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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동네 시인선

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눈꽃 경적을 울려라
도화역(桃花驛)/꽃물 한때/토란잎 우산/달빛 우포/바람 호루라기/방어진(方魚津)/잡초의 눈물/잡내를 없애다/일 하는 사람/삼나무 숲에 들다/노래하는 김광석/수선화 지는 날/서운암의 봄/가을 탁발(托鉢)/단풍나무 관절/초정을 읽다

제2부 깨끗한 짝사랑 같은
뱀사골의 봄/삼파귀타/봄, 산동마을/나비물/양후니 형아/부부/시(詩)/다시 낫을 들다/바다, 노래방/나무 물고기/각북(角北)에 앉아 있다/분신/고사목/차향〔茶香〕에 녹다/이른 아침 하늘수국/야한 생각

제3부 온몸 녹아서 꽃이 되기까지
러브체인/꽃, 다방/케냐/그 짓/나들이/앵통하다, 봄/봄 혹은 강변카페/달에게 사정(射精)하다/위양못 삼매경/에로틱 아이스바/천리향/밤꽃 여자/화인(火印)/어떤 동백 시집/잡초의 눈물 2/텍사스 에레나

제4부 공손한 절규
먹구야/공갈 연애(戀愛)/부재중이었던 그해 봄/할복(割腹)의 시(詩)/내 시의 아가리를 찢고 싶다/황소개구리 울음처럼/김수영을 읽다/잡초의 눈물 3/공손한 절규/불빛 시위대/저, 울대를 그냥/내 시로 창난젓을 담그다/잘 까분다는 것/잡초의 눈물 4/몸이 식어 간다/개 한 마리/참 어이가 없어서

제5부 그때 가난은 누가 낳았을까?
샐비어 엄마/그때 가난은 누가 낳았을까?/오동꽃 장의차/팔월/환승/인공세심(洗心)실험실/옻단풍/아니 기쁩니까?/42병동 먹구에게/파란 나물/문자의 궁합/시를 업은 항아리/다듬어진다는 것/묵비권에도 가시가 있다/막차 떠난 후 불시착/용담꽃 평설(評說)/어머니라는 이름과 아버지라는 이름 사이, 내 이름이 참으로 따뜻하게 피어 있었음을…

해설 자학(自虐)과 자존(自尊)의 굴레 / 정용국(시인)

저자 소개 1

1967년 경상남도 창원에서 태어나, 1994년 [현대시조]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조집 『오랜 시간 골목에 서 있었다』, 『살구나무죽비』, 『앵통하다 봄』, 『혈색이 돌아왔다』, 『복사꽃 먹는 오후』 등이 있으며, 현대시조 100인선 『형아』가 있다. 경남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2020 올해의시조집상, 제16회 오늘의시조문학상을 수상했다. 2016 세종문학나눔 우수도서로 선정되었고,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상임자문위원, 경상남도문인협회 이사, 노산시조문학상운영위원회 상임이사, 오늘의시조시인회의 부의장, 창원문인협회 부회장, 경남시조시인협회 회장, 시전문지 [서정과현실] 편집
1967년 경상남도 창원에서 태어나, 1994년 [현대시조]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조집 『오랜 시간 골목에 서 있었다』, 『살구나무죽비』, 『앵통하다 봄』, 『혈색이 돌아왔다』, 『복사꽃 먹는 오후』 등이 있으며, 현대시조 100인선 『형아』가 있다. 경남시조문학상, 성파시조문학상, 2020 올해의시조집상, 제16회 오늘의시조문학상을 수상했다. 2016 세종문학나눔 우수도서로 선정되었고,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상임자문위원, 경상남도문인협회 이사, 노산시조문학상운영위원회 상임이사, 오늘의시조시인회의 부의장, 창원문인협회 부회장, 경남시조시인협회 회장, 시전문지 [서정과현실]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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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0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38쪽 | 226g | 153*224*10mm
ISBN13
9791158960063

책 속으로

앵통하다, 봄

우물가 앵두나무가 뽑히던 컴컴한 봄
꽃의 대중들은 못 들은 척 고개 돌린 채
잘났다 제 잘났다고 빨갛게들 떠든다

앵두 젖 훔쳐 먹은 달콤한 올가미들
순해서 더 푸른 달아 기도문만 외지 마라
운주사 석가모니는 왜 여직 주무시나

바들바들 떨며 진 한 송이 사람의 집
온몸이 녹아내린 식초 같은 절규인 양
화구구(火口丘) 앵두꽃무덤에는 재 냄새가 진동한다


삼파귀타*

바람이 불어왔다
조용히 밤도 왔다

어둠 밝힌 별 노래에
터져버려 아린 물집

달 등의
박꽃 하나가
손수건이 되어주었다

물풀 같은 그 여자
열여덟 필리핀 순이

젖은 밤을 보내놓고
풋감 떨어진 새벽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부엌문을 또 연다

* 삼파귀타 : 필리핀의 국화.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상남동 LED등은/마귀 같은 불빛 군중/저 거센 비바람에도/폐부까지 찌르는 말/부도난/살구나무죽비/처형하라/처형하라
-「불빛 시위대」 전문

등단 16년 만의 첫 시집(『오랜 시간 골목에 서 있었다』)과 3년 후 연이어 낸 두 번째 시집(『살구나무죽비』)에 대한 시인 스스로의 평가를 살펴보자면 이렇다. 창원시 성산구 상남동은 유흥가로 가득한 번화가이다. 시인은 그곳의 수많은 등과 광고판에 박혀 있는 성능 좋은 “LED등은” 자신을 겁박하는 “마귀 같은 불빛 군중”이라며 스스로를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러한 시인의 심리에는 큰 기대를 걸고 펴낸 시집에 대한 악몽이 얼비친다. “부도난/살구나무죽비/처형하라/처형하라”라고 외치는 그의 시는 차라리 절규에 가깝다. 누구나 시집을 내고 나서 후회와 안쓰러운 마음으로 자신을 질타하지만 그것을 시로 표현하는 경우는 좀처럼 드문 일이다.

하루 해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물녘에/뉘 집 개가 짖는다/온 마을을 뒤흔든다/한쪽 귀/담을 넘어가 보니/힘없는 시가 놓여 있다
-「개 한 마리」 부분

아름드리나무 밑에서/시 한 편 쓰겠다고/햇빛도 하나 없이/긴 사색에 젖지만/파문 져/영양실조에 걸린/해 한 포기/달 한 포기
-「잡초의 눈물 3」 부분

뜨거운 시 되겠다고 땅웃음 짓는 뿌리의 나날/밤은 어찌 날마다 불청객으로 찾아오나
-「잡초의 눈물 4」 부분

스스로 이 장검을/푹 찔러 넣는다/외마디 유서들은 “욱”하고 쓰러지고/식어 쓴/문장들이 뚝뚝,
/애리한 몸에
-「할복(割腹)의 시(詩)」 부분

“온 마을을 뒤흔든” “아름드리나무 밑” “뜨거운 시” “외마디 유서”들은 하나같이 울림이 크고 뜨거우며 간절한 의미가 담긴 웅혼한 시어들의 기치를 들고 나왔지만, 스스로 자평한 시들은 결국 “힘없는 시”, “영양실조에 걸린”, “불청객”, “식어 쓴/문장들”처럼 보잘것없는 것들로 전락해 참담한 몰골로 뒹굴고 있다. “부도난/살구나무죽비”라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자학으로 가득한 시를 “처형하라”고 반복하여 외치는 그의 뇌리에는 처절한 반성과 회한이 사무쳤을 것이다.
‘난 원래 시를 쓸 자격도 능력도 없는 무능한 사람이야!’라는 부정의 출발점에 서 있는 그의 모습은 비장하다. 이러한 인식의 첫 단계에서 자존은 시작한다. 내 자신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내면에 잠들어 있는 영혼을 일깨워 자신이 새롭게 선택한 의식적 행동에 적극 용기를 내어 책임감 있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자신감과 행동이 일체화되고 구체적인 목표를 향하여 접근하게 된다.

바람 살짝 불어와도 마음 먼저 흔들려/주름으로 웃다가 팽팽하게 젖어가는//우포늪/가시연 같은/실안낙조 어부 같은//때 되면 호령하고 때 되면 회항하는/그들의 꿈은 늘, 가시 돋친 불화살//가슴에/새긴 마음 한 줄/검붉게 탄 초록바다
-「시(詩)」 전문

얼마나 많은 욕심이 썩어서 문드러진 채/방 한 켠에 자리 잡고 울었는지 모른다/진갈색 염증들의 큰 눈이/나를 먹고 있었다//마흔에서 오십으로 휘어지는 이 길목/쓰러지지 않을 것 같던 한 욕심을 볕에 말린다/뽕잎을 따다 먹인다/내가 나를 먹인다//누에가 몸의 독소를 제거하는 푸른 한낮/오십은 육십을 먹고 칠십 팔십 백세를 먹고/가벼운 저 구름 속으로/실을 뽑아 올리겠다
-「잡내를 없애다」 전문

두 작품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시와 자신에 관해 험악하던 시인 임성구의 자세가 따듯하고 자구(自救)적으로 전향되어 있음이 감지된다. 거친 언어로 자탄과 비애를 느끼게 했던 시에 대한 자학은 이제 스스로를 감싸며 “주름으로 웃다가 팽팽하게 젖어가는/우포늪/가시연 같은//실안낙조 어부 같은” 차분하고도 평안한 자세로 변환되어 있다. 시에 품었던 “가시 돋친 불화살”도 “가슴에/새긴 마음 한 줄”로 들어와 더 크게 날고 뛰어오르려는 활성(活性) 에너지로 발현하려는 것은 긍정의 자세라 할 수 있다.
또한 “잡내”로 치부했던 갖가지 부정의 시어와 자세는 미래를 향한 바람직한 힘으로 시 안에 하나 가득 나타나고 있다. 지나친 욕심으로 “방 한 켠에 자리 잡고 울었”던 “나”는 이제 마음을 추스르고 찬찬히 “욕심을 볕에 말린다”. 더 나아가 지쳐 피곤한 자신에게 “뽕잎을 따다 먹인다/내가 나를 먹”이는 성숙한 사람이 되었다. 마치 누에가 뽕잎을 먹고 비단을 뽑아내는 놀라운 과정과도 같이 시인도 “가벼운 저 구름 속으로/실을 뽑아 올리겠다”는 경지까지 다다라 있는 모습은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진행은 자학과 자존의 뿌리가 결코 다르지 않으며 그 굴레를 쳐내고 다스린다면 스스로를 견지하면서 완성의 경지에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실한 증거라 하겠다. 이제 그가 다시 뽑아 올릴 ‘실’은 지난 것과는 괄목상대해야 할 것이다.


[시인의 산문]

태양과 달과 별은 지는 법이 없다.
단지 어둠이 우리 곁에서 피고 지기를 매번 반복할 뿐이다.

그래서 나의 시는,
오뉴월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불판 너럭바위 위에서도
시들지 않아야 하고……

어둠이 싱싱하게 자라나는 골짝에선
반갑게 어둠을 받아내고 지워내면서
하늘의 씨앗을 지상에 총총 뿌려
세상을 아름답게 가꿔내야 하고……

상류로 향하는 달빛 속 연어들처럼
힘차게 힘차게 은유의 비늘을 반짝이며
당신께로 좀 더 가까이 가고픈
무수한 열망과 절망 사이의 황홀한 키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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