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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봄날은 착란
낯선 이들과의 한때 정오의 잔디밭 솔잎향 불면 해바라기 연대기 산초의 고백 다변증과 실어증의 사례 연구 봄날은 착란 3호선 팬터마임 귓속의 하루 연애질의 세기 난·生 수상한 오후 산자들의 귀환 죽은자들의 귀환 무인도에 갇히면 가져가고 싶은 책은? - 미래소년 코난에게 1 사람은 무중력 상태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 미래소년 코난에게 2 세오녀는 연오랑을 기다리며 무얼 했을까? - 미래소년 코난에게 3 우표를 붙이지 않은 엽서는 어떻게 수신되는가? - 미래소년 코난에게 4 2008 - 미래소년 코난에게 5 ●제2부 멸종 세대를 위한 그루브 보트피플 문장 작법 12페이지 파리지옥에 빠진 달 탈출기 하품 其猫·한·밤 누에잠 아침 서른 전야 - 멸종 세대를 위한 그루브 1 P군에게 - 멸종 세대를 위한 그루브 2 문신 - 멸종 세대를 위한 그루브 3 칼 한 그릇 판화 새기는 밤 툭 소설 속 착한 여주인공 이름 같은 갈매기의 저녁 식사 치자꽃 피는 계절 아프리카 동물병원 ●제3부 생물과 무생물 생물과 무생물 38.9℃ 그 시절 아이들은 병아리를 묻는다 원형질의 꿈 아이들 비탈에 서다 피서 아비의 거리 이름 봄나무에게 묻고 싶은 것 강물을 보러 갔다가 따뜻한 무덤 바벨의 피 변경에 피는 꽃 자궁의/에 대한 꿈 책 읽는 남자 겨울이었다 Tokyo發 | 작품 해설 | 허윤진(문학평론가) 환한 불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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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이들과의 한때
철수야 안녕 영희야 안녕을 배우던 아이들은 철수나 영희보다는 세련된 이름을 갖게 되었다. 그렇지만 안녕이란 말은 배우지 못했다. 60년대 영화감독의 이름이나 집고양이에게나 붙여줌직한 이름으로 견갑을 두른 아이들은 헤어질 때도 안녕이라고 말할 줄 몰랐다. 황사가 짙게 내린 그날 내 입속엔 더 지독한 황사, 우리는 서로 연락처도 물어보지 않고 다시 만나자 했다. --- p.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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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불면’이라고 했던가. 문학평론가 허윤진은 그녀의 시를 두고 그렇게 말했다. 환한 불면이라, 그도 그럴 것이 밤은 많은 이들에게 하루의 노고가 풀리는, 말들을 잠재우는 시간이다. 허나 윤예영에게 밤은 언어의 소생기이자 모든 언어들이 마침내 의식을 갖게 되는 지점이며 그리하여 사물과 현상으로만 존재하던 언어들이 수면위로 올라오는 시간이다. 분출된 욕망들이 부딪히는 시간, 그것들이 한데 뒤엉켜 목소리를 내는 시간 속에서 윤예영은 말한다. ‘내가 나를 갖는 것을 밤과 낮은 허락하지 않았다’라고. 자정의 언어처럼 그녀의 시는 그렇게 어두운 시간에 환하게 다가온다.
1998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윤예영의 첫 시집을 펴낸다. 데뷔 10년 만에 내는 첫 시집인 만큼 통통하게 살이 오른 그녀의 언어들은 삶이라는 이름 아래에 뿜어져 나오는 모든 기억들을 빛과 어둠이라는 두 개의 시간을 두고 그 감정들을 결정짓는다. 기억이 빚어낸 감정들은 하나의 가장 극명한 주체이자 타인으로 다가온다. 그러한 주체의 극명함은 그녀가 읽을 때도 쓸 때에도 예민하게 다가오는데 그렇게 해서 쓰인 그녀의 자의식이야말로 자로 댄 것 같이 명확하고 선명한 현실이다. 그러한 현실이 여기에 놓여 있다. 그녀의 시를 ‘거울’이라 일컬어 봄은 어떨까. 감춰지고 은폐된 우리들의 얼굴을 보게 되는 ‘거울’ 말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시들은 1부에서는 우리가 부르는 다양한 사물들의 이름과 감정의 겹들인 언어, 그러한 것들이 한 데 뒤섞여 분리되고 합쳐지기를 반복해 개별성과 주관성을 획득하게 되는 과정이라면 2부에서는 그 과정을 거친 언어들이 내 의식의 상태를 넘어선, 내 통로 밖의 언어로서 만나게 되는 지점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며 3부에서는 결국 그러한 모든 언어들의 출발이자 종착은, 너와 나라는 타인이라는 경계라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 언어가 사유하는 시간 속에서 그녀는 결코 잠들 수 없다. 불면의 밤이 지속되는 것은 그녀의 말이 어둠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닌 의식할 수 있는 상태로 나아가는 것이며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나’를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타인의 언어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 나와 타인, 결국은 그걸 생성하고 흩어지게 하는 것도 언어라는 사실, 우리가 그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레비나스가 말한, 우리의 얼굴은 타인이 감추고 싶은 가장 자명한 얼굴이라는 사실을 윤예영은 그녀만의 은유로 새롭게 재해석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랑을 비롯한 모든 감정의 겹인 언어들도 나와 너라는 그 동일성 아래에 있다는 것, 이것이 시인의 가진 언어들의 바탕일 것이며, 나아가 그 언어들이 다다를 지점이기도 할 것이다. 착란이야말로, 나의 존재를 결정짓는 말일 수 있다는 것, 이제 우리는 그녀에게 들켰다. 봄날인가, 하니 그것은 또 시작이고 끝이다. 그녀는 말한다 ‘안녕이란 말은 배우지 못했’지만 우리 안녕이란 말은 해야 하지 않는가. 그녀의 시들을 통해 우리 이제 스스로의 안부를 묻는 법을 배워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