바퀴를 열심히 굴리며 가히 젊음중이다. 시인 신동옥이다. 『악공, 아나키스트 기타』. 데뷔 칠년 만에 펴내는 시인의 시집이다. 악공은 2부에 실려 있는 시편들의 연작 테마이기도 하다. 악공이라. 표4를 쓴 이승훈 시인은 악공을 일컬어 그만의 특유한 유머감각으로 이렇게 정의하기도 하였다. “이 시대의 악공(樂工)은 악공(惡公)이고 rock공이고 럭비공이다.(…) 그러므로 음악 속에 악이 있고 바위가 있고 바위가 럭비공이다. 신동옥 같은 신세대는 이런 세계를 즐겨야 한다.” 라고. 물론 시 안에 든 표현을 토대로 해서라지만 시인의 스승이자 본보기였을 한 노 시인의 입에서 나온 얘기치고는 그저 발랄이다. 방목형의 자유로움 속에 시인의 잔뼈가 굵었겠구나 하는 한눈에 알아봄이다. 부러운 얘기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말이 걸지 않고 표현이 속되지 않으며 아주 많이 점잖은 게 시인 신동옥이다. 신동옥의 시편들을 읽어나가는 데 있어 일단 느껴지는 첫 맛은 익숙한 듯 낯선 새로움이다. 어떤 원론적인 시답다 하는 데서 아주 멀리 벗어나 있는 것은 동시대 시인들과 비슷한 정신이겠으나 제 말을 품어 내뱉는 솜씨가 가히 홀로다. 그러니까 시의 주제를 도무지 안착할 수 없는 어떤 불경스러움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은 모두와 한 배라 하자. 그래서 싸우는 자들의 언어가 온갖 비속어에 음탕한 의성어 의태어로 너 때렸어, 나도 때린다, 하는 복수의 얼굴이라고 하자. 그러나 신동옥은 다르다. 그의 언어에는 골 때리는 품격이 있다. 이를테면 너 때렸어, 나는 귀찮아, 하는 악수의 얼굴이라고나 할까. 전자의 경우 바로 맞닥뜨리는 데서 싸움이 시작되고 끝이 난다. 그래서 뒤끝의 앙금도 덜한 편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싸움이란 애초에 만들어지기 어렵다. 그러나 뒤끝의 여운이 무지 세게 남는다. 이를 어떤 약 올림이라고나 할까. 차이는 또 있다. 말이 많은데 일견 정제된 말이라는 거다. 말과 말이 꼬리를 물고 시집 한 권에 똬리를 틀었는데 이게 무슨 소리냐고 한다면 시 한편 한편보다 시 한 구절 한 구절 그 맥락을 따라 읽어나갈 때 보이지는 않으나 필시 숨에 여백을 불어넣도록 원을 그려가며 퍼져가는 시의 파동이 느껴지지 않느냐고 되묻고 싶어진다. 열정에 무게중심을 둔 좋은 의미로의 과잉이 그리 과잉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 중 일부는 이에도 원인을 찾아볼 수 있을 터, 예서 나는 보폭 널찍하게 해서 허청허청 걷고 있으나 그 갈 길이 꼭 갈 지 자를 닮은 선비의 뒷모습을 발견한다. 이 그림은 그러니까 현금이라는 근대와 Electric Lady Land라는 현대를 넘나드는 정신이자 표현이자 바로 지금 신동옥 시의 현재라는 비유에까지 가 닿지 않을까. 그가 음악을, 특히나 현을 생명줄로 알지 않았다면, 그가 악공이 아니었다면, 그가 랩이 아닌 이른바 구음의 명수가 아니었다면, 그가 사전을 옆에 낀 언어의 돋보기가 아니었다면, 그가 소량의 술로나마 취할 줄 몰랐다면, 무엇보다 고집이 세지 않았다면, 그의 시가 예까지 홀로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일단 나는 그의 시를 해석하려들기보다는 그의 시를 좇는 데서 즐거움을 가지라고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가 우리를 어디론가 마구잡이로 끌고 다닌다고 해도 어차피 종착역은 시일 것이므로 당혹스러워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연필을 들어 밑줄을 그어 읽어나가다 보면 거기 지금 현을 어깨에 메고 바람처럼 떠도는 한 사내와 만날 수도 있겠다. 그는 거짓말쟁이에 허풍쟁이가 아니다. 그는 다만 과묵하고 그저 혼잣말을 즐길 뿐이다. 이를 다 받아 적을 필요는 없잖은가. 그저 좇아보면 되겠다. 그는 말보다는 행동이 빠른 자다. 오아시스구나 해서 우릴 안내한 그곳에 물이 없구나, 갈증의 속을 달랠 즈음 그는 이미 저만치 앞서 걷고 있는 자다. 오아시스와 신기루 사이에서, 그 보이고 보이지 않음 사이에서 쉴 새 없이 오가는 일의 고됨은 그 스스로 택한 시인이라는 운명이므로, 나아가 이는 우리 모두의 삶이라는 굴레의 다른 비유임이 분명하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