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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포도밭으로 오세요
2. 안녕! 닥터 펌프킨 3. SOS 4. 앰뷸런스 앰뷸런스 5. 거미의 암실 6. 탯줄 7. 불안 8. 착란의 돌, 삶을 그리다 9. 거울로 된 모자 10. 아무도 없는 캄캄한 방에 (...) 해설 - 환각과 전율, 유머와 초현실의 시학 / 고명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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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었다 침대였다 무언가 내 허리를 친친 휘감아 들어오고 있었다 거대한 문어였다 검은 흡반을 나의 살에 단단히 밀착시키고 피를 빨고 있었다 숨이 막혔다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떴다 악몽이었다 욕실로 갔다 샤워했다 다시 방으로 돌어왔다 침대에 알몸의 흑인 여자가 누워있었다 내가 침대로 들어가자 여자는 팔과 다리로 내 몸을 거세게 휘감아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눈을 감고 신음했다 순식간에 쾌락의 동굴 그 깊은 막장으로 빨려 들어갔다 내 영혼과 육체는 화강석 구름처럼 빠르게 마취되어 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창가에서 아이도 새도 물고기도 아닌 것이 아이인 듯 새인 듯 물고기인 듯 속삭였다
눈을 뜨세요 눈을 뜨세요! 황급히 눈을 떴다 방이 아니었다 침대가 아니었다 내 목을 밧줄처럼 휘감고 있는 것은 여자가 아니었다 노오란 줄무늬 등과 여덟 개의 다리가 달린 거미였다 내 몸은 온통 끈적거리는 거미줄로 휘감겨 있었고 나는 허공의 거미줄 가운데 벌레처럼 걸려 버둥거리고 있었다 굶주린 독거미 한 마리가 푸덕거리는 나를 쏘아보며 차디차게 웃고 있었다 하늘은 온통 검은 소름으로 뒤덮여 있고 희디흰 공포가 허공을 날고 있었다 p 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