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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숲시선(사십편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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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 1 부
그 가을
절정
첫사랑
가을꽃
시야 미안하다
채소밭에서
추석
하느님께
살아 있는 날들의 평화
그늘
오동꽃에 입맞추다
새벽
목련 두 그루
새싹
봄강물
산을 오르다
웃기는 말도 안되는
꽃밭에서

제 2 부
그렇게 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다시 복사꽃 피고
침針

큰 누님 돌아온 첫날밤
늙은 부부
너무나 인간적인
숭어 한 마리

흑백사진
나비의 사상
옛집에 눕다
붉은 마음
고갯길
딸들아
흰머리
모든 것
얼마나 작은 것들이 모여 오늘을 이루었는지요
그대 있음에
매미의 자율학습
저기 저기 노을 좀 봐요
나무-한은수 선생님과 그 동지들을 위하여
그 사람 있습니다
마을에서 살고 싶었다

발문(鄭洋 시인) 내 거친 숨소리 내가 듣는다

저자 소개 1

1957년 고창 해리의 눈이 많은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1988년 《실천문학》복간호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시집으로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나비의 사상』이 있다. 선생으로 오랜 시간을 보냈다. 학교를 통해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 주고 싶어 했지만 한 생애로는 힘이 부치는 일이었다. 요즘은 전주에서 옛집이 있는 고창을 오가는 동안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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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9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104쪽 | 150g | 133*195*20mm
ISBN13
9788997581320

책 속으로

나비의 사상

우리가 누군가의 곁에서 지낸다 해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봄날이 도란도란 피어날 적에
날아와 춤추던 나비는
꽃잎에 입 맞추고는 어딘가를 향해 떠나버린다
제주에서 노닐던 왕 나비라는 놈은
멀고 먼 대양을 가로질러
멕시코의 어느 숲까지 날아드는 것이
한 생애다
거기에 이르러 아름다움을 뽐내는 놈은
손자의 손자쯤 되는 셈이니
제 생애에 꿈을 이루는 나비는 없다
갈매기의 부리와 폭풍우 앞에서
나비는 쓰러지며 알을 낳는다
살도 피도 없는 날개를 파닥이며
목숨을 걸고 날아간다
머나먼 기다림을
떼를 지어 자욱이 덮는다
이것은 바로
가야 할 곳을 향해 떠나버리는
나비의 사상이다

--- p.53

출판사 리뷰

맑은 눈과 가슴으로 삶의 극점을 잡아낸 서정시
20여 년만에 오래 우려 내놓는 게으른 서정의 거처,
김영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나비의 사상]


지금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가. 그 시대에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1993년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을 첫 시집으로 상재한 이후 이십여 년만에 두 번째 시집을 낸 김영춘 시인의 신작시집 [나비의 사상]을 더듬다 보면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제주도에서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나비의 사상, 꿈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제 생애에 꿈을 이루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가야 할 곳은 향해 떠나는, 어쩌면 우리가 지난 시대에 잃어버렸을지도 모르는, 그 무언가일 것이다. 이십여 년 동안 “맑은 눈과 가슴으로 삶의 극점을 잡아”내며 살아온 김영춘 시인이 그동안의 삶을 담아 40여 편을 [나비의 사상]이라는 이름으로 묶어 냈다.

나를 아프게 때리는 시?
시인 안도현은 김영춘 시인을 “숲에서 방금 내려 온 숫고라니”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두 번째 시집 [나비의 사상]을 읽으며 “20년 만에 보여 주는 시들이 구석구석 많이 아프다”고 말한다. 시가 아프다고? 시를 쓴 사람도, 시를 읽은 사람도, 시를 쓰게 한 시대도 아프다는 말일 게다. 안도현의 고백은 이 부분에 이르러 절절하기까지 하다.

“갈 데까지 가 버린 숨막힘의 절정에 이르지 못했다고 시인은 혼자 자책하지만 나는 시를 읽으며 나를 때린다.”
(안도현 시인의 추천사 중에서)

무엇이 안도현 시인을 아프게 한 것일까? 이 시집의 발문을 쓴 정양 시인은 김영춘 시인을 이렇게 말한다.

“김영춘은 절대로 선언 같은 걸 하지 않을 사람이다. 그가 혼자 맘속으로 작정만 하면 그걸로 끝이다. 다정다감하면서 얼핏 섬약해 보이는 김영춘은 강직하고 단호하고 질기고 당찬 지사적 준엄함을 늘 맘속 깊은 곳에 품고 산다. 그에게는 아직도 80년대적 순결성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 그가 20년 가까이 문단에서 시를 발표하지 않는 것도 그 준엄함이나 순결함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정양 시인의 발문 중에서)

시가 바로 그 사람일 때 독자의 전율은 극에 달한다. 시처럼 사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가끔 시는 밥이 되고 명예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어쩌다가 시는 시인을 과대포장하게 되고 그것 때문에 시인들은 괴로워하고, 그러다가 시를 못 쓰게 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김영춘 시인은 그런 세계와 다른 세계에 있으되 그 경계에 있음을 부인하지 않는 솔직함이 그의 시에 묻어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삶이 증언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갈 데까지 가버린
절정의 경계에 서지 않고
누구는 시를 쓰고
누구는 또 시를 읽느냐는
시도 안 쓰는 친구의 말을 듣다가
그렇지 않느냐는
술 취한 다그침을 듣다가
(중략)
모든 기쁨의 순간보다
모든 깨우침의 순간보다 먼저
갈 대까지 가버린 숨막힘이
늘 두려운 얼굴로
내 옆에 서 있었던 것이다
(김영춘, 「절정」 부분).

시를 안 써도 시인이다?
안도현 시인은 김영춘 시인을 일컬어 “시를 안 써도 시인”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왜 시를 쓰지 않느냐는 질타임과 동시에 그에 대한 찬사이기도 하다. 그의 삶이 시와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봄날이 도란도란 피어날 적에
날아와 춤추던 나비는
꽃잎에 입 맞추고는 어딘가를 향해 떠나버린다
제주에서 노닐던 왕 나비라는 놈은
멀고 먼 대양을 가로질러
멕시코의 어느 숲까지 날아드는 것이
한 생애다
거기에 이르러 아름다움을 뽐내는 놈은
손자의 손자쯤 되는 셈이니
제 생애에 꿈을 이루는 나비는 없다
(김영춘, 「나비의 사상」 부분).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고 시와 삶이 다르지 않은 사람. 김영춘의 시벗들이 느끼는 김영춘이 80년대 순수성의 원형질이라면, 그의 시에서 느끼는 김영춘도 그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의 시에는 시대를 뛰어넘어 인간이 복원해야 하는 사상이 담겨 있다. 빠름과 효율을 추구하는 시대에 잘 적응해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오늘의 우리에게 그의 시가 주는 울림이 있다. 그리고 스스로 묻게 한다.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시를 안 써도 시인 같은, 김영춘 시인
나무 같은 사람이 있다. 한여름 뙤약볕에는 그늘이 되어 주고, 한겨울 눈보라에는 바람막이가 되어 주는 나무.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더라도 묵묵하게 그냥 서 있는 나무. 그냥 있어서 기쁨이 되고 위안이 되는, 나무 같은 사람이 있다. 이십여 년만에 세상에 내놓은 시집, [나비의 사상]에서 읽혀지는 김영춘 시인은 그런 사람이다.
이 시집의 발문을 쓴 정양 시인은 그를 “다정다감하면서 얼핏 섬약”하다고 묘사한다. 그러나 “강직하고 단호하고 질기고 당찬 지사적 준엄함을 늘 맘속 깊은 속에 품고 사”는 사람이라는 뒤이은 묘사가 좀 엉뚱하다. 그러나 그의 시에는 그가 외면은 위약하지만 내면은 강직한 사람임이 곳곳에 드러나 있다. 그가 감내해야 했던 해직의 세월과 “빈집의 빈방 시린 구들장에 한 사내를 마음껏 눕힌 한 시대”는 아마도 그에게 시를 허락하지 않았겠지만, “시를 안 써도 시인 같다”던 안도현 시인의 말처럼 그가 시처럼 그 세월을 살아왔음이 몸으로 느껴진다.
시를 안 쓰고도 그는 정말 시인처럼 살아왔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어찌 우리가 견뎌야 했을 ‘절망’의 시대를 건너기 위해 시를 쓰지 않을 수 있었을까. 그에게 시는 해직이었고 포장마차의 술안주이었으며 교실 속 아이들의 표정이었을 것이다. 그리고도 넘쳐나던 시심은 끼적거린 어느 종잇장에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일부를 모아 한 시대를 정리하고자 묶은 것이 이 시집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이십여 년만에 묶어 낸 시집의 제목은 ‘나비의 사상’이다. “멀고 먼 대양을 가로질러 멕시코의 어느 숲까지 날아드는 것이 한 생애”인 나비의 생애. 시인은 “제 생애에 꿈을 이루는 나비는 없다”고 말한다. 그 나비가 바로 김영춘 시인이다. “갈매기의 부리와 폭풍우 앞에서” “쓰러지며 알을 낳”고 그러다가 “살도 피도 없는 날개를 퍼덕이며 목숨을 걸고 날아가”는 나비처럼,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가야 할 곳을 향해 떠나버리는 나비의 사상”. 그것이 김영춘 시인이다.
시가 넘쳐나는 시대. 온갖 텍스트가 흘러넘치는 이 시대. 자신을 치장하고 돋보이게 하기 위한 온갖 상술과 홍보가 일상화된 시대. 자기 시대에 영광을 보기 위해 거짓말과 술수를 서슴지 않는 시대에 김영춘 시인이 던지는 화두는, 바로 ‘나비의 사상’이다.


자서
사는 일이 내 시의 깊숙한 곳에서 늘 새롭게 태어나길 원했으나
스스로를 성찰하거나 뜻을 지키는 일에 매달리느라
그러지 못했다.
묵은 서랍장에서 90년대 중반 이후의 시들을 꺼내어
바람 부는 세상 속으로 내보낸다. 여기에 나의 회한이 있다.

추천평

그의 시는 말이 차마 미치지 못하는 삶의 극점에 직면하기를 갈구하며 그러한 순간과의 조우를 노래한다. 그러나 그 극점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늘 걷는 고샅길과 지나치며 보는 풀섶과 벗들과의 술자리 같은 일상에서 문득문득 다가오는 가슴에 사무치는 먹먹함 같은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전형적인 서정 시인이다. 소식이 없는 동안 이렇게 맑은 눈과 가슴으로 삶의 극점들을 잡아내며 살고 있었구나싶어 반갑기도 하고 옷깃이 여며지기도 한다. 우리의 삶과 모국어는 이렇게 조용조용 살아가는 시인들이 하나하나 쌓아가는 연륜에 의해 풍성해지는 것이리라.
? 김진경 시인

이십 대 초입에 만난 김영춘 형은 숲에서 방금 내려온 숫고라니 같았다. 어지간히도 형을 따라다니며 술을 마셨다. 내 생일이라고 형은 새로 산 국방색 바바리코트를 술집에 맡긴 적도 있었다. 첫 시집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이후 무려 20년 만에 보여 주는 시들이 구석구석 많이 아프다. “갈 데까지 가 버린 숨막힘”의 절정에 이르지 못했다고 시인은 혼자 자책하지만 나는 시를 읽으며 나를 때린다. 사람의 일이 사람의 생각과 마주쳤을 때 발생하는 은근한 온기가 좋기 때문이다. 시를 놓은 봄은 길었으나, 오래 우려 내놓는 이 게으른 서정의 거처는 고라니의 발름거리는 콧등 부근이다.
안도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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