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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AM 06:20
이야기의 역사 꿈 새벽길 후일밤 행렬 슈뢰딩거 방정식 배꽃 지는 길 제2부 AM 09:42 흙 속의 다음날 리트머스 루메 침묵의 숲 말하는 나무 강가 안개 동네 산책 그림자 이중주 제3부 AM 11:05 오래된 미신 뉴트리노 권리 기억 없는 상처-검은 물 비 샛강의 노래 막힌 하수구 제4부 PM 12:30 청량리 이상한 끌개 생활(生活) 집이 헐리다 뿌리에서 핀 꽃 비가 쉬는 곳 낮잠 제5부 PM 16:00 술이나 마시자 어질 녘-붉은 물 춘일색몽(春日色夢) 조흥은행 앞 삼거리 살풍경(殺風景) 살(煞) 햇살 현실의 주제에 의한 몽환곡 제6부 PM 22:52 그 섬-물, 어두운 노랑 사이비 위상학 아내의 코 닳은 신발에서 나는 마늘 향 불륜(不倫) 물그림자 차진 저녁상 형광등 효과 추석 제7부 AM 02:15 화 월 금 일 수 토 목 불안한 연애 눈 쌓인 밤 미친년에 하례차 길바닥에서의 신년 인사 지다 병(病) 연쇄소멸 작품 해설_신형철(문학평론가) 아름다워라, 덧없는 시간의 기미(幾微)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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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봐야겠다’는 서정적 계몽주의에는 끝내 무심한, 특이한 방식의 서정적 아름다움의 시!
그의 시는 무엇보다 남성다운 힘이 강하게 느껴진다. 펜을 들고 백지 위에서 오래 고민하기보다는 앞을 향해 전진하는 활달한 손놀림이라고나 할까. 그는 언어를 탄력 있고 유연하게 쓸 줄 안다. 그만큼 논리적이라는 얘기인데 이 근거는 시집 각 부에 골고루 흩어져 있는 자연과학의 시적 변용 사례들(「슈뢰딩거 방정식」 「리트머스 루메」「뉴트리노」 「사이비 위상학」)에서 일단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니까 그는 말이 되지 않는, 납득이 되지 않는 시는 쓰질 않는다는 얘기다. 단순히 ‘자연과학의 결론들을 나이브하게 활용하는 것이 아닌’, 물리학도 출신답게 자기화하여 시를 풀어내는 힘, 그 때문에 그는 오늘도 과학과 시의 경계 사이에서 생성되는 강한 자기장을 일단 온몸으로 흡수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그에게서 주목할 만한 또 한 가지는 바로 서정이다. 그의 서정은 무뚝뚝한 남성의 말없음으로 대변되지만 그 속도가 무척이나 빠르다는 데에 그 주안점이 있다. 이때 그는 제 시 바탕에 안 보이는 거미줄처럼 깔려 있는 신화의 레일 위를 미친 듯이 달려 나간다. 물론 거추장스러운 부연 같은 가방은 다 내버린 채 말이다. 우리 사랑하지/소나기 두들기는 아침/눈곱 낀 눈을 바라보며,/한낮 사과 장수의 갈라진 목청을 뒤에 두고도/우리 서로 살을 뜯지/가파른 곳에서 숨 가쁠 땐/차갑게 우리 사랑하지/머리카락 잡아 뽑으며 서로를 죽여서/언 강에 재로 날리고 돌아와/우리 뜨듯하게 감겨/밑 없이 내려가지/너는 무슨 색이니?/그 색으로 산을 그려/그 산허리에서/화들짝 놀라며 우리/처음 본 듯 사랑하지/사랑해서 더 긴 미로/사랑해서 수몰된 집/잘게 씹은 머리카락/눈물 없이 삼키지, 우리/천둥 치는 아침/밤새 발효된 살점을 씹으며/피 고인 산 넘어 /올라가지/사랑하지 -「흙 속의 다음날」전문 사랑의 시작에서 절정, 그 너머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달음에 치고 빠지는 그의 속력전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의 구도에 모터를 달아준 격이 된다. 그만큼 그의 언어들은 질량이 높고 속도가 빠르다. 또한 그는 ‘대체로 미시물리학의 눈으로’ 생활의 공간과 일상의 시간을 끝까지 좇으며 넘쳐나는 에너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렇다. 그는 검증되지 않고 검증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함부로 입을 열지 않는 것이다. 그는 누구보다 제 자신과의 거리감을 상당히 넓게 유지했으며 때문에 쉬운 감정토로마저 다 배제했다. 그런 연유로 그의 시는 속내는 서정성이 농후하나 외피는 건조함을 입었다. 쿨한 사랑의 현장처럼. 이때 그로 인해 발휘되는 서정에는 남다른 힘이 있다. 이를 두고 해설을 한 신형철의 말을 빌어본다. “덧없는 시간의 기미들 속에서 드러나는 존재의 처연한 빛깔들을 보듬으면서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그림자 같은 삶을 미시물리학자의 눈으로 응시하는 이 사내는 감정을 낭비하지 않았고 쉽게 말하는 기술에 투항하지 않았다. 특이한 방식으로 서정적 아름다움에 도달하지만, ‘살아봐야겠다’는 식의 서정적 계몽주의에는 끝내 무관심하다. 그는 아무것도 가르치려 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무언가를 배우고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긴장하자. 아무래도 이 사내는 시인인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