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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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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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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주의-기록자로서의 시인
김재홍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다큐멘터리의 눈]이 (주)천년의시작에서 2013년 7월 10일 발간되었다. 김재홍 시인은 2003년 [중앙일보]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메히아]를 상재한 바 있다. 나르시시즘이나 성장 서사를 담게 마련인 첫 시집에서부터 김재홍은, 이미 탄탄한 지적 절제를 통해 사물의 외관과 속성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작법을 택한 시인이다. 그런 그가 이번 시집에서는 다큐멘터리의 렌즈를 환기하는 듯한 더욱 깊고 정밀한 그만의 관찰과 기록과 해석을 수행하는 일대 진경을 보여 준다. 그가 “잘 구축된 조명과 각도와 원근감 속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사물들을 묘사할 때 그것은 생명의 리듬을 담은 “질서 중의 질서”로 구축되어 가고, 그가 “잠깐의 슬픔과 몇 명의 죽음”을 사실적으로 기록할 때 그것은 인간과 사회와 우주에 대한 속 깊은 전언으로 몸을 바꾸어 간다. 그러한 건조하고 정확한 관찰이 그의 시편들로 하여금 삶의 ‘차가운 비극성’을 깊이 투시하게 해 주지만, 그는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생체 리듬의 순연한 본성”을 따라가는 일관된 태도를 통해, 그리고 “귀하디귀한 것은 산목숨이라는” 진실에 대한 단호한 옹호를 통해, 그 ‘차가운 비극성’을 넘어 삶에 대한 따뜻하고 공감적인 해석에 어느새 가 닿는다. 우리 시단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그만의 돌올한 개성이다. 시인의 말 현재주의―기록자로서의 시인 시란 어느 정도 말장난과 언어유희의 소산이라는 전언도 있지만, 동시에 ‘이야기는 거짓말을 하지만 노래는 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유종호, [시란 무엇인가]). 언어의 탄생과 이야기의 바탕에 과장과 일탈이 게재해 있음을 생물학적 기초 위에서 규명한 학자도 있으며(레너드 쉴레인, [지나 사피엔스]), 시적 언어가 진실에 터 잡지 않고서는 오래 견딜 수 없다고 지적한 시인도 있다(이시영, [곧 수풀은 베어지리라]). 비루먹은 일개 백면서생이 한평생 곡식을 축내고 가축을 잡아먹으면서 고작 거짓을 기록하거나 자의적 해석에 골몰한다면 그것은 진실로 벌 받을 짓이다. 시에 무슨 대단한 염력이 있어 이 험한 세상 구제할 수 있을까만, 오직 진실을 기록하고 그 앞에서 충일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현재주의(presentism)는 오늘의 기준으로 과거의 공과를 논한다는 점에서 오류 가능성이 높으며, 때에 따라서는 위험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진정한 현재주의는 오늘의 관점에서 오늘을 기록하고 오늘의 공과를 논한다. 과도한 해석과 그에 기초한 계몽의 욕망은 자신이 딛고 있는 터전을 냉혹하고 차가운 시선으로 기록해야 할 시인의 본분은 아니며, 설사 그렇게 시를 쓴다 해도 냉혹하고 차가운 진정한 현재주의자들의 평가를 견뎌 내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섣불리 해석하려 하지 않고, 계몽의 그물로 짐짓 세상을 구제하려 하지 않고, 주어진 눈앞의 현실을 진실의 심안으로 기록하는 것이 시인의 소명이다. ―김재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