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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영국 V&A 일러스트레이션 상 학생 부문 수상작 너와 나의 구분이 사라질 때 평행선은 하나의 선이 된다. 어느 바닷가에 눈먼 어부가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살았습니다. 어부는 날마다 어스름 새벽이면 집에서부터 이어지는 밧줄 한 가닥에 의지해 더듬더듬 바다로 나갑니다. 눈먼 어부에게 바다는 위험하기 이를 데 없는 곳입니다. 하지만 늘 곁을 지켜 주는 강아지가 있어 어부는 걱정이 없습니다. 강아지는 어부를 뒤따르며 밧줄을 놓치지 않나 지켜보고 그물을 마구 뜯어 놓는 갈매기도 쫓습니다. 어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것이지요. 하지만 작은 강아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물에서 실오라기를 뜯어 물고 달아나는 갈매기를 쫓아가며 컹컹 짖어 대는 것이 고작이겠지요. 그런데 하늘 높이 날아가는 갈매기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강아지에게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강아지 몸에서 갑자기 날개가 돋아난 것입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강아지는 새로 변하여 날아가 갈매기를 쫓아가서 ‘혼쭐’을 내 주고 돌아옵니다. 그 사이 어부는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건져 올리느라 한바탕 씨름을 벌입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어부가 다 잡은 물고기를 놓치는가 싶더니, 스스로 물고기로 변해 물속으로 뛰어듭니다. 물고기가 된 어부는 놓친 물고기를 쫓아 물속을 이리저리 헤엄쳐 다닙니다. 상어가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는 것도 모르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걸 가만 보고 있을 강아지가 아니지요. 새가 되었던 강아지는 물속으로 뛰어들더니 이번엔 바위가 되어 상어를 막아섭니다. 그러고는 다시 어부로 변하여 물 밖으로 걸어 나옵니다. 그럼 물고기가 되었던 어부는 이제 어떻게 될까요? 이 그림책은 눈먼 어부와 강아지의 일상을 통해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인지, 진정한 소통이란 또 무엇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눈먼 어부와 강아지는 한마음이 되어 일상의 어려움을 헤쳐 나갑니다. 둘은 친구이자 동반자이며, ‘나’를 넘어서서 ‘너’에게 닿는 경지를 보여줍니다. 강아지는 새가 되고 바위가 되고 마침내 어부가 됩니다. 어부는 물고기가 되었다가 마침내 강아지가 됩니다. 어부와 강아지라는 두 개의 평행선은 극적인 반전을 이루었습니다. 나와 너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이지요. 어부와 강아지가 보여 주는 ‘몸 바꿈’은 그 순수한 믿음과 우정에 대한 은유가 아닐까요? 작가는 자신의 메시지를 절제하고 또 절제하여 소리 내지 않고 조용히, 은유적으로 표현합니다. 글을 배제하고, 색채를 절제하고, 담백한 목판화만으로 보여줍니다. 독자에게 친절하기보다는 독자 스스로 집중해서, 찬찬히 주의 깊게 이미지를 읽어서 그 속에 숨겨놓은 삶의 지혜를 찾아내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작가가 불친절한 것은 아닙니다. 모노톤에 가까울 정도로 색채를 절제하던 작가는, 어부의 모자와 신발, 강아지의 목줄과 발에 흰색과 분홍색을 씁니다. 각기 어부와 강아지를 상징하던 흰색과 분홍색은 둘 사이의 소통과 교감 속에서 위치를 바꾸어 섞입니다. 둘의 교감은 이렇게 색채를 통해서도 은밀하게 드러납니다. 나를 바꾸어서라도 너를 지켜주려는 마음. 내가 어떠한 길을 가건 믿음과 우정으로 내 곁을 지켜주는 존재가 있다면,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삶이자 행복이 아닐까요? 작가는 우리 모두의 삶이 그런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넌지시 말하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