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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과 바람이 허공에 그려내는 다양한 선과. 선들과 조형적인 리듬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비오는 날, 비 오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빗줄기가 허공에 가르는 모습이 참 새삼스럽다. 땅이 움푹움푹 팰 듯 굵다란 빗줄기가 수직선을 그리며 힘차게 쏟아진다. 바람이 휘익 지나가면 빗줄기는 날아오를 듯이 휘어지다가, 어느 새 죽죽 사선으로 허공을 가른다. 바람이 잦아들며 빗발이 가늘어 지면 빗줄기는 가느다란 은실처럼 하늘과 땅을 가지런히 잇고 있다. 그러다 바람이 불면 반짝이는 작은 물방울들로 산산이 흩뿌려지다가, 어느새 바람결을 따라 뭉치며 다시 빗줄기가 죽죽 허공을 가른다. 빗줄기가 살아 있는 듯 한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빗줄기에 , 그리고 빗소리에 몰두하다보면 현실을 떠나 몽롱하면서도 달콤한,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는 미묘한 느낌에 빠진다. 그 새로운 세계, 상상력의 공간을 놀이 공간으로 바꾸어 보여준다. 문답처럼 구성된 2박자 리듬으로, 반복되는 빗줄기 사이로 풍요롭고 멋진 상상의 세계를 펼쳐 어린이를 초대한다. 비 오는 날, 동물들은 무얼 할까? 치타는 무얼 할까? 사자는 ? 티라노사우루스는? 나비는? 비를 보면서 떠올리는 어린이다운 궁금증이 이 책의 중심 모티브 가운데 하나다. 사자나 호랑이, 치타,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맹수'들이 물장난을 치고 , 고개를 젖혀 마른 목을 축이고, 행여 날아갈 새라 우산을 부여잡고 어디론가 가고…. 비를 맞는 동물들의 엉뚱하고도 기발한 반응이 재치 있고 즐겁다. 그러다 번개가 치면? 다소 엉뚱한 듯하면서 천진한 유희정신이 돋보이는 발상이 즐겁다. 번개 치는 하늘, 그 위에서 즐겁게 노는, 축제와 같은 결말의 반전의 만족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