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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쑥대밭
쑥대밭 그 사막을 다 마셔야 한다 죽어도 죽는 여자 먼짓길에서 고속도로까지 파리지옥 녹두거리 낭인백서 서울대 트랙 드림월드 너를 품고 산다는 것 사막의 꽃 너를 가만 두어선 안 되겠다 느릅나무 숲 어머니 미라 영전 그대 내 슬픔을 볼 수는 없으리 잔칫집 II 불혹의 묵시록 적체현상 고기가 있는 식탁 너의 뇌하수체는 잘 보관되어 있어 생명담보 88도로에서 여의도구간 봉투학교 불혹의 묵시록 1 불혹의 묵시록 2 불혹의 묵시록 3 불혹의 묵시록 4 불혹의 애가(哀歌) 막차를 탄다 바람은 불고 공룡의 전설 당신과 대면중 III 수몰지구대 그늘이 진다 유령의 집 수몰지구대 1 수몰지구대 2 상처 춤추는 인터넷 유희 1 춤추는 인터넷 유희 2 이발소에서 수륙양용으로 꼬리를 무는 행진 땅에 접하므로 지금은 접혀진 채로 모니카 카스티요 잠자는 팥배나무 IV 잎잎이 춤추는 이름 메이플시럽 1 메이플시럽 2 메이플시럽 3 나의 말사발 시럽 1 나의 말사발 시럽 2 어달리에서 욥의 재구 기름처럼 잔물결 같은 불 같은 하루 과육을 기다리며 잎잎이 춤추는 이름 두 개의 행성 사이에서 코드레드 요르단 페트라 신성한 제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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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못한 생의 기록들-
첫 시집 이후 무려 11년 만에 출간된 김신영의 두 번째 시집 0126불혹의 묵시록0127은 그녀가 아프게 통과해온 시간들에 대한 성찰과 치유의 기록을 담고 있다. 시인은 지나온 시간 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기억의 풍경에 자신의 시적 열정을 남김없이 바치고 있는데, 그것은 ‘시(詩)’를 통해 자신의 아픔을 되새기면서 그 안에서 자신만의 선명한 기억들을 재현하는 과정으로 나타난다. 또한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지나온 시간들을 추스르고 응시하는 시적 주체의 생의 형식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이때 ‘생의 형식’이란, 생을 구성하고 펼쳐가는 근원적 원리로서, 정신 차원의 것이기도 하고 태도 차원의 것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시인은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기억하고 반영하는 데서 머무르지 않고, 그 세계를 해석하고 판단하는 주체의 정신과 태도에 대하여 묻는다. 그래서 그의 시편들은 현실 반영보다는 자기 개진에 현저하게 기울어져 있게 된다. 0126불혹의 묵시록0127은 이처럼 도달하지 못한 세계에 대한 결핍에서 발원하면서도, 그것을 주체의 강렬한 정신과 태도로 성찰하고 치유해가는 기록을 담고 있다. 결국 김신영 시인의 시편은 혼돈 속에서의 희망을, 어둠 속에서의 빛을, 그리고 사막과 그늘 속에서의 격정적 생의 형식을 추구하고 완성하는 데 무게중심을 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그의 시적 역리(逆理)는, 자신의 지난날에 대한 일정한 성찰의 계기도 부여하만, ‘지금-이곳’의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강렬한 정서들을 투사하는 일을 훨씬 중요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녀의 시편은 기억을 매개로 할 때조차 자신의 현재적 상황과 감각으로 전이되어 활달하고도 격정적인 언어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인의 아픈 시간들을 읽어가다 보면 잊고 있던 삶의 감각들을 다시금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