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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글씨
현택훈
한그루 2023.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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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그루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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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밤우동|산양|봄노래|초콜릿을 다 먹고 기념으로 놓아둔 상자처럼|무반주|살아있는 음악들의 밤|수호|유사과학|봄빛의 주소|쿠폰의 세계|토요일 오후 바닷가의 꿈|마음에 드는 글씨|정파|구름의 9월은|서귀포 헌책방|첫눈|주사위|밤식빵|‘파도치다’는 붙여 쓰고, ‘파도 소리’는 띄어 쓰고|바다에 사는 새

제2부

흐리고 때때로 흰수염고래|다시 수목원에서|가슴이 뻐근하다는 말|버스에서|탑동|댕유지의 밤|삼승할망의 밤|시를 노래하는 마음|크리스마스 무렵|달에서 본 지구|소리샘|삼포 가는 길|카스테라|서호수도기념비|화북 공업단지|비파나무의 약속시간|한림수직|갈마도서관|우리들의 수학여행|옛날 옛적 머쿠슬낭

제3부

새를 세는 사람과|바닷가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놀다 잠든 사람들처럼|그 나물에 그 밥|안개비|에메랄드 그린|유자일기|남해|온주|산책자|산남 사람들|느림보 여행사|제주서림|근하신년|어제의 이름들|금능|과수원|서귀포 또는 고양이|본가입납|소년|지상의 우편함

제4부

갈마동|기러기의 노래|북제주군|로망스|꿈속의 꿈|수복강녕|후일을 도모한다는 말|워킹홀리데이|아무도 낫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언어의 별|6월호|연북정|도굴|수로의 마음|나의 작은 여동생|히든트랙|숲|증명사진|비 오캔|풀베개

[창작노트]

저자 소개 1

제주도에서 태어나 제주도에서 제주의 말로 시를 쓴다. 제주시 원도심에서 유년을 보냈다. 우당도서관에서 시집을 읽으며 시인을 꿈꿨으며, 메가박스 제주점의 전신인 아카데미 극장에서 영사실 보조기사로 일했다. 첫 시집을 내고 대성서점 서가에 있는 시집을 눈에 잘 띄는 자리로 옮겨놓기도 했다. 4·3으로 사라진 곳이자 유년 시절의 추억이 담긴 마을에 대한 시 「곤을동」으로 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 『지구 레코드』, 『남방큰돌고래』,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 산문집 『기억에서 들리는 소리는 녹슬지 않는다』, 『제주어 마음사전』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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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5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130*205*20mm
ISBN13
9791168670990

책 속으로

화순 수로 따라 흘러가네 물길이 바뀌면서 아이가 생겼네 이끼의 마음과 같다고 몇 년 전 구름이 흘러가네 저녁에 밥을 짓기 위해 이 숲을 지나 흐를 것이네 그 물의 마음이 연기를 피우네 이 물길 따라 흐르는 게 어디 한둘인가 사랑은 푹 젖은 채 물기가 마르지 않네 물길을 내는 건 숲의 밤길을 내는 것 서걱거리는 사람들에게 저녁이 흘러가네 저녁밥을 짓는 사람에겐 수로를 내듯 밤길을 낼 것이네 어젯밤 비바람이 흘러가네 화순 수로 고운 이불을 펼치네 물에도 이름이 붙는데 처음 호명된 물이 다시 흘러도 그 이름이네 그 투명한 마음으로 물 한 사발 들이켤 것이네 훗날이 여기에 있어 녹아 흐르는 그릇들 오늘밤에 다 닦을 지경이네 우듬지 젖은 나무들이 달로 흐르는 밤이 오면
---「수로의 마음」중에서

한 사람이 병나고
또 한 사람이 병수발을 든다

골골대는 저녁 파도 소리에
샛별이 뜬다

오늘의 처방전은
수평선을 바라보는 일

휴양지에서 요양하는 사람들은
여행객과 구별하기 쉽지 않다
어깨에 힘을 빼고
숨 들이마시고

바닷게가 문병객처럼
왔다가 간다

아무도 낫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우리는 눈동자가
약병 뚜껑을 닮아간다
빙그르르 돌다 툭 열린다

그곳에 스며드는 글자가 있었다
햇살이었다

병수발을 들었던 사람이
병나고

수평선 너머로 갔던
배가 돌아온다
---「아무도 낫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중에서

매미 울음을 사진 찍을 수 있을까. 어떤 사진에서는 소리가 정말 들리는 것 같다. 시도 그럴 것이다. 시에서 소리도 나고, 안개도 피어오른다. 매미 울음을 따라 숲에 들어간 적 있다. 매미 울음이 나뭇잎과 햇빛에도 묻어 있었다. 숲 속으로 들어갈수록 나뭇잎이 더 짙었다. 할 일을 미뤄두고 걸은 숲길. 매미 날개 같은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집에 돌아갈 걱정이 되지 않을 즈음 시가 온다. 그러면 지난 봄에 산 화분에 물을 줘야 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라 여기게 된다.

---「창작노트」중에서

출판사 리뷰

■ 시인의 말

밤에 우동 한 그릇 먹으러 난 이 세상에 태어난 것 같아
이 노래는 참 많이 들어도 질리지 않아
플레이리스트 만드는 건 유언을 쓰는 것 같아
해 지면 우리 더 외로워질 테니 서둘러 풀밭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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