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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제1부 사소하거나 거룩한 11 시詩 12 기억의 변증법 14 내 사랑이 그렇다 16 아내 20 나를 거두는 동안 21 다시 사랑을 22 그 꽃 28 등불 29 희망 30 낙엽 한 장 31 나에게 묻는다 32 나는 나 34 겨우 천 년 36 우는 여자 38 인생 40 섯! 41 슬픈 너울 42 운명 44 인간들 47 천사 가젤 48 별리 50 제2부 엄마의 집게 53 펌프의 꿈 54 일체유심조 56 코끼리 똥 57 동물 학교 관람기 58 경배 61 아비와 벚꽃 62 어머니의 밥 64 아버지의 밥 65 누이의 밥 66 나의 밥 68 가시걸음 69 함께 살자 72 혁명 74 달인이 되려면 75 길 76 이것이 운명 77 가뭄 78 소리를 본다는 것 79 아버지와 사탕 80 태백산맥 81 똥꽃 82 영원이라는 거 83 제3부 탄생 87 와삭! 88 사과의 얼굴 90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는 이유 91 아이들 세상 92 절반의 여유 93 맨발 94 말 95 안내견 복실이 96 나무가 된 누렁이 98 아름답다는 거 100 그 여자 102 날아라, 꽃아 103 성자 104 경계에 서서 1 105 경계에 서서 2 106 별 107 사막의 장난감 108 늙은 토끼 109 엄마가 없는 집 110 사랑 111 그대 앞에서 춤을 112 해설 임우기 자재연원의 시 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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섯!
우리를 숨죽이게 한 건 3·8선이 아니었다 검문하러 올라온 총 든 군인도 검게 탄 초병들의 날카로운 눈빛도 아니었다 기찻길 건널목에 붉은 글씨로 써놓은 말 섯! 그 말이 급한 우리를 순간 얼어붙게 만들었다 두 다리로 짱짱히 버티고 서 고함을 지르는 섯, 그 뒤엔 회초리를 든 호랑이 선생님이 두 눈 부릅뜨고 서 있는 것 같았다 머리에 모자를 쓰고 있는 것도 아닌데 커다란 방점이 떠억 하고 찍혀 있는 것 같았다 멈춤 정도야 뭐 말랑말랑한 말로 느껴질 뿐이었다 섯에 비하면 정지나 스톱 같은 말도 그저 앙탈이나 부리는 언어로 느껴질 뿐이었다 남에서 올라온 내 발 앞에 꽝, 대못을 박고 가로막는 섯! 그 섯 가져와 자살 바위 옆에 세워두고 싶었다 그 섯 가져와 기러기 떼 날아가는 노을 속에 슬그머니 척, 걸어두고 싶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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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들을 보면 그가 얼마나 감성 짙은 서정시를 쓰는 시인이 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체 게바라의 길을 가고자 했던 그가 시대의 변화 속에서 어떠한 내면적 방황을 거쳐 삶의 깊은 곳에 다다르게 되었는지, 사랑과 감성의 힘을 재발견하게 되었는지 보여 주고 있다. 오봉옥이 보여 주는 시적 인식은 윤리적 행위와 연결되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시」 「기억의 변증법」 「아내」 등이 그러하다. 그 중 「와삭!」은 대상에 대한 시적 인식과 감각적 경험의 관계를 보여 주면서 새로운 시작詩作의 길을 제시하고 있어 주목된다.(『시산맥』 특집-이성혁 문학평론가)
이번 시집은 시인의 존재론과 세계관에 있어서 이전보다 더욱 심화된 의식을 담고 있다. 시인의 존재론은 이 시집 『섯!』 곳곳에서 자재연원의 활달한 자유의 시학을 펼쳐 보인다. 「그 꽃」 「희망」 「나는 나」 등이 그것이다. 이 시들에서 시인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모든 동식물 그리고 무생물에 이르는 일체 만물이 존재의 의의를 지니고 있음을 형상적으로 보여 준다. 그중 「시詩」―이 시는 저자가 네 번의 큰 수술을 받은 뒤 썼다고 한다―는 득의得意의 시편으로 꼽을 만하다. 이 시의 심연에서, 시적 화자와 천사와의 만남은 이 시가 감추고 있는 환각의 형식을 드러낸다. 그 환각은 일종의 혼의 부름이다. 시인 오봉옥은 그 천심天心의 ‘불러들임’을 “사뿐”이란 시어로서 표현한다. 천사는 천심의 화신인 것이고, 시는 천진난만의 소리를 전하는 것이니, 이 시에서 세 번이나 반복되고 행을 바꿔가며 강조되어 있는 ‘사뿐,/사뿐,/사뿐’은 애써 힘들여 무엇을 도모하지 않고 하늘의 뜻에 가볍게 자기를 일치시키는 시인의 순결한 마음 상태를 보여 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시집 해설-문학평론가 임우기) 오봉옥 시인의 「등불」은 동시처럼 예쁜 시이다. 알아들을 수도 없는 요설이 장황하게 이어지는 시들을 보다 이런 시를 보면 기분이 환해진다. 근래의 우리 시는 시의 본질, 정석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그러다 보니 독자들도 다 잃어가고 있다. 이제 이렇게 예쁘고 메시지도 확실한 시로 독자들을 다시 불러 모아야 할 때이다.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고 예쁜 시이나 이 시는 동시는 아니다. 동심, 우리네 본래 마음으로 돌아가 이웃과 어울려 살자는 메시지를 동시풍으로 전하고 있는 것이다. (『문학의 오늘』리뷰, 이경철 문학평론가) 시인은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야말로 시의 연원을 이룸을 자각한다. 이 시집 『섯!』에는 그와 같은 동심으로 관통된 시편들이 많다. 「등불」 「소리를 본다는 것」 「나비」 등이 그러하다.(시집 해설-문학평론가 임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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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항쟁을 겪은 오봉옥 시인은 서사시집 『붉은 산 검은 피』(1989)로 엄혹한 고초를 겪었다. 그 시절 그는 브레히트였고 네루다였으며 김남주의 후계였다.
그로부터 30년의 역사적인 풍화로 “중늙은이가 되어/ 눈물이 많아졌다”는 이 시인. 연륜과 더불어 그의 예지는 “진정한 마술사라면 하늘도 속일 줄 알아야 하지”라는 경지에 이르러 사과에서 별을 보며, 별에서 꽃과 나비를 날려 보내는 환상적 즉물시卽物詩의 세계를 구축했다. 사랑, 죽음, 민주주의, 꽃, 나비 그리고 인간, 이 모든 존재들이 서로에게 등대임을 깨닫게 해주는 아름다운 명상시집이다. - 임헌영 (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