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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벽길
2. 대설주의보 3. 황사에 대하여 4. 황홀한 直射 5. 옷걸이가 닮았네 6. 역사가 없네 7. 눈 내리는 아침 8. 묵은 지를 찢으며 9. 감춰진 눈물 10. 사나운 잠 11. 상봉 12. 눈 13. 여름산 14. 모른 척 하세요 15. 선운사에 가서 16. 고향 17. 겨울밤 18. 전라선 19. 살고 싶은 아침 20. 저물녘 논두렁 21. 구례를 찾아서 22. 봄비 23. 곰치를 지나며 24. 말할 수 없는 그리움 25. 대청 건너 하숙방 26. 객지의 밤 27. 세수 28. 목 29. 위대한 잠 30. 금남로에서 -이하 생략- |
鄭喆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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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야, 스물아홉 네가
굵은 파를 다듬는구나 도마 위에서는 네 푸른 손이 듬성듬성 잘려도 아무런 생채기가 없어 문간방 쪽문을 열면 물발 센 사내처럼 차디찬 수돗물이 붉은 바가지를 돌리고 시금치를 무치는 네 손이 눈부시구나 나는 어느 양지바른 언덕 아래 대문도 없는 오두막 툇마루에서 네가 차린 상을 받겠구나 무지렁이처럼 풋내 이는 맨살 붙이고 골 깊은 겨드랑이 간질이며 이 빠진 접시며 대접이며 누런 놋숟갈이래도 대야엔 아침 일찍 방을 훔친 걸레 하나 그렇게 우리의 죄를 닦고 닦아 순이야, 네 발가벗은 아랫도리 같은 스물아홉이 나의 전부였구나 마늘 다지는 도마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워 우리는 죽어서도 같이 살자꾸나 너는 지금 무순을 데치고 있다 혹 너는 봉지에 싸인 멸치를 보며 우리가 잃어버린 자유를 떠올리는지 문간방 쪽문 사이로 비껴간 스물아홉 순이의 아침처럼 나는 이 생을 깨금발로 종종거리련다 --- pp.40-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