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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놋방 손님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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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특별한 집
2. 동짓날에
3. 즐거운 만남
4. 조선 사람이 만들어야
5. 늦은 봄
6. 높은 산에 올라
7. 현판 달기
8. 또 심부름
9. 손님이 엮은 책
10. 그 책을 가져오너라
11. 백 서방이 살았던 곳
12. 선택

저자 소개1

전남 강진읍에서 태어나 1975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과 197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당선되었습니다. 작품으로 『들고양이 노이』 『별이 된 도깨비 누나』 『그래도 넌 보물이야』 『봉놋방 손님의 선물』 『흰 민들레 소식』 『일 년에 한 번은』 등이 있으며, 제7회 여성주간 노랫말 공모 최우수작 당선, 한국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송순문학상 대상, 방정환문학상 등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강진군 대구면 중저 바닷가에 있는 오두막 문학관과 광주를 오고 가면서 작품을 쓰고 있습니다.

김옥애의 다른 상품

그림 : 김성영
흑백만화로 그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고 학습만화와 전자책(그림책)을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만든 전자책으로는 『하나씩 천천히 말해요』 『우리는 모두 친구랍니다』 『아기 예수님이 오셨어요』 등이 있습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0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310g | 153*225*10mm
ISBN13
9788997335800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책 속으로

한양 손님은 자기가 책을 엮는 이유도 말했다.
“나도 어려서는 중국 사람이 지은 책으로 글자를 익혔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다른 점들이 너무 많았단다.”
업자와 봉주는 고개만 끄덕였다.
“너희들은 조선 아이들이냐? 중국 아이들이냐?”
“조선 아이들이지요.”
“바로 그 점이다. 조선 아이들을 가르칠 책은 조선 사람이 만들어야 되겠지. 요즘 내가 중국 천자문을 대신할 책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그래야만 아이들도 쉽게 배워 나갈 수 있을 게야.” --- p.67

‘아학편’을 넘기던 정갑선 훈장은 더 이상 책장을 넘기지 않았다. 대신 큰 소리로 봉주를 윽박질렀다.
“너는 어디서 이런 해괴한 책을 구해 왔느냐?”
봉주는 사실대로 말했다.
“동문 밖 주막에서요.”
“옳지, 귀양 온 죄인이 살고 있는 그 집 말이냐?”
“예.”
“그 죄인이 이런 책을 왜 만들었다더냐?”
“학동들을 가르치려고요.”
“그래? 허어 참 해괴한지고. 아무튼 그건 그렇고, 너는 내 천자문이나 내놓아라.”
“저, 훈장님, 이 책을 천자문 대신 가져왔습니다.”
“뭐라? 이거야 말로 꿩 대신 닭이로구나. 하지만 안 될 소리지. 접장한테 받았던 진짜 내 책을 당장 가져오너라. 어서!”
정갑선 훈장은 손에 들고 있던 ‘아학편’을 봉주의 머리 위로 휙 내던졌다. 바람을 가르며 허공을 날아간 책은 금세 바닥으로 떨어져 나동그라졌다. --- p.132-134

봉주는 한참 동안이나 글자의 모양을 들여다봤다. 천자문이나 ‘아학편’이나 모두 한자에 언문이 달려 있어 흉내내 읽을 수는 있지만, 그 글자들이 모여 품고 있는 뜻을 아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배우지 않았으니 당연했다. 그러나 뜻을 모르면 읽으나 마나일 것 같았다.
두 권의 책 앞에서 봉주는 장님이었다. 글을 배우고 싶었다. 글자의 뜻을 쉽게 풀이해 알려 주던 한양 손님의 이야기가 간절하기만 했다.
‘나도 영비처럼 글공부하고 싶다. 나도 업자 누나처럼 글 읽는 소리라도 듣고 싶다.’

--- p.146-148

출판사 리뷰

유배지에서 만난 다산 정약용과 아이들이 꿈꾸는 조선의 미래
이 장편동화는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 유배되었을 당시 어린이들의 한자 교육을 위해 엮은 책인 『아학편』을 소재로 하고 있다. 1801년 신유박해 때 유배된 다산은 강진에서 18년간 유배생활을 했는데, 이 기간 동안 학문에 몰두해 『경세유표』 등 500여 권이 넘는 다량의 저술을 남겼다. 특히 유배 초기의 4년간은 동문 밖 주막집 주모의 배려로 주막에 딸린 방 한 칸을 얻어 ‘사의재’라 칭하고 학문에 매진함은 물론 학당을 열어 제자들을 가르쳤다. 이때 다산은 중국 주흥사가 엮은 『천자문』을 거부하고, 아이들을 위해 직접 조선의 문화와 정서에 부합하는 『아학편』 2천자를 엮었다.

비록 한자를 빌려 쓸지언정 남의 나라의 사상과 정신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세태를 경계했던 다산의 정신이 담긴 책이 바로 『아학편』이며, 그가 아이들의 교육에 많은 정성을 다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다산의 정신을 어린이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이 동화는 창작되었다. 이 동화의 주인공 봉주의 일화를 통해 어린이들은 민족적 자긍심과 주체적 인식을 재미있고 자연스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주인공 봉주는 홀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궁핍한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처럼 서당에 나가 글공부를 하고 싶어 한다. 겨우 언문은 깨우쳤지만 한자는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자 중심의 조선사회에서 한자를 모르면 까막눈이나 다름없다. 그런데도 주위 사람들은 봉주에게 일찌감치 장사를 배워 살길을 도모하라고만 한다.

그런 어느 날, 돈 있는 집 아이들이 다니는 서당인 ‘금서당’에 친구인 영비를 따라갔다가 훈장에게 호되게 혼이 난 채 쫓겨나고 만다. 그런데 이를 안타까이 본 접장(서당 일을 돌보며 공부하는 선비)이 얼마 후 봉주를 서당으로 데리고 간다. 훈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훈장의 『천자문』을 빌려주면서 다 읽은 후에 훈장에게 돌려주라고 한다. 그리고 그는 얼마 후 한양으로 과거를 치르러 떠난다.

그런데 봉주는 주막집 딸인 업자에게 책을 자랑하러 주막에 갔다가 그만 책을 잃어버리고 만다. 봉놋방 한양 손님 다산의 꽃구경을 따라가느라 업자가 부엌 선반에 올려두었는데, 돌아와 보니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봉놋방 한양 손님으로부터 『천자문』이 우리 실정에 맞지 않다는 이야기와 함께 새로 『천자문』을 만들고 있으니 다 되면 한 권 주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봉주는 그 책을 얻으면 금서당 훈장에게 돌려주리라 마음먹고 기다린다. 책을 찾아오라는 심부름을 받고 온 영비에게 차일피일 미루면서 말이다.

드디어 한양 손님의 『아학편』이 완성되어 한 권 얻게 되자, 한자를 모르는 봉주는 그것이 똑같은 책인 줄 알고 금서당 훈장을 찾아가 책을 내놓는다. 그러나 훈장은 ‘이런 엉터리 책 말고 중국 사람이 쓴 책, 자기 책을 가져오라’고 닦달한다. 혼쭐이 난 채 절망하고 돌아오던 봉주는 뒤늦게 훈장의 『천자문』을, 주막에 드나들며 밥을 얻어먹는 백 서방이 가져간 사실을 알게 된다. 그의 움막에서 『천자문』을 찾아낸 봉주는 『천자문』과 『아학편』 두 권의 책을 앞에 놓고 어느 것이 옳은가를 자문하면 몸살을 앓는다.

결국 앓아누운 봉주를 보다 못한 어머니는 글공부를 허락하게 되고, 금서당으로 가자고 앞장을 선다. 그러나 봉주는 금서당이 아닌 한양 손님의 봉놋방, 사의재로 가겠다고 한다. 그곳이 옳은 글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라고 믿게 된 것이다. 봉주는 어쩌면 『아학편』이 봉놋방 한양 손님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이 글공부를 하도록 북돋아주고, 올바른 깨우침을 주었으니 말이다.

이처럼 이 동화는 주인공 봉주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다산의 주체적인 민족정신을 담아내고 있다. 또한 봉주의 배움을 위한 집념을 통해 우리 인생에서 배움이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어린이들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배움’의 참 의미와 삶의 가치를 새로이 깨닫게 해주는 동화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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