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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알다가도 모를 일
2. 나는 너무 빨리 자라 3. 기다려, 엄마! 4. 길은 길~어~서~ 길! 5. 나는 그래도 배가 고프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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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아이들이 발굴한 열일곱 번째 신인, 정승희
그간 신인 작가를 꾸준히 배출해 많은 독자와 작가들의 관심을 받아 온 바람의 아이들이 또 한명의 작가를 발굴해냈다. 넉넉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예쁘게 커나가는 저학년 아이들의 사랑, 성장, 일상 등을 들려주는『알다가도 모를 일』의 작가, 정승희가 그 주인공이다. 조잘조잘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이의 목소리가 귀를 간질이고 어느새 대견한 마음이 마음 한구석을 차지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자세히 살피고 그들의 목소리를 남아낼 줄 아는 작가의 출현이 반갑다. 세상에 원,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니까!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제목의 TV 프로그램이 몇 년째 장수를 하고 있다. "세상에 이런 일이!" 하고 놀랄 일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이 놀랄 일이긴 하지만, 알고 보면 그 놀라운 일이란 다 비슷비슷하다. 남들이 안 먹는 걸 먹는다거나 남들이 안 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거나 요상한 옷차림을 고집한다거나. 그러니 반복해서 보다 보면 나중에는 그런 사람들을 보아도 그리 놀랍지는 않다. 오, 희한한 인물이군…… 하는 탄식 정도랄까. 사실 정말 놀라운 일이란 잘 알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모르겠다 싶어지는 일들이다. 내 친한 친구가 돌연 다른 아이와 가깝게 지낸다거나 나보고는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라는 엄마가 외할머니와 싸운다거나. 정승희의「알다가도 모를 일」에는 모두 다섯 편의 단편동화가 담겨 있는데, 모두 초등학교 3학년 아래, 저학년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춘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단순히 저학년 동화라고 하기에는 꽤나 진지한 표제를 달고 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란, 어째 좀 나이든 사람이 중얼거릴 법하지 않은가. “세상에 원,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니까……” 아이들에게 세상이란 원체 모르는 것투성이라 웬만한 건 놀랍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도깨비나 말하는 두더지나 슈퍼맨이 당장 눈앞에 나타난들 뭐 그리 놀랄 일이겠는가. 그런 것들이 없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그러니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란 그럭저럭 머리가 자란 아이들에게 생겨날 일인 셈이다. 잘 알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일들. 표제작인 『알다가도 모를 일』에서 고라는 커플링까지 나눠 낀 수동이가 자신에게 절교 편지를 보내고 혜미랑 친하게 지내자 잔뜩 화가 났다. 하지만 우연히 비를 피해 들어간 성당에서 엿듣게 된 수동이의 기도. “정말은요, 고라가 더 좋아요.” 그래서 다음날 수동이가 사과하면 주려고 정성껏 화해의 편지를 준비하지만…… 결과는? 수동이와 혜미가 정답게 손을 잡고 나타나자 고라는 편지를 힘껏 구겨 버린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집나갔던 아빠가 돌아와 새로 취직도 하고 엄마하고 화해도 했으니 뭐, 괜찮다. 남자친구야 또 사귀면 되지. 길은 멀고 힘이 들지만 다 괜찮아! 우린 계속 자라고 있으니까. 「나는 너무 빨리 자라」에서 범준이는 이제 막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지만 혼자서 화장실 뒤처리를 못한다. 그러니 학교에서 똥 쌀 일이 걱정될 수밖에. 걱정하던 입학식날, 엄마가 늦잠을 자서 지각한 범준이는 설상가상, 운동장에 서 있는데 똥이 마렵다. 게다가 무섭게 생긴 남자 담임선생님이라니. 모두들 교실로 들어가는데 서둘러 화장실에 갔다가 변기에 엉덩이가 빠진 범준이. 교실에 들어가는 대신 도망치고 싶은 범준이는 무사히 학교를 다닐 수 있을까? 물론이다. 여전히 범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지만 어엿한 초등생이 되어 씩씩하게 학교에 다닌다. 「기다려, 엄마!」는 찬주가 엄마와 함께 외갓집으로 향하는 눈길을 한없이 걷는 이야기다. 외할머니 건강이 나빠지셨는데, 버스를 놓쳤으니 눈이 펑펑 쏟아지는 길이라도 걸어야 한다. 외갓집에는 아주아주 오랜만에 가는 길. 외할머니랑 싸워서 그랬다는 엄마의 설명이다. 눈은 끝도 없이 내리고, 엄마는 눈물을 쏟고, 길은 멀고…… 그러고 나서 도착한 외갓집 대문에는 주황색 종이등이 걸려 있다. 찬주 손을 놓고 달려가는 엄마, “기다려, 엄마!” 「길은 길~어~서, 길!」에서 정우, 정리 남매는 「기다려, 엄마!」에서처럼 멀고먼 길을 가는 중이다. 정리가 멀미를 하는 바람에 버스에서 내렸는데 차비도 잃어버리고 길은 꽁꽁 얼어 있고. 게다가 작은집에 가서는 돈 구만 원을 꿔 달라고 싫은 소리를 해야 한다. 그러니까 작은집에 도착하기 싫은 마음, 빨리 가고 싶은 마음 반반이다. 하지만 힘들게 힘들게 도착한 작은집 대문은 꽁꽁 닫혀 있고, 돌아오는 길은 여전히 길고 멀다. 아무래도 길은 길~어~서 길인가 보다. 「나는 그래도 배가 고파」의 주인공은 지저분하게도 바퀴벌레다. 새로 들어온 주인아주머니가 너무나 깔끔해서 쫄쫄 굶게 된 바퀴벌레 부족들. 아빠는 식량을 찾아 떠나 감감무소식이고, 친척들은 점점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하지만 ‘힘든 일이라도 항상 끝은 있는 법’이란 엄마의 말씀대로 바퀴벌레들은 새로운 식량을 발견한다. 주인아주머니만 없다면 모두들 행복할 텐데. 바퀴벌레의 굶주림이 몹시 가엾지만, 바퀴벌레를 가엾어하는 게 맞는지 어리둥절하게 되는 알송달쏭 이야기. 『알다가도 모를 일』에 실린 다섯 편의 동화는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있지만 이제 막 세상을 알아가는 저학년 아이들의 세상 읽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다. 물론 이 아이들 앞에 펼쳐진 세상이 따뜻한 햇살과 예쁜 꽃밭으로 이루어진 곳은 아니다. 오히려 눈이 펑펑 쏟아지는 아득한 길로 이루어졌다고 봐야겠다. 하지만 우리가 이 아이들을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 아이들은 까마득히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꾸준히 걸어갈 테고, 그런 꾸준한 걸음걸음이 이 세상을 만들어 왔고, 훨씬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어갈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알다가도 모를 일』은 현실을 단단히 딛고 서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