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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공선옥 세상에 그런 곳은 9
김태용 옥미의 여름 37
성석제 매달리다 83
정용준 나이트버스 115
이승민 연분희 애정사 155
한은형 샌프란시스코 사우나 195

맺으며 백영옥 225

저자 소개 6

成碩濟

196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에 [문학사상]에 시 「유리닦는 사람」을, 1995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단편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소설가로서의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평론가 우찬제는 그를 거짓과 참, 상상과 실제, 농담과 진담, 과거와 현재 사이의 경계선을 미묘하게 넘나드는 개성적인 이야기꾼이며, 현실의 온갖 고통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올바로 성찰하면서도 그것을 웃으며 즐길 줄 아는 작가라 평했다. 또한 평론가 문혜원은 “성석제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농담인지 구별하기
1960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으며,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6년에 [문학사상]에 시 「유리닦는 사람」을, 1995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단편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소설가로서의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평론가 우찬제는 그를 거짓과 참, 상상과 실제, 농담과 진담, 과거와 현재 사이의 경계선을 미묘하게 넘나드는 개성적인 이야기꾼이며, 현실의 온갖 고통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올바로 성찰하면서도 그것을 웃으며 즐길 줄 아는 작가라 평했다. 또한 평론가 문혜원은 “성석제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농담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막힘없이 풀어놓으며 "마치 무협지의 고수들처럼"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입담을 펼친다.”라고 전한다. 이런 평론가들의 말처럼 성석제는 미묘한 경계선을 거닐면서 재미난 입담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작가이다.

그의 대표작 『소풍』은 흥겨운 입담과 날렵한 필치가 빛나는 산문집이다. 저자는 음식을 만들고 먹고 나누고 기억하는 행위가 곧 일상을 떠나 마음의 고삐를 풀어놓고 한가로운 순간을 음미하는 소풍과 같다고 말한다. 음식은 “추억의 예술이며 오감이 총동원되는 총체예술”이며, “필연코 한 개인의 본질적인 조건에까지 뿌리가 닿아 있다”는 지론은 곧 우리 세대가 잃어버린 사람살이의 다양한 세목을 되살려온 성석제 소설세계와 상통한다. 십수년간 각종 매체에 연재하며 갖가지 음식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낸 작업이 ‘음식의 맛, 사람의 맛, 세상의 맛’을 함께 음미하게 한다.

단편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모든 면에서 평균치에 못 미치는 농부 황만근의 일생을 묘비명의 형식을 삽입해 서술한 표제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포함하여, 한 친목계 모임에서 우연히 벌어진 조직폭력배들과의 한판 싸움을 그린 「쾌활냇가의 명랑한 곗날」, 돈많은 과부와 결혼해 잘살아보려던 한 입주과외 대학생이 차례로 유복한 집안의 여성들을 만나 겪는 일을 그린 「욕탕의 여인들」, 세상의 경계선상을 떠도는 괴이한 인물들의 모습을 담은 「책」, 「천애윤락」,「천하제일 남가이」등 2년여 동안 발표한 일곱 편의 중 · 단편을 한 권으로 엮었다. 이번 작품집도 예외없이 세상의 통념과 질서를 향해 작가 특유의 유쾌한 펀치를 날리는데, 비극과 희극, 해학과 풍자 사이를 종횡무진한다.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는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이후 성석제가 3년간 발표한 단편들을 모았다. 혼기에 이른 맏딸을 염려하는 어머니의 이야기와 딸이 어머니에게 읽어드리는 옛이야기를 교차 시키며 유려하게 텍스트를 직조해낸 표제작을 비롯, 제49회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내 고운 벗님' 등 총9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기성의 통념과 가치를 뒤집는 화려한 수사와 “웃음의 모든 차원을 자유자재로 열어놓는 말의 부림”으로 우리 주변에 있음직한 각양각색 인물들의 삶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소설의 표면에 드러나는 유쾌한 재미와 해학, 풍자 밑에는 세상을 보는 날카로운 통찰이 번뜩이기도 하고 그리움이나 인간을 향한 건강하고 따뜻한 시선이 은근히 깔려 있다.

이외의 소설집으로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새가 되었네』 『재미나는 인생』 『아빠 아빠 오, 불쌍한 우리 아빠』 『호랑이를 봤다』 『홀림』 『지금 행복해』 『첫사랑』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참말로 좋은 날』 『이 인간이 정말』 『믜리도 괴리도 업시』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 등과 장편소설 『왕을 찾아서』 『궁전의 새』 『순정』 『인간의 힘』 『도망자 이치도』 『위풍당당』 『투명인간』 『왕은 안녕하시다』(전2권) 등, 산문집 『소풍』 『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칼과 황홀』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 『근데 사실 조금은 굉장하고 영원할 이야기』 등이 있으며, 명문장들을 가려 뽑아 묶은 『성석제가 찾은 맛있는 문장들』이 있다.

1997년 단편 「유랑」으로 제30회 한국일보문학상을, 2000년 「홀림」으로 제13회 동서문학상을 수상했고, 2001년 단편「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로 제2회 이효석문학상, 같은 작품으로 2002년 제33회 동인문학상을 받았으며, 2004년 「내 고운 벗님」으로 제49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성석제의 다른 상품

孔善玉

1963년 전라남도 곡성 출생.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중퇴하고 1991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중편 '씨앗불'을 발표하며 작가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1992년 여성신문학상, 1995년 제13회 신동엽창작기금수여, 2004년 제36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2005 제2회 올해의 예술상 문학부문 올해의 예술상, 만해문학상, 요산김정한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의 모습과 가난의 문제를 현실적으로 다뤄온 작가 공선옥. 특히 여성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모성을 생동감 넘치는 언어로 표현해 내는 소설가이다. "근대에 태어났지만 전근대적인 삶을 살았다"고
1963년 전라남도 곡성 출생.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중퇴하고 1991년 「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중편 '씨앗불'을 발표하며 작가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1992년 여성신문학상, 1995년 제13회 신동엽창작기금수여, 2004년 제36회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2005 제2회 올해의 예술상 문학부문 올해의 예술상, 만해문학상, 요산김정한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의 모습과 가난의 문제를 현실적으로 다뤄온 작가 공선옥. 특히 여성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모성을 생동감 넘치는 언어로 표현해 내는 소설가이다.

"근대에 태어났지만 전근대적인 삶을 살았다"고 전하는 작가의 음성은 유년시절 아버지는 밖으로 나돌고, 세 자매가 생존을 위해 뛰어야 했던 상황에서 둘째 딸의 책무를 지닌 채 "같은 연배 또래들이라고 해서 같은 시대를 사는 것은 아님"을 깨닫는다. 참외 파는 소녀이기도 했으며, 입학만 한 상태에서 무학점 학생으로 남아야 했고, 빚에 쫓겨 다니는 아버지, 몸이 불편한 어머니의 병간호가 작가 공선옥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이었다.

공장을 떠돌며 위장 취업자가 아닌, 대학생 출신 생계 취업자였으며, 나중에는 고속버스, 관광버스, 직행버스를 전전하며 안내양을 하던 어느 날 “나의 궁핍한 시절이 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떠올리며 작가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 소설가 공선옥은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목마른 계절」 「우리 생애의 꽃」 등 개성있는 작품을 잇따라 발표하며 가진 자에게는 눈물의 슬픔을, 없는 사람들에게는 희망의 기쁨을 안겨 주는 작가이다.

화려한 정원에서 보호받고 주목받는 꽃보다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바람 부는 길가에서 피었다 지는 작은 꽃들에게 눈길을 보내온 작가는 작품 속에서 주로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들의 삶, 특히 여성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모성을 섬세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언어로 담아내고 있다. 2002년 『멋진 한세상』이후 5년만에 내놓은 소설집 『명랑한 밤길』역시 그녀의 작품 경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소설집 역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세상의 중심이 아닌 변방에서 버둥거리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국내 최초로 온라인 독자 커뮤니티 문학동네에 일일연재되어, 화제를 모았으며, 가장 아픈 시대를 가장 예쁘게 살아내야 했던 젊은이들의 고뇌를 생생하게 그려내었다. 스무 살 시기의, ‘사람들이 많이 죽어간 한 도시’에서의 쓸쓸함과 달콤함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란』에서는 가족의 빈자리를 견디며 꿋꿋이 살아가야 하는 인물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일궈낼 수 있는 삶의 행복한 순간을 유려하고 따뜻하게 그려냈으며, 『꽃 같은 시절』은 삶의 터전을 위협받는 사람들, 철저하게 이 사회의 '약자'로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꽃 같은 싸움을 담고 있다.

소설집 『피어라 수선화』, 『내 생의 알리바이』, 『멋진 한세상』, 『명랑한 밤길』, 『나는 죽지 않겠다』, 장편소설 『유랑가족』,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영란』, 『꽃 같은 시절』,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등이 있다.

공선옥의 다른 상품

소설집 《풀밭 위의 돼지》, 《포주 이야기》, 《음악 이전의 책》, 《확장 소설》, 장편소설 《숨김없이 남김없이》, 《벌거숭이들》, 《러브 노이즈》, 한독오디오극 소설 《0장》과 자끄 드뉘망이란 이명으로 시집 《뿔바지》, 《자연사》, 《겨울말》을 출간했다. 2008년 한국일보문학상, 2012년 문지문학상, 2016년 김현문학패를 수상했다. 현재 숭실대학교 문예창작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태용의 다른 상품

2009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가나》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선릉 산책》, 중편소설 《유령》 《세계의 호수》, 장편소설 《바벨》 《프롬 토니오》 《내가 말하고 있잖아》 《너에게 묻는다》 등이 있다. 젊은작가상, 황순원문학상, 문지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소나기마을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젊은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정용준의 다른 상품

소설가. 좋아하는 음식 앞에서 몸과 마음이 반응하는 사람. 2012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15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레이디 맥도날드》 《거짓말》, 소설집 《어느 긴 여름의 너구리》, 경장편소설 《서핑하는 정신》, 산문집 《밤은 부드러워, 마셔》 《당신은 빙하 같지만 그래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 《오늘도 초록》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등이 있다.

한은형의 다른 상품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후 십여 년간 잡지사 기자와 편집장으로 일하다가 뒤늦게 소설가로 데뷔했다. 2016년 경남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선의 취향」으로 당선됐고, 장편소설 『런던의 안식월』로 인터파크도서가 주최한 제1회 ‘K-오서 어워즈’를 수상했다. 2016년 장편소설 『스칼렛 오아라』를 출간했으며, 2018년 성석제 공선옥 김태용 정용준 한은형 등 다섯 명의 작가들과 함께 북한을 소재로 한 단편소설집 『안녕, 평양』을 펴냈다. 2019년 4월 세 번째 장편소설 『로봇 유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와 첫 번째 에세이 『내 마음의 처방전』을 동시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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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7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308g | 140*205*20mm
ISBN13
9791186615348

책 속으로

준은 날마다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했다. 국경을 넘어 누나가 있는 한국 구로동까지의 여정이 자신
의 인생에서 마지막 고난일 줄 알았다. 그런데 준의 앞에 닥친 고난은 전혀 새로운 것이었다. 함경도 무산 집을 떠나 머나먼 타국을 거쳐 이곳 경기도 마전까지 와서 이런 삶을 살 거라고 준은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생은, 준을 이곳 마전에 데려다 놓았다. 꿈에서도 보지 못했던 낯선 고장에. --- p.18

무산에서 이웃에 살던 용호는 엄마 아버지를 병으로 잃고 천애 고아가 되어 준을 삼촌이라 여기며 따랐다. 한국 와서 나이는 열일곱이어도 키가 작아 중학교에 넣어 놨는데 적응을 못하고 거리 생활로 스물이 되었다. 남쪽 식 농담도 곧잘 해서 누가 어느 학교 나왔느냐 물으면 거리학교 나왔다고 받아칠 줄도 아는 용호는 그러나 돈 받고 일 해결해 주기로 했다가 돈도 못 받고 이빨만 부러진 것을 보면 거리학교에서 그리 우등생은 아니었던가 보았다. 돈이 없어 이빨을 못 해넣고 이빨이 없어 위장병을 앓는 용호한테 준은 휴대폰비 삼십만 원을 꾼 적이 있다. 지가 이빨 해넣을 값이라도 벌려고 나가는 일에 나와서 저한테 갚을 돈이라도 벌라는 전화일 것이다. --- p.25

“부모님을 다 여의었다고? 아이고 마침 잘되었네. 우리가 바로 아부지연합이야. 우리가 자네 아부지 노릇을 해줌세.”
준은 노인들이 낯설지 않다. 용호가 나오라고 해서 나간 광화문에 바로 지금 이렇게 어깨에 아버지연합 띠를 맨 노인들이 줄을 지어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노인들 중에는 사돈 노인처럼 뒤뚱거리는 걸음을 걷는 노인도 있었다. 휴대폰을 귀에 댄 채 노인들 곁을 지나가던 청년이 피식피식 웃었다. 그 웃는 모습이 고약해 보였는지 한 노인이 청년한테 삿대질을 했다. --- p.29

옥미와 나는 평양 대동강변의 미래과학자거리를 걷고 있다. 머릿속으로 글을 쓰면서. 글을 쓰면서. 김책종합공업대학 교육자 아파트에 살고 있는 리현심 박사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이전부터 걸어 보고 싶었던 거리였다. 두 차례의 평양 방문이 있었지만 빠듯한 일정에 어리둥절해하며 시간을 보내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청와대 상시 출입기자인 선배가 평양지국 미디어센터 총괄본부장에게 부탁해 다소 여유로운 일정을 잡은 것이다. 마침 본부장 지인인 예약자의 갑작스러운 취소로 류경호텔의 중급 비즈니스룸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것도 뜻밖의 행운이었다. --- p.39

평양 시내가 한눈에 내다보이는 1091호의 USM 프리츠 할러가 설계한 크롬모듈 의자에 앉아 있으니 이대로 호텔이 통째로 발사되어 우주로 날아갈지도 모른다는 우스운 생각도 들었다. 화장실 옆에 캡슐 모양의 일인용 전자담배 전용 E-Cig룸이 있고, 柳京이라는 빨간 라벨이 붙어 있는 장식용 호텔 미니어처 재떨이는 훔치고 싶을 정도의 잇 아이템이었다. --- p.40

“여기에도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많나요?”
“어릴 적 슬픔병은 미제자본주의의 질병이라고 배웠어요. 이제 우리도 자본주의 옷을 벗을 수 없으니 슬픔병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과학기술전당 〈11차원 과학 세계 심포지엄〉에서는 ‘암흑물질과 슬픔병’이라는 주제로 연구자들의 발표가 있기도 했지요. 당이 규정한 슬픔병에 대한 아다먹기식 고집들이 아직 있어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슬픔병 약이 많이 팔리고도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피로감에 더해 여전히 경제에 허덕이고, 수심 가득한 얼굴로 고난의 행군 중인 사람들이 많지요. 이제 당의 안내자도 없어질 알직업입니다. ” --- p.46~47

남자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나무에 매달렸다. 매달리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어서. 온몸의 관절이 빠지고 뼈마디란 뼈마디가 다 어긋나는 듯한 고통을 느끼고 싶어서. 적어도 그랬을 때의 기억, 떠올리기조차 싫은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뼈가 빠지도록 매달려 있는 것이다. 그게 속죄 행위이기라도 한 양, 스스로를 벌하는 것처럼. 그는 한 시간째, 아무도 없는 강변에서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물을 제대로 짜지 않고 널어 놓은 빨래처럼 흐느끼고 흐느적거리며 매달려 있다. --- p.86

“일부러 이런 험한 날씨를 골라서 명태를 잡는 척하고 우리 공화국에 침투할 간첩을 실어다준 게 아닌가?”
그들의 각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선원들은 자신들이 배 아래에 숨겨온 북파 간첩의 신상에 관해서 자다가도 일어나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달달 외웠다. 목숨이 암기력에 달렸다. 남한의 바닷가 항구도시에는 간첩을 양성하는 아지트가 있다. 북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하고 요인을 암살하는 등으로 혼란을 조성하기 위해 북파된 간첩은 북쪽에 성공적으로 침투하지 못하게 되면 스스로 발에 돌덩이를 매단 채 독약이 든 캡슐을 깨물고 바다 아래로 가라앉곤 한다. 그들의 배에 어부를 가장해 승선했던 간첩 역시 그렇게 한 것으로 정해졌다. --- p.91

아들이 투신했다는 다리 아래로 가서 다시 한번 공책의 내용을 읽고 난 그는 어깨에 메고 있던 연장가방을 열었다. 거기에는 손에 익은 연장과 밧줄, 드라이버, 커터 같은 게 들어 있었다. 그는 밧줄을 꺼내 왼쪽 손목을 묶고 반대편으로는 올가미를 만든 뒤 다리 아래의 느티나무로 다가갔다. 나무 곁의 바위에 올라선 그에게 늙은 느티나무는 낮고 튼튼한 가지를 내주었다. 그는 나뭇가지에 끈을 던져 올린 뒤에 내려온 끈의 올가미 속에 오른쪽 팔목을 집어넣었다. 한순간 그의 몸이 휘청, 하고 들렸다. 공중에 뜬 채로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몸부림칠수록 고통이 커진다는 것을 뼈저리게 잘 알고 있었다. --- p.112

새벽 한 시. 박순명, 김기준, 이나강, 그리고 불청객 폴리를 태운 나이트버스가 경주를 향해 출발했다. 박순명은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차선을 바꿀 때마다 물속으로 들어가는 심정을 느꼈다. 다시는 육지로 돌아가지 못하겠지. 어쩌면 내 삶은 오늘부로 소각될지도 모른다. 후회는 없다. 아쉬움이나 미련 같은 것도 없다. 끝도 없는 기다림의 나날들. 오늘로 끝낼 것이다. 박순명은 버스를 일차선으로 옮겨 속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 p.126~127

이 모임이 어쩌면 사이비종교단체의 비밀 회합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에서부터 이곳 경주까지 오는 동안 그들의 행동에는 단순히 관광이라고 하기엔 석연치 않은 무언가가 있었다. 폴리는 뉴스와 신문에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사이비종교단체들과 관계된 사건 사고를 떠올렸다. 하나같이 비상식적이고 어처구니없는 사례들이었다. 저런 사람들은 도대체 어딜 가야 만날 수 있나 싶었는데 지금 여기 있는 것이다. 폴리는 약간 긴장하며 들고 있던 기타를 품에 꼭 안았다. --- p.141

나이트버스는 푸르고 희뿌연 여명에 잠긴 한적한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 잠겨 있던 정체불명의 풍경이 드러났다. 내려올 땐 볼 수 없었던 산과 들판, 작은 마을과 버려진 헛간이 그림처럼 스쳐 지나갔다. 수면에 피어오르는 물안개 위로 크고 작은 새들이 날고 있었다. 폴리는 어떤 영감에 휩싸여 그것들을 황홀한 눈으로 감상하다 난데없이 노트와 기타를 꺼냈다. 노트에 뭔가를 적고 기타 줄을 튕기고 다시 뭔가를 적고 또 기타 줄을 튕기기를 반복했다. --- p.149

종업원에게 냉면을 자를 가위를 가져다 달라고 했을 때 그녀는 나를 무지렁이처럼 바라보며 핀잔을 주었다. 젓가락에 걸려 있던 냉면 가닥이 풀어지는 것도 모른 채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파란색 투피스는 다소 투박하고 유행이 지난 듯해 보였지만 그녀를 위한 맞춤옷처럼 어울렸다. 이마는 봉긋했고, 가슴도 봉긋했고, 입술도 봉긋했고, 콧잔등도 봉긋했고 발등도 봉긋할 것 같았다. --- p.161

하염없이 우는 그녀를 오라버니는 꼭 안아 주었다. 오라버니의 어깨 너머 커다란 창문을 통해 지금껏 본 적 없던 평양 시내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노을에 물든 주체사상탑이며 어스름한 불빛이 신비로운 윤곽을 자아내는 두루섬이며 부드럽고 검푸른 비단이 나풀거리는 것 같은 대동강 풍경이 그녀에게 평양이라는 신세계의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환상적인 야경을 바라보며 그녀는 생각했다. 이 도시는 내게 행운의 도시구나, 라고. --- p.180

베트남을 거쳐 태국으로 들어가 몇 달 동안 죽은 듯이 숨어 있다가 가까스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아,
지금 생각나는데, 그 에미나이 가끔씩 스스로를 적대적 이상론자라고 했습니다. 아직도 전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그 버러지만도 못한 에미나이 때문에 아프신 어머니 홀로 놔두고 여기까지 도망쳐 온 생각만 하면 지금이라도 당장 죽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 p.189

순안공항부터 숙소로 정해진 평양의 아파트로 가는 데까지는 두 시간 정도가 걸렸다. 초록이 없는 황토색 둔덕들. 반듯하게 뻗은 길과 반듯하게 이어지는 건물들. 반듯한 거리가 이어졌다. 평양의 건물들은 몬드리안의 그림을 삼차원으로 기립시켜 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우아함과 율동감이 빠진 몬드리안. 내가 머물게 될 아파트는 ‘일심’과 ‘단결’ 아파트 근처에 있었다. 아파트 이름이 일심이었고, 단결이었다. ‘백전’과 ‘백승’도 있었다. 이런 아파트의 이름을 읽으면서 나는 사회주의 국가에 와 있다는 실물감이 들었다. 남한의 아파트에는 대개 건설회사의 이름이 붙었고, 고급 주거지일 경우에는 ‘캐슬’이니 ‘펠리체’니 ‘팰리스’니 하는 ‘궁(宮)’에 해당되는 외국어 접사가 들어갔다. 내가 알기로 평양에서 ‘궁’이 붙는 경우는 단 하나뿐이었다. --- p.203

호네커의 사우나는 평양에 있는 동독의 대사관에 설치되었다. 전 세계에 있던 동독대사관은 1990년에 없어졌다. 평양에서도 그랬다. 나는 들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동독과 서독의 지도자가 만나 통일을 합의하고, 마침내 통일을 앞둔 전날, 평양의 동독대사관에서 있던 일을. 동독 대사관 사람들은 평양에 있는 다른 대사관 직원들을 초청해 파티를 연다. 동독대사관의 주류 저장고를 비우기 위해. 자정, 통일된 나라가 탄생한 그 순간, 파티는 끝나고, 동독인들은 잠을 자러 간다. 평양의 마지막 동독인들. 이제는 동독인이 아닌 사람들. 그때 나는 잠들어 있었다. 나는 서독인으로 잠들었다가 통일 독일의 국민이 되어서 깨어났다.

--- p.208

출판사 리뷰

이제, 평양을 여행할 시간

대한민국 소설가들의 북한 이야기『안녕, 평양』은 3년 전 기획됐다. 독립출판사 엉터리북스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출판사 바람(2013~2015년)이 앞서 출판했던 호기로운 여행 소설집 시리즈가 그 시작이었다. 2013년 출간했던 해외여행 소설집『도시와 나』와 2014년 출간한 국내 여행 소설집『그 길 끝에 다시』에 이어, 당시만 해도 ‘금단의 땅’이었던 북한을 소재로 세 번째 여행 소설집을 펴내고자 했다. 여러 소설가에게 원고 청탁을 했지만, 많은 거절 끝에 여느 때보다 더딘 속도로 작품이 완성됐다. 하지만 어렵게 작품을 취합했을 즈음 출판사 사정으로 인해 출간이 기약 없이 미뤄졌고, 이 기획은 아쉽게도 묻히는 듯했다.

그러나 꽁꽁 얼어붙었던 한반도에 해빙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감동과 감탄을 선사하는 남북미 관계를 마주하며 다시 용기를 내 원고에 묻어 있던 먼지를 털어냈다. 이미 3년 전 신작 소설을 보내주었던 공선옥, 김태용, 정용준, 한은형, 이승민 작가와 함께 성석제 작가가 동참해주었다. 몇몇 작가들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소설을 조금씩 손보기도 했고, 어떤 작가는 완전히 새로운 소설을 보내오기도 했다. 원래 청탁을 건넸던 백영옥 작가는 바쁜 일정 탓에 소설을 쓰진 못했지만, 기꺼이 소설을 읽고 짧은 에세이를 보내주었다. 그렇게『안녕, 평양』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이제, 여섯 편의 소설과 함께 북한을 들여다보아도 좋은 시간이 되었다.

당대의 현실을 가혹하리만치 리얼하게 그려내는 공선옥 작가는 단편 『세상에 그런 곳은』에서 계약직 노동자 완과 북한 이주민 준, 두 남자의 시선을 교차해가며 그들의 남루한 일상을 보여준다. 해고 통보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며 이성에 대한 호감조차 물리적 생활고로 인해 삭히고 마는 노총각의 한숨과 몇 푼이라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어버이연합의 시위에 용역으로 가담하는 새터민의 구토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 속에서 악전고투하는 인간 군상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과연 그들이 꿈꾸는 ‘그런 곳’은 어디에 있을까?

작가 특유의 독특한 서사와 지적인 탐구가 돋보이는 김태용의 단편 『옥미의 여름』은 2023년 평양을 배경으로 북한의 최고 여성 과학자와 연구원, 서울의 여성 기자의 흥미진진한 만남을 따라간다.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이후, 제한적이지만 남북의 경제 교류도 활성화되고 있는 가까운 미래의 어느 여름날, 만나기 까다로운 북한의 여성 과학자 리현심 박사를 인터뷰하기 위해 대동강변 과학자거리에서 북한의 연구원 옥미를 만난 남한 기자 여름의 낯선 발견과 성찰을 통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게 학문적 열망과 예술적 기호에 심취한 북한 지식인의 모습을 그려보게 한다.

당대의 이야기꾼 성석제 작가의 『매달리다』는 천생 뱃사람으로 태어나 평생을 성실히 살았지만 느닷없이 간첩으로 내몰려 비극적인 삶을 살아야 했던 한 사내의 인생을 담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작가는 지극히 평범한 주인공을 내세워 인물의 희로애락을 덤덤히 이야기하지만, 그를 둘러싼 우리 역사는 꼬이고 비틀어져 그를 온전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참혹한 역사는 분노를 내뿜게 하지만, 몸부림칠수록 고통이 커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주인공이 보여주는 삶의 태도는 가슴 한구석을 때로 뜨겁게 때로 서늘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성석제 작가의 소설집『믜리도 괴리도 업시(문학동네, 2016)』에 수록됐던 작품을 작가가 직접 매만져 재수록한 것이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인간성의 탐색에 몰두해온 정용준 작가는 인디 가수와 간첩단 일행의 웃지 못할 동행을 그린 블랙코미디 『나이트버스』를 선보인다. 남한에서 버스 기사, 사설 경호원, 골프장 캐디, 두부공장 직원, 심부름센터 아르바이트, 대학교 시간강사 등으로 근근이 생활해온 간첩단이 회심의 접선을 하기로 계획한 날 그들의 버스에 잘못 승차한 가수 폴리는 아무것도 모른 채 경주로 함께 이동한다. 계획에 없던 살인을 고민하는 순수한(?) 간첩들과 계획에 없던 여행에 나서며 ‘나이스 나이스’ 노래를 흥얼거리는 순진한(!) 가수의 대비는 웃고 있지만 눈물이 나는, 그야말로 아이러니한 삶의 순간을 포착한다.

『안녕, 평양』에서 가장 신예 작가인 이승민은 『연분희 애정사』에서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북한 여인의 지독한 애정사를 파고든다. 매너리즘에 빠져 지내던 신문기자 ‘나’는 금강산 관광 취재에 나섰다가 현지 공연단에서 인상적인 무대를 펼친 인민배우 연분희를 인터뷰하게 되는데, 한국 여성들과 달리 순수하고 거침없는 매력을 보이는 그녀의 사랑 이야기에 깊이 빠져든다. 하지만 몇 년 후 그녀의 연인이었던 공연단 단장이 귀순하면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듣고 만다.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어느 곳이나 욕망과 사랑이 뒤엉켜 있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2015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한은형 작가의 『샌프란시스코 사우나』는 독일 본(Bonn)에서 태어난 한국계 독일인 ‘본’이 베를린부터 서울과 베이징을 거쳐 평양과 샌프란시스코에 이르는 묘한 여정을 담아내고 있다. 주인공 본은 관념적으로만 알던 세상을 직접 바라보고 대응해나가며 실체에 보다 깊숙이 접근하고자 안간힘을 쓴다. 한은형 작가 특유의 문장이 인상적인데, 특히 독일계 한국인 주인공의 의식과 말투를 고스란히 따르는 듯한 문체는 독특한 읽는 재미를 선사한다.

표지 디자인 의도

북 디자인은 한국 출판계에서 현재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북 디자이너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정은경이 맡았다. 정은경은 “6편의 소설을 모두 읽은 뒤, 가장 지배적으로 다가온 감각은 ‘모호함’이었다”고 설명했다. 모든 이들에게 그렇듯이, 소설가들이 바라보고 그려낸 ‘북한’이라는 이야기 역시 현실로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손에 잡히지 않는 흐릿한 형상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표지가 젖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흐릿하고 불분명한 공간의 이미지를 담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아직은 불명확한 저 너머의 공간을 애정 어린 시선과 따뜻한 색채로 감싸 안았다. 각 작품의 시작 부분에 들어간 이미지는 38선 경계 라인과 평양의 위치를 선과 점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또 하나의 선물, 일러스트레이터 서인지의 여섯 폭 병풍 [안녕평양圖]

출간을 기념하며『안녕, 평양』에 담긴 소설 6편에서 받은 영감을 표현한 일러스트레이션 아트워크 [안녕평양圖]를 함께 제작했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애니메이터인 서인지는 엑소의 뮤직비디오 [Power], 휘슬러코리아의 2018 캠페인 [Chop!Chop!]을 비롯해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다. 6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주요 모티브, 배경이 되는 공간과 다양한 문학적 상징 등을 추출해 낸 뒤, 자신만의 상상력을 더해 독특한 형태의 ‘여섯 폭 병풍’에 담아냈다. 포스터처럼 벽에 붙여도 좋고, 선을 따라 접은 뒤 책상 위에 세워 두면 독특한 소품이 된다. 책과 짝을 이루는 기분 좋은 선물이지만, 작가 특유의 총천연색 컬러와 동양적 모티브, 수공예적 섬세함이 한 땀 한 땀 새겨진 아트워크로 그 자체만으로도 소장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다.

추천평

2018년 4월 27일. 남쪽의 대통령과 북쪽의 국무위원장이 남한과 북한의 땅을 나란히 넘는 순간 코끝이 찡했다. 몇 달 전 세계 정세를 생각하면 꿈 같은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략…) 평화의 무드 속에서 어떤 사람들은 서울 역사에 서 있는 자신을 보기도 한다. 플랫폼 여기저기에는 평양행, 베이징행, 블라디보스토크행 열차 시간을 알리는 전광판이 붙어 있다. 누군들 그렇지 않을까. 우동 먹으러 일본의 가가와현까지 가는 세상에, 그보다 가까운 평양에서 평양냉면을 먹을 수 없다는 건 비극적인 일이었다. 분단으로 섬나라 아닌 섬나라에 살았던 우리에게 이 땅이 유럽까지 이어진 대륙이었음을 실감하게 할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가끔 롤러코스터에 탄 것처럼 현기증이 난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늙다리 미치광이’와 ‘꼬마 로캣맨’이라고 서로를 맹렬히 비난하던 두 정상이 손을 맞잡게 될 줄 알았겠는가. 오,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

(…중략…)

그러나 여기에 누구도 모를 또 다른 반전 하나가 있다. 북한 관련 소설집이 나온다는 얘기를 들은 건 이미 3년 전이었다. 당시엔 이런 책이 과연 나올 수 있을까 의아했었다. 좋아하는 작가들이 북한 관련 소설을 쓰고 있었을 그 시간, 나는 이 소설집의 미래를 걱정했었다. 하지만 결국 북한에 대한 소설이 나왔다.

(…중략…)

여기 어부로 평생을 성실히 살았으나 납북된 후, 뒤늦게 간첩으로 몰린 아버지의 이야기가 있다. 평양에서 NGO 단체 일원으로 일하며 북한 여인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와 남한의 대학 입시에 ‘북한 역사’가 선택 과목으로 지정된 미래의 어느 날, 북한 최고 핵물리학자를 인터뷰하러 가는 남한 기자 이야기도 있다. 북한예술단에서 만난 한 여자의 연애사는 특정 인물을 연상시키며, 간첩으로 몰려 비극을 되풀이하는 남자의 이야기 역시 현존하는 인물을 별 수 없이 떠올리게 한다. 현실에서 길어온 작가의 상상력이 북한의 장마당과 평양의 거리와 그곳 사람들의 내면 풍경을 소환한다. 책을 다 읽을 즈음, 종점에서 내리지 못해 얼떨결에 경주로 가는 ‘나이트버스’에 탑승한 인디밴드 음악가가 부르는 노래가 떠올랐다.

나이트 나이트 괜찮아요. 나이스 나이스 괜찮아요.

과연 지난 몇 십 년간은 나이트, 밤과 어둠의 시절이었다. 하지만 어둠을 밀어내는 것은 빛이다. 진짜 빛을 보기 위해 우리가 때로 사막에 가야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지나친 낙관을 경계해야 하지만 어느 시절엔 그저 믿어보고 싶을 때도 있다.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없겠지만, 어느 시절엔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나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이스 나이스 괜찮다.”는 저 노래가 서로에게 닿아본 적 없는 땅, 한라에서 백두까지 들렸으면 좋겠다.
- 백영옥 (소설가)
리뷰 총점 8.8
한줄평 총점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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