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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AM 06:20
이야기의 역사

새벽길
후일밤
행렬
슈뢰딩거 방정식
배꽃 지는 길

제2부 AM 09:42
흙 속의 다음날
리트머스 루메
침묵의 숲 말하는 나무
강가 안개 동네
산책
그림자 이중주

제3부 AM 11:05
오래된 미신
뉴트리노
권리
기억 없는 상처-검은 물

샛강의 노래
막힌 하수구

제4부 PM 12:30
청량리
이상한 끌개
생활(生活)
집이 헐리다
뿌리에서 핀 꽃
비가 쉬는 곳
낮잠

제5부 PM 16:00
술이나 마시자
어질 녘-붉은 물
춘일색몽(春日色夢)
조흥은행 앞 삼거리
살풍경(殺風景)
살(煞)
햇살
현실의 주제에 의한 몽환곡

제6부 PM 22:52
그 섬-물, 어두운 노랑
사이비 위상학
아내의 코 닳은 신발에서 나는 마늘 향
불륜(不倫)
물그림자
차진 저녁상
형광등 효과
추석

제7부 AM 02:15
화 월 금 일 수 토 목
불안한 연애
눈 쌓인 밤
미친년에 하례차 길바닥에서의 신년 인사
지다
병(病)
연쇄소멸

작품 해설_신형철(문학평론가)
아름다워라, 덧없는 시간의 기미(幾微)들

저자 소개 1

1998년 [작가세계] 시 부문 신인상 수상. 왜 사는지, 그래서 사는 일에 합당한 답이 있는지, 살다보니 사는 거더라, 이런 무책임한 핑계로 버티는 일을 이해할 수 없어, 나에게 또 세상에 따져 묻던 시절에는, 시를 많이 썼다. 『과속방지턱을 베고 눕다』, 『포이톨로기』, 『밍글맹글』 이런 시집들을 낼 때까지 그랬다. 정신도 마음도 무거웠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냥 썼다. 장편 SF소설들이다. 『폴픽 Polar Fix Project』도 크고 작은 죽음 운운하며 많이 무거웠다. 몇몇 계기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날카로운 불연속점은 나이이다. 어느 날 훅, 나이가 내 몸 안
1998년 [작가세계] 시 부문 신인상 수상. 왜 사는지, 그래서 사는 일에 합당한 답이 있는지, 살다보니 사는 거더라, 이런 무책임한 핑계로 버티는 일을 이해할 수 없어, 나에게 또 세상에 따져 묻던 시절에는, 시를 많이 썼다. 『과속방지턱을 베고 눕다』, 『포이톨로기』, 『밍글맹글』 이런 시집들을 낼 때까지 그랬다. 정신도 마음도 무거웠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냥 썼다. 장편 SF소설들이다. 『폴픽 Polar Fix Project』도 크고 작은 죽음 운운하며 많이 무거웠다.

몇몇 계기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날카로운 불연속점은 나이이다. 어느 날 훅, 나이가 내 몸 안에 쌓여있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몸이 무거워지자 정신이, 마음이 가벼워졌다. 세상과 적당히 주고받은 타협이 아니라 그냥 데면데면해진 것인데, 그러자 『몸으로 부르는 연가』처럼 날라리 같은 시도 쓰고 소설도 『뵐룽 아흐레』가 등장하며 훌쩍 가벼워졌다. 소설 『나와 트리만과』도 이런 연장선에 있달까?

그 사이에 과학에세이 『과학인문학』, 산문 『초능력 시인』 같은 글을 썼다. 그리고 『동네 시인이 그리고 쓴 느지감치 그림일기』를 그리고 쓰면서 더 가벼워졌다.

이제 지킬 것도 따질 것도 없어진 모양인데, 그래서 왜 사는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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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43쪽 | 200g | 124*195*20mm
ISBN13
9788959864652

출판사 리뷰

‘살아봐야겠다’는 서정적 계몽주의에는 끝내 무심한, 특이한 방식의 서정적 아름다움의 시!

그의 시는 무엇보다 남성다운 힘이 강하게 느껴진다. 펜을 들고 백지 위에서 오래 고민하기보다는 앞을 향해 전진하는 활달한 손놀림이라고나 할까. 그는 언어를 탄력 있고 유연하게 쓸 줄 안다. 그만큼 논리적이라는 얘기인데 이 근거는 시집 각 부에 골고루 흩어져 있는 자연과학의 시적 변용 사례들(「슈뢰딩거 방정식」 「리트머스 루메」「뉴트리노」 「사이비 위상학」)에서 일단 찾아볼 수 있다. 그러니까 그는 말이 되지 않는, 납득이 되지 않는 시는 쓰질 않는다는 얘기다. 단순히 ‘자연과학의 결론들을 나이브하게 활용하는 것이 아닌’, 물리학도 출신답게 자기화하여 시를 풀어내는 힘, 그 때문에 그는 오늘도 과학과 시의 경계 사이에서 생성되는 강한 자기장을 일단 온몸으로 흡수하고 있는 중이다.

한편 그에게서 주목할 만한 또 한 가지는 바로 서정이다. 그의 서정은 무뚝뚝한 남성의 말없음으로 대변되지만 그 속도가 무척이나 빠르다는 데에 그 주안점이 있다. 이때 그는 제 시 바탕에 안 보이는 거미줄처럼 깔려 있는 신화의 레일 위를 미친 듯이 달려 나간다. 물론 거추장스러운 부연 같은 가방은 다 내버린 채 말이다.

우리 사랑하지/소나기 두들기는 아침/눈곱 낀 눈을 바라보며,/한낮 사과 장수의 갈라진 목청을 뒤에 두고도/우리 서로 살을 뜯지/가파른 곳에서 숨 가쁠 땐/차갑게 우리 사랑하지/머리카락 잡아 뽑으며 서로를 죽여서/언 강에 재로 날리고 돌아와/우리 뜨듯하게 감겨/밑 없이 내려가지/너는 무슨 색이니?/그 색으로 산을 그려/그 산허리에서/화들짝 놀라며 우리/처음 본 듯 사랑하지/사랑해서 더 긴 미로/사랑해서 수몰된 집/잘게 씹은 머리카락/눈물 없이 삼키지, 우리/천둥 치는 아침/밤새 발효된 살점을 씹으며/피 고인 산 넘어 /올라가지/사랑하지
-「흙 속의 다음날」전문

사랑의 시작에서 절정, 그 너머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달음에 치고 빠지는 그의 속력전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의 구도에 모터를 달아준 격이 된다. 그만큼 그의 언어들은 질량이 높고 속도가 빠르다. 또한 그는 ‘대체로 미시물리학의 눈으로’ 생활의 공간과 일상의 시간을 끝까지 좇으며 넘쳐나는 에너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렇다. 그는 검증되지 않고 검증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함부로 입을 열지 않는 것이다. 그는 누구보다 제 자신과의 거리감을 상당히 넓게 유지했으며 때문에 쉬운 감정토로마저 다 배제했다. 그런 연유로 그의 시는 속내는 서정성이 농후하나 외피는 건조함을 입었다. 쿨한 사랑의 현장처럼.

이때 그로 인해 발휘되는 서정에는 남다른 힘이 있다. 이를 두고 해설을 한 신형철의 말을 빌어본다. “덧없는 시간의 기미들 속에서 드러나는 존재의 처연한 빛깔들을 보듬으면서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의 그림자 같은 삶을 미시물리학자의 눈으로 응시하는 이 사내는 감정을 낭비하지 않았고 쉽게 말하는 기술에 투항하지 않았다. 특이한 방식으로 서정적 아름다움에 도달하지만, ‘살아봐야겠다’는 식의 서정적 계몽주의에는 끝내 무관심하다. 그는 아무것도 가르치려 들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무언가를 배우고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긴장하자. 아무래도 이 사내는 시인인 것 같다.”

추천평

김병호는 미시 세계의 현상을 일상 세계와 연결시켜 그 파동을 감지하려고 한다. 그러나 일상에서의 파동은, 입자들이 흘러야 할 그 길은 종종 얽히고 대책 없이 막혀 불연속적인 구간을 이룬다. 그는 침묵 속에서 비명을 듣고, 길 위에서는 허공으로 침몰하는 땅을 본다. 어느 길모퉁이쯤에서는 두고 온 한 시절의 비석을 읽듯이 깊은 공허를 읽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결국 헤치며 간다. 잠들어서도 끄덕이면서 헤엄치면서 간다. 그를 밀고 가는 이 힘이 그를 고꾸라지게 하고 시 쓰게 하고 사랑하게 한다. 이 세상에 그런 힘이 없다면 우리는 어디에 희망을 걸어야 하나.
-- 김정호(시인)

김병호의 시는 미시화된 일상을 구성한다. 그는 흔히 그렇듯 일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획하여 감동의 상차림을 보여주지도 않고, 현미경의 시선으로 일상을 극사실적으로 가깝게 보여주지도 않는다. 김병호의 미시화된 일상은 일상을 낯설게 보여주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일상계의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 우리가 소통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듯 김병호는 일상을 미시적으로 만들기 위해 언어를 오브제화한다. 말하자면 대상을 지칭하기 위해 언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지칭하기 위해 대상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김병호의 시는 해석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시니피에는 시니피앙에 완전히 통합되기 때문이다. 김병호가 견지하고 있는 일상을 보는 미시적 관점은 언어를 하나의 현실로 만든다. 언어가 현실이 되고 일상이 언어를 지칭하는 도구가 되는 이 특이점에서 김병호의 시는 발생한다.
-- 함성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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