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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클로짓 노블 The Closet Novel
7인의 옷장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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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패션’이 소설을 만났을 때
‘패션’을 주제로 쓰여진 7편의 소설집. 은희경, 편혜영, 김중혁, 백가흠, 정이현, 정용준, 손보미. 일곱 명의 작가가 각각 '들다', '쓰다', '신다', '입다'라는 주제로 소설을 썼다. 우리가 들고, 쓰고, 신고, 입는 것들로써 결핍과 상실을, 삶의 사소한 비밀들과 희미한 추억들을 말한다.
2014.11.18. 소설/시 PD

책소개

목차

여는 글
박지호, 패션이라는 파사주

들다
김중혁, 종이 위의 욕조
쓰다
정이현, 상자의 미래
정용준, 미드윈터
신다
은희경, 대용품
편혜영, 앨리스 옆집에 살았다
백가흠, 네 친구
입다
손보미, 언포게터블UNFORGETTABLE

닫는 글
이광호, 보잘것없는 비밀들

IN THE CLOSET

저자 소개 7

소설가. 메모 전문가. 종이에 낙서하기 전문가. 백여 개가 넘는 메모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며, 수백 권의 노트에다 메모를 남겼다. 그중 몇 개의 메모는 소설이 되었고 몇 개의 메모는 에세이가, 몇 개의 메모는 그림이 되었다. 그중 몇 개의 메모는 농담이 되었고, 그중 몇 개의 메모는 수면 위로 떠오를 때를 기다리며 잘 쉬고 있다. 2000년 『문학과사회』에 중편소설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데뷔했다. 소설집 『1F/B1 일층, 지하 일층』, 『악기들의 도서관』,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나는 농담이다』, 에세이 『무엇이든 쓰게 된다』, 『뭐라도 되겠지』, 『영화 보고 오
소설가. 메모 전문가. 종이에 낙서하기 전문가. 백여 개가 넘는 메모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며, 수백 권의 노트에다 메모를 남겼다. 그중 몇 개의 메모는 소설이 되었고 몇 개의 메모는 에세이가, 몇 개의 메모는 그림이 되었다. 그중 몇 개의 메모는 농담이 되었고, 그중 몇 개의 메모는 수면 위로 떠오를 때를 기다리며 잘 쉬고 있다.

2000년 『문학과사회』에 중편소설 「펭귄뉴스」를 발표하며 데뷔했다. 소설집 『1F/B1 일층, 지하 일층』, 『악기들의 도서관』, 『당신의 그림자는 월요일』, 『나는 농담이다』, 에세이 『무엇이든 쓰게 된다』, 『뭐라도 되겠지』, 『영화 보고 오는 길에 글을 썼습니다』 등을 썼고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심훈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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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梨賢

소설가. 2022년 12월까지 개를 만지지 못했던 사람. 지금은 유기 동물 보호소에서 입양한 바둑이와 함께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낭만적 사랑과 사회》 《오늘의 거짓말》 《상냥한 폭력의 시대》, 장편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너는 모른다》 《사랑의 기초: 연인들》 《안녕, 내 모든 것》, 중편소설 《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 짧은 소설 《말하자면 좋은 사람》, 산문집 《풍선》 《작별》 《우리가 녹는 온도》 등이 있다. 이효석문학상, 현대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정이현의 다른 상품

2009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가나》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선릉 산책》, 중편소설 《유령》 《세계의 호수》, 장편소설 《바벨》 《프롬 토니오》 《내가 말하고 있잖아》 《너에게 묻는다》 등이 있다. 젊은작가상, 황순원문학상, 문지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소나기마을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젊은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정용준의 다른 상품

Eun Hui Gyeong,殷熙耕

1959년 전북 고창에서 출생했고 전주여고를 거쳐 숙명여대 국문과와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출판사와 잡지사에서 근무하였다.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고독과 내면적 상처에 관심을 쏟는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하여 젊은 작가군의 선두 주자가 되었다. 등단 3년만인 1998년에 『아내의 상자』로 제22회 이상문학상 수상하면서 소설가로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한국문학번역원 비상임이사(제4대, 임기3년), 문화관광부 한국문학예술위원회 문학위원회 상임위원, 미국 워싱턴대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였다. 30대 중반의 어느 날, `이렇게 살다 내 인생 끝나고 말지` 하는 생
1959년 전북 고창에서 출생했고 전주여고를 거쳐 숙명여대 국문과와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출판사와 잡지사에서 근무하였다.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고독과 내면적 상처에 관심을 쏟는 작품들을 잇달아 발표하여 젊은 작가군의 선두 주자가 되었다. 등단 3년만인 1998년에 『아내의 상자』로 제22회 이상문학상 수상하면서 소설가로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한국문학번역원 비상임이사(제4대, 임기3년), 문화관광부 한국문학예술위원회 문학위원회 상임위원, 미국 워싱턴대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였다.

30대 중반의 어느 날, `이렇게 살다 내 인생 끝나고 말지` 하는 생각에 노트북 컴퓨터 하나 달랑 챙겨 들고 지방에 내려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은희경의 인생을 바꿨다.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이중주』가 당선되어 등단했으나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자, 산사에 틀어박혀 두 달 만에 『새의 선물』을 썼다. 이 작품이 제1회 문학동네 소설상을 수상하면서 필명을 날리게 되었다. 한 해에 신춘문예 당선과 문학상 수상을 동시에 한 작가는 1979년 이문열, 1987년 장정일 이후 처음이었다. 또한 1997년에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로 제10회 동서문학상을, 1998년에 단편소설 『아내의 상자』로 제22회 이상문학상을 수상, 2000년에 단편소설 『내가 살았던 집』으로 제26회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은희경은 등단한 다음 해부터 2년 동안 엄청난 양의 작품을 소화해냈다. 해마다 2000매 이상을 썼을 것으로 추측된다. 은희경 소설은 무엇보다 ''잘 읽힌다''는 것과 무척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뒤에는 단순한 유머가 아닌 진한 페이소스를 숨기고 있다. 은희경 소설의 매력은 소설의 서사 진행 과정중 독자들 옆구리를 치듯 불쑥 생에 대한 단상을 날리는 데 있다.

그녀의 소설을 흔히 사랑소설 혹은 연애소설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은희경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상투성'', 그로 인해 초래되는 진정한 인간적 소통의 단절"이라고 한다. 그녀를 따라 다니는 또 하나의 평은 ''냉소적''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사랑이나 인간에 대해 환상을 깨고 싶어한다. 그녀에 의하면 ''사랑의 가장 커다란 병균은 사랑에 대한 환상''이다. 그녀는 사랑에 관한 이 치명적인 환상을 없애기 위해 사랑을 상대로 위악적인 실험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대표작 중 하나인『마이너리그』는 58년 개띠 동창생 네 친구의 얽히고 설킨 25년 여 인생을 추적하면서 '마이너리그'란 상징어로 한국사회의 '비주류', 그러나 실제로는 대다수 보통 사람들이 해당될 수밖에 없는 '2류인생'의 흔들리는 역정을 경쾌한 터치로 그려낸 소설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있는 갖가지 허위의식, 즉 패거리주의 학벌주의 지역연고주의 남성우월주의 등을 마음껏 비웃고 조롱하는 가운데, 주인공들의 마이너 인생을 애증으로 포옹한다. 작가는 권두의 '작가의 말'에서 "내게 주어진 여성이라는 사회적 상황은 한때 나로 하여금 남성성에 대한 신랄함을 갖게 했다. 이제 나를 세상의 남성과 화해하게 만든 것은 삶의 마이너리티 안에서의 동료애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불완전한 도중(道中)에 있다"라고 말한다.

저서로 소설집 『타인에게 말 걸기』, 『상속』,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중국식 룰렛』, 장편소설 『새의 선물』, 『마이너리그』, 『그것은 꿈이었을까』, 『비밀과 거짓말』,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태연한 인생』, 『소년을 위로해줘』, 『빛의 과거』가 있다. 문학동네소설상, 동서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소설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은희경의 다른 상품

Hye-Young Pyun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와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아오이가든』, 『사육장 쪽으로』, 『저녁의 구애』, 『밤이 지나간다』, 『소년이로』, 그리고 『어쩌면 스무 번』 등이 있고, 장편소설 『재와 빨강』, 『서쪽 숲에 갔다』, 『선의 법칙』, 『홀The Hole』, 『죽은 자로 하여금』 등이 있다. 앤솔러지 『놀이터는 24시』에 「우리가 가는 곳」을 수록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젊은작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셜리 잭슨상, 김유정문학상, 제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와 한양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소설집 『아오이가든』, 『사육장 쪽으로』, 『저녁의 구애』, 『밤이 지나간다』, 『소년이로』, 그리고 『어쩌면 스무 번』 등이 있고, 장편소설 『재와 빨강』, 『서쪽 숲에 갔다』, 『선의 법칙』, 『홀The Hole』, 『죽은 자로 하여금』 등이 있다. 앤솔러지 『놀이터는 24시』에 「우리가 가는 곳」을 수록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젊은작가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셜리 잭슨상, 김유정문학상, 제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편혜영의 다른 상품

1974년 전라북도 익산에서 태어났다.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광어〉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귀뚜라미가 온다》 《조대리의 트렁크》 《힌트는 도련님》 《사십사四十四》 《같았다》, 장편소설 《나프탈렌》 《향》 《마담뺑덕》, 짧은 소설 《그리스는 달랐다》, 산문집 《느네 아버지 방에서 운다》 《왜 글은 쓴다고 해가지고》 등이 있다. 현재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백가흠의 다른 상품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9년 [21세기문학]으로 신인상을 수상하고, 약간 혼돈의 시간을 보내다가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담요」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과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맨해튼의 반딧불이』, 중편소설 『우연의 신』,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을 출간했다. ‘망드(망한 드라마)’를 즐겨 보고, ‘고독한 빵순이’로 활동 중이다. 침대 위에 온종일 누워 있는 걸 좋아하는데,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가 내 배 위에 올라와주면 더 좋다. 가끔씩은 고양이가 엄청 부럽다. 천성이 게으른데 안 게으르게 살려고 언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9년 [21세기문학]으로 신인상을 수상하고, 약간 혼돈의 시간을 보내다가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담요」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그들에게 린디합을』과 『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맨해튼의 반딧불이』, 중편소설 『우연의 신』, 장편소설 『디어 랄프 로렌』을 출간했다. ‘망드(망한 드라마)’를 즐겨 보고, ‘고독한 빵순이’로 활동 중이다. 침대 위에 온종일 누워 있는 걸 좋아하는데,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가 내 배 위에 올라와주면 더 좋다. 가끔씩은 고양이가 엄청 부럽다. 천성이 게으른데 안 게으르게 살려고 언제나 노력한다. 2012년 젊은작가상 대상, 2013년 젊은작가상, 2014년 젊은작가상, 2015년 젊은작가상, 제46회 한국일보문학상, 제21회 김준성문학상, 제25회 대산문학상, 2022년 제45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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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4년 11월 1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18쪽 | 312g | 130*210*15mm
ISBN13
9788932026718

책 속으로

- 들다
가방 안에 뭐 들어 있어요?
별거 없어요.
가방 안에 든 것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게 뭐예요?
글쎄요.
잃어버리면 절대 안 되는 거.
없을걸요.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는 건 가방에 안 넣죠.
그래요?
전 그래요.
―김중혁, 「종이 위의 욕조」


- 쓰다
양은 그들의 사랑이 불투명한 도기 주전자에 담긴 뜨거운 청주 같은 것이었다고 의심해야 했다. 한 잔씩 따라 달게 홀짝이다 보면 이윽고 비어버리는 것. 퍼내어도, 퍼내어도 마르지 않는 술병은 없었다. 눈물을 흘리기 전에 박은 음모에 대해 말했었다. 공작에 휘말렸어. 그는 ‘적들’이라는 명사와 ‘저들’이라는 대명사를 병행해 사용했다. 정치인이라는 직업답게 전에도 종종 쓰던 용어였다. 적들이 이미 증거를 확보하고 있어. 저들은 덫에 걸린 짐승은 그냥 놔주지 않아. 그때까지 그녀는 오로지 시간만은 그들의 편이라고 믿었다. 모두에게 져도, 시간에만은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정이현, 「상자의 미래」

1월의 어느 밤이었어. 겨울도 그쯤 되면 바위처럼 단단해지지. [...] 뭔가 극복해야 하거나 이겨내야 한다는 마음조차 사라지거든. 순록이 자신의 무뚝뚝한 기질을 의심하지 않는 것처럼 사람들은 저조한 감정에 대해 깊이 회의하지 않게 되지. 그런 나날들이 지나고 있었어. 그 밤은 이상하게 포근했던 것 같아. 우리는 나란히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누었어. 어둠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깜깜했지만 이상하게 미명처럼 푸르게 느껴지더군. 그에게 물었어. 괜찮으냐고. 그는 희미하게 웃으면서 나쁘지 않아,라고 답하더군. 그도 내게 같은 질문을 했지. 나는 우는 시늉을 하며 말했어. 죽겠다,라고 말이야. 그와 나는 잠시 웃었던 것 같아. 그리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어. [...] 그때 그는 내게 줄 모자를 만들고 있었어.
―정용준, 「미드윈터」


- 신다
작은 소년은 자기 신발을 벗더니 친구의 신발에 발을 집어넣었다. [...] 그는 잠깐 도로 엉덩이를 붙인 다음 제 어깨로 소년의 어깨를 가볍게 건드렸다. 이것 봐. 앉은키는 내가 더 커. 그런 다음 몸을 일으켜 지도교사의 자리를 향해 가기 시작했다. 소년은 고개를 통로 쪽으로 기울인 채 친구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비틀비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단단히 바닥을 딛고 버티는 자신의 신발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은희경, 「대용품」

유신을 의심한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는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그런 짓을 벌일 만큼 용감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기연은 불쑥 신발장 문을 열었다. 무엇이 그렇게 하게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유신이 옆집 도어록을 두고 비밀번호로만 열 수 있다고 해서일까. 금은방 도어록을 설치했다고 거짓말을 해서일까. 하루 종일 제목도 모르는 올드팝을 듣고 가사도 모르면서 허밍으로 뭔가 따라 부르기 때문은 아닐까.
―편혜영, 「앨리스 옆집에 살았다」

혜진은 비를 흠뻑 맞으며 한참을 그대로 앉아 있었다. 배수구로 쓸려 내려가는 빗물과 멀리 도망가 뒤집어진 가방을 번갈아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그녀가 더듬더듬 흩어진 여자의 낡은 구두를 가지런하게 모았다. 앞부리의 굵은 주름이 만져졌다. 한 번도 닦아 신지 않은 듯 보이는 구두. 먼지와 때가 굳어 가죽의 일부가 되어버린 구두를 그녀가 가슴에 움켜쥐었다. 그녀는 여자의 낡고 굽 낮은 구두를 신고 절뚝이며 골목길을 내려갔다. 굽이 나간 하이힐이 가방 안에서 서로 부딪히며 덜그럭거렸다.
―백가흠, 「네 친구」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패션, 삶의 비밀들을 둘러싼 ‘있음’의 근거

숨기고 싶은, 숨길 수 없는
일곱 가지 비밀들
오늘의 작가, 패션을 쓰다

문학, 패션을 만나다


오늘의 문학과 지금의 패션, 두 극단의 접점을 찾는 뜻밖의 시도인 소설집 『THE CLOSET NOVEL―7인의 옷장』이 출간되었다. 시대가 소비하는 가장 고전적인 상품(이자 예술)인 문학과, 이 시대 가장 화려한 지점을 되비추는 거울인 패션은 어떤 지점에서 만날 수 있을까. 2013년 늦겨울, 그 사소한 질문에서 이 소설집은 시작되었다. 그간 패션지에 소설과 시가 실리고 부록으로 소설집을 제공하는 등 패션의 곁에 문학을 두려는 이런저런 시도가 지속되어왔지만 ‘패션’이라는 커다란 주제를 직접 다룬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문학과 패션이 만나는 자리에, 한국문학의 축을 담당하고 있는 은희경, 편혜영, 김중혁, 백가흠, 정이현, 정용준, 손보미, 총 일곱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2014년 상반기 각각 ‘들다’ ‘쓰다’ ‘신다’ ‘입다’라는 주제 가운데 하나를 택해 소설을 썼다. 동시에 남성 패션지 『아레나옴므+』와 이 새로운 시도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더 클로짓 노블』은 그 결과물들을 모아 거르고 녹여낸 책이다.
이 소설집에서 소설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패션을 끌어안는다. 소설은 개인의 서사를 다루는 장르이므로, 『더 클로짓 노블』 속 일곱 편의 소설들은 패션의 일상 속 속성에 주목한다. 우리가 들고, 쓰고, 신고, 입는 것들로써 결핍과 상실을, 삶의 사소한 비밀들과 희미한 추억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시간 속에 등장했던 옷과 가방과 안경이라는 사소한 기호들이 가지는 의미는 해독될 수 없다. 그러면 그것들을 보유하고 있다거나, 기억하고 있다거나, 혹은 그것들에 대해 쓴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 내용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그 삶의 비밀들이 ‘존재’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하나의 방식. [...] 어떤 물건들, 어떤 이미지들은 그것이 있었던 것만으로 삶의 비밀들을 둘러싼 ‘있음’의 근거가 된다. 보잘것없는 삶의 비밀들은 ‘보잘것없어서’ 삶이 존재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는 영원히 자기 자신이 될 수 없지만, 하나의 구두, 하나의 안경이 만들어내는 시간, 그 물건 속에 새겨진 사소한 비밀들을 짐작할 수 있다. 오직 미적인 것만이 삶을 견디게 해준다는 명제는 완벽한 슈트를 입을 수 있는 남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_이광호(문학평론가)

옷장 속 비밀을 엿보다
―“삶에는 알 수 없는 시간과 지나간 시간, 돌이킬 수 없는 시간만이 있을 뿐이다”


#ootd(outfit of the day). SNS에 매일같이 자신의 착장을 공개하는 사람들이 있다. 늘 회색 티셔츠만 입는 젊은 CEO도 있다. 엊그제 입었던 옷을 또 입는 걸 부끄러워하는 사람들과 자신을 각인시키려 혹은 단지 귀찮기 때문에 항상 같은 옷을 입는 사람들이 공존하는 시대, 패션은 개인의 특별함을 꾸며주는 동시에, 그 특별한 내가 실은 어떤 무리에 속해 누구와 함께 얼마나 보편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밝혀주는 무언가이다.
『더 클로짓 노블』로 묶인 일곱 편의 소설에서 들고 쓰고 신고 입는 물건들은 스스로를 돋보이기 위해 개인이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기보단, ‘누군가’나 ‘무언가’를 떠오르게 하는 것들이다. 삶에서 이미 가졌다 놓쳤거나 영영 가질 수 없이 상실 혹은 결핍된 무언가. 있었다가 없어진 누군가의 흔적들, 그리고 그 모든 상징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상자의 미래」(정이현)에는 과거에 “어린 연인 앞에서 한없이 다감”했다가 말년엔 “타인에게 아무런 태도도 취하지 않음으로써 태도를 완성시키는” 사람이 되어버린 ‘양’의 옛 연인, ‘박’을 상징하는 레이밴 보잉 선글라스가 등장한다. 그리고 새로운 남자 ‘장’. 그는 “누구와도 다른 남자였다”고 묘사되지만, 양이 장에게 매료된 것은 ‘장’이 안경을 벗고 레이밴을 쓰던 시점부터다. 레이밴을 “단숨에 알아보았으며 그와 동시에 박의 얼굴이 놀랍도록 생생히 떠올랐”던 그때 양을 휩쓴 “이상한 두려움”이야말로, 명확히 이해할 수도 쉽사리 해독될 수도 없으나 물건에 배어 있던 ‘기억’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다. 선글라스는 곧 양이 거쳐온 시간들을 함축하는 ‘비밀’이다. 큐레이터가 술자리에 두고 나온 밤색 가죽 가방과 아티스트의 친구가 남기고 떠난 가방(김중혁), 스웨덴 시인의 한국인 친구가 만들어주려던 털모자(정용준), 친구와 바꿔 신은 운동화(은희경), 모든 것을 갖춘 듯 보이는 이웃집에 신발 대신 몰래 신고 들어간 깔창(편혜영),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가 남기고 간 신발과 굽이 부러진 하이힐(백가흠), 암흑가의 남자가 차려입은 슈트(손보미) 역시 과거와 현재를 겹치게 하고 흔적을 더듬어 기억하게 하는 것들이다.

‘CLOSET’이란 말 그대로 옷장이며, 숨겨져 있고 비밀이 가득하다는 의미 역시 품고 있다. 옷장 속에서 문학과 패션은 ‘비밀’이라는 키워드로 만난다. 일곱 명의 작가들은 자신의 소설에서 누군가가 누군가를 맞닥뜨리며 생겨나는 불안과 결핍, 상실을 이야기했다. 옷장 문을 열고 개인의 비밀과 추억을 되짚고 난 다음, 다시 닫은 뒤에도 남겨진 비밀들이 더 있다.
작가들의 세계에 매료된 독자들이 궁금해했을 목소리가 한데 묶였다. ‘IN THE CLOSET’에서는 작가들이 옷장 속 어둠을 빌려 짧게 속내를 비친다. 모든 소설가에게 쓴다는 것은 흥미롭고도 난해한 일일 것이다. “살아가는 한 이야기는 생겨”나므로 ‘시간’에 대해 쓰는 작가가 있다. “어떤 이야기에 도달하게 될지” 모르겠다는 작가도 있다. 소설을 쓰는 것은 또한 누군가에게 공 굴리듯이 생각을 굴리다 부풀리고 정리하는 일이다. “시간을 견뎌” “작가로서의 신뢰”를 쌓아 “말년까지 좋은 작품을 발표한 작가”로 남고 싶어 하기도 하고, “너무 숨 가쁘게 온 것 같아서” “앞으로 무엇을 쓸지 의식적으로 생각을 안 하려”고도 한다. 좋은 글을 쓴다는 건 쉽지 않지만 그래도, “어찌 됐건 쓰고는 있을” 것이고 “진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쓸 것이다. 인터뷰에서 추려낸 문장들은 어쩌면 그들이 신중하게 내놓은 ‘힌트’가 아닐까? 비밀이자 힌트로, 다만 그들의 소설을 짐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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