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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저녁이 오고 있다
우남정
시인동네 20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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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마트료시카 13
MRI 14
돋보기의 공식 16
줌(zoom) 18
재활병원 20
모태 속으로 22
몽유(夢遊) 속으로 23
난 벤다이어그램을 사랑해 24
2018호 26
유령의 식탁 28
쓸쓸한 날엔 파마를 하러 간다??30
모닝 톡톡 32
미늘 34
유턴 35
우로보로스 36
눈독 38
꽃을 긁다 40
나는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다 42

제2부
코마 45
걷는 사람 46
그렇게 꽃은 피었다 지네 48
굴헝 50
초록에 잠들다 52
꽃의 순장 54
용설란 56
러시안룰렛 57
나를 검색하다 58
눈물을 받으러 갔다 60
솟을연꽃살문 62
죽은 발톱 64
풀물이 드는 오후 66
사방무늬 패턴 68
부메랑 70
나는 오른쪽 콤플렉스가 있다 72
밀림의 시간 74
지리멸렬 76

제3부
그것은, 웃음일까 울음일까 79
무한화서(無限花序) 80
실연 82
어머니의 스웨터 84
초유(初乳) 86
꽃에 대한 예의 88
달궁무위도(達宮無爲圖) 89
사랑 90
템페스트 3악장 92
레고의 집 94
잎새뜨기 96
매화초옥도(梅花草屋圖) 98
철기시대를 추억하다 99
불시착 100
병목 102
데스밸리 모텔 04
고딕의 거리 106
지나가는 노래 108

해설 일상에서철학으로 109
오민석(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

저자 소개 1

충청남도 서천에서 태어나 201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시 「돋보기의 공 식」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제16회 [김포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은』 에 함께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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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4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186g | 127*203*9mm
ISBN13
9791158964634

책 속으로

문 속에 문
뚜껑을 비틀거나 잡아당겨야 열리는

내 몸에는 문이 몇 개나 될까
나를 작동시키는 문을 바라본다

비밀을 간직한 창
잊어버린 비밀이 잊어버린 비밀을 기억해내는
이쪽과 저쪽의 경계

비밀은 안녕한가
나는 어떤 번호로 해제되어야 속살을 보일까
이 문을 열고 저 문을 닫는 순례들

빈방의 얼굴이 창백하다
비밀이 너를 만진다

너의 표정은 언제나 굳게 잠겨 있다
--- 「마트료시카」 중에서

우리, 뱃머리에 누워 밤하늘이나 볼까 곧 세기의 사랑이 시작되겠지 동그라미 하나가 다른 동그라미 속으로 막 닻을 내리고 있어 초승달이 되어가는 가슴, 나는 한입 베어 문 사과처럼 너에게 먹히고 있어 나는 벤다이어그램을 사랑해 끌어당기듯 내어주는 기쁨 같은 아니 슬픔 같은 놀이, 너이기도 나이기도 한 우리가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닌 우리가 점점 부풀었다 꺼지는 그림자놀이 그때, 나는 뒷걸음치듯 너를 들락거리며 저 바닷물이 찰싹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었어 우리는 식(蝕)의 계절을 지나가고 있었어 섬들이 서로의 발부리를 잡고 있듯이 우리의 운행은 하나일 수 있을까 허공에 두 개의 원을 약속처럼 걸어놓고 사람들은 서커스 불 쇼에 열광하는군 곡예사가 불꽃을 뚝뚝 떨구며 불구덩이를 통과하는 동안 아, 아득한 시공을 스쳐가는 나, 나는 벤다이어그램을 사랑해 지금 너는 어느 쪽으로 기울고 있니 이제 막 너는 배가 부르고 나는 다시 배가 고파져 월식으로 까맣게 먹혀 들어간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밀월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림자일 뿐이었을까 시계 초침 소리 허공이 듣고 있어 절벽에 부딪히는 밤, 파도 소리를 내며 너는 멀어져 가고…… 저것 봐, 바다에는 만월이 다시 붉게 태어나고 있어 아 쓸쓸한, 나는 벤다이어그램을 사랑해
--- 「난 벤다이어그램을 사랑해」 중에서

일생에 딱 한번 꽃을 피운다

한 저녁이 또 그 가시 잎에 맺혀 있다

사막에서 잎을 틔우는 일은
살아낸 밑동부터 한 잎 한 잎 버리는 것이다
버린 한 잎의 제 살을 발라먹고
버린 한 잎의 제 결로, 제 눈물을 핥아먹고

그 눈물만큼 깊어가는 갈증으로

지구 저편으로 걸어간다

--- 「용설란」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낡은 턴테이블에서
머뭇거림 같은 노래가 흘러나온다

파르르 웃고 있는 튤립나무 이파리들
블랙이 따뜻하다

화농을 뽑아낸 고약 같은
에스프레소

이윽고,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저녁이 오고 있다

2020년 4월
우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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