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 책
2. 팔걸이가 있는 낡은 의자 3. 흰소가 오는 밤 4. 오래된 여행가방 5. 모래 속에 누워 있던 여자 6. 구불구불한 낭하를 걷고 있는 고양이 7. 열두 개의 빈 의자 8. 은화隱畵 9. 검은 우물 2 10. 모네가 그린 그림 11. 무서운 똥 12. 부패의 힘으로 13. 고흐의 자화상을 걸어놓고 14. 살아 있는 상처 15. 물속의 달 16. 야광주夜光珠 17. 백년찻집 18. 고목나무샘 19. 우포늪에 갔다 20. 저 홀로 크는 나무 21. 밭을 안고 있는 집 22. 수국이 있던 연못 23. 밤의 이야기 24. 기찻길 옆 붉은 철대문집 25. 우물 속의 구렁이 이하 생략 |
김수영의 다른 상품
|
내가 자는 작은방 머리맡에는 오동나무 장롱이 하나 있다. 장롱을 만든 나무는 할머니의 태를 묻은 나무로 할머니의 할머니가 뒤뜰에 심은 나무였다. 베어져서 오랫동안 그늘에 마른 뒤 대패에 몸을 맡겨 뒤틀리고 무른 자리 다 깎여나가나 채, 결 고운 오동나무 장롱이 되어 할머니가 시집올 때 우리집에 실려왔다. 이불장과 큰 서랍 두 개 작은 서랍 이 세 개인, 아버지보다도 나이를 더 먹은 장롱은 아직도 내 머리맡에 서 있는 것이다.
언젠가 내가 아무도 몰래 장롱 속으로 기어들어가 긴 꿈을 꾸며 잠이 들어버리는 통에 집안이 발칵 뒤집어지기도 했다. 다음날 꿈 이야기를 하자 할머니는 말없이 웃으셨다. 혼자 있을 때, 장롱을 뒤지며 노는 내게 장롱은 오래된 향기와 빛으로, 할머니와 할머니의 어머니, 할머니의 할머니, 이미 이 세상에 없는 늙은 여자들의 이야기를 해준다. ---p.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