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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도는 자의 노래 특급열차를 타고 가다가 陋巷遙(누항요) 집으로 가는 길 그 길은 아름답다 봄날 지상에 새롭지 않은 것은 없다 비 무엇일까, 내가 두려워하는 것들이 流配(유배) 사막 아름다운 열차 내가 살고 싶은 땅에 가서 2. 兒塚(아총) 幽閉(유폐) 비에 젖는 서울역 개미를 보며 장미에게 눈 온 아침 그들의 손 내 허망한 遁走(둔주) 3. 뿔 隣人(인인) 맹인 개 銀河(은하) 말을 보며 乞人行(걸인행) 1 乞人行(걸인행) 2 乞人行(걸인행) 3 겨울날 4. 불 편지 강 저편 저 소리는 어디에서 한 오백년 뒤의 까페에 앉아 k331을 듣다 연어 활엽수 바람 비 꿈 城(성) 산토끼 5. 빛 少女行(소녀행) 1 少女行(소녀행) 2 신의주 강 건너 남쪽 추석 이웃 아낙네들 고구려 벽화 강은 가르지 않고, 막지 않는다 흘러라 동강, 이 땅의 힘이 되어서 시인의 산문/시인이란 무엇인가 시인의 말 |
申庚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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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할 적에는 새 바람 새 빛을 바랐나보다.
그래서 나는 실망한다, 십칠년 만에 이사한 동네가 옛날에 떠났던 바로 그 동네여서. 그래도 반가워서 이 언덕 저 골목 서성이는데 놀랍구나, 모든 게 이렇게 새롭다니. 아기들이 새롭다, 연립주택 낡은 문을 밀고 나오는. 젊은 엄마들이 새롭다, 뒤따라 나오는 헐렁한 옷 속의. 그루터기가 새롭다, 가지 잘린 플라타너스의. 간판이 새롭다, 새로 단장한 머리방의. 새롭지 않은 것은 오직, 오래되고 낡은 것들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 걷는 내 걸음뿐. --- p.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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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에는 지난 4년간 발표했던 작품 55편과 함께 말미에 시인의 산문 「시인이란 무엇인가」를 수록했다. 1부는 시집에 붙인 정희성 시인의 말처럼 '떠도는 자의 노래'들이다. 「특급열차를 타고 가다가」「집으로 가는 길」「陋巷遙」「내가 살고 싶은 땅에 가서」 등은 평생 '길 위에 선 자'이자 늘 '새로운 길을 가는 자'로서의 소회를 그린 시편들이다. 시인은 이제 세상의 방황을 그만둘까, "스쳐온 모든 것들을 묻"고 "스스로 그 속에 묻히면서" 가볍게 걸어 '집'으로 돌아갈까 묻는 한편에서 '모든 길은 아름답다'고 노래하고 있다(「그 길은 아름답다」「아름다운 열차」). 「지상에 새롭지 않은 것은 없다」는 최근 17년 동안 살던 정릉 집을 처분하고 거처를 옮기면서 다시 눈뜬 골목들의 경이로움을 그린 재미있는 시이다.
제2부와 3부는 사회현상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드러낸 시편들이 주조를 이룬다. 시인은 "나는 아직도 네 새빨간/꽃만을 아름답다 할 수가 없다"고, "음산한 데서 벌어지는/더럽고 야비한 음모의 수런거림"(「장미를 보며」)에 귀기울여보라고 말한다. 지난 50년간의 탱크와 비명소리와 환호의 역사가 비에 젖는 가운데 "쓰다 버린 것들과 남은 것들"이 모두 모여 있는 오늘날의 서울역을 그린 「비에 젖는 서울역」이나, 노숙자들이 신문지를 덮고 잠든 지하도 입구와 대형 멀티비전을 대비한 「둔주」는 우리 사회의 소용돌이와 상처를 일깨워준다. 또한 사나운 뿔을 지녔으되 한번도 쓰지 못한 채 살은 식탁에 오르고 다른 한쪽은 구두가 되는 존재(「뿔」)나, 고기는 주인이 가져가고 "가죽밖에 남긴 것이 없"(「개」)는 존재는 읽는이의 가슴을 뜨끔하게 한다. 한편 이번 시집에 실린 도시문명에 대한 비판적 작품들은 지금까지 신경림 시에서 보기 어렵던 독특한 세계이다. 「말을 보며」「銀河」 같은 시편들, 특히 "놈은 닥치는대로 집어삼키는 거대한 고래"라는 「은하」의 첫 행은 의미심장하다. 제4부에는 신경림 시인이 혼자 살아가면서 유일하게 의지해온 모친의 죽음을 노래한 「저 소리는 어디에서」「편지」 등 주로 가족사에 대한 시편들을 모았다. 결국 시인은 모친상을 치르고 집을 옮겼고, 「지상에 새롭지 않은 것은 없다」(제1부)가 그 중에 씌어졌다. 이승을 떠난 친지들을 불러모아 저승의 가족을 만들고 칠순이 가까운 시인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시 「편지」가 돋보이는데, 이 '이승 너머'에 대한 심상은 「비」(제1부) 등에서도 발견된다. 제5부는 연변, 베트남 등 우리와 밀접한 국가를 여행하고 쓴 기행시들이 실려 있다. 말미의 산문 「시인이란 무엇인가」에서 시인은 기교에 치우쳐 왜소해진 우리 시풍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연스럽고 큰 울림을 지닌 시로 돌아갈 것을 말하고 있다. 그 자신 한결같이 "자연스럽고 큰 울림을 지닌" 시세계를 가꿔온 신경림 시인의 이 시집은 많은 독자와 시인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