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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전당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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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호명
긍휼

하지 무렵
대설 경보
떠오르다
걷는 골동품
그물
물막이 공사
코스모스
무모한 추억
신화적 농
곡우
맵시벌

2부
벌초
지혜
솔지
소농
모정
중풍
모자
겨울 논
노랑나비
마지막 선물
오냐 오냐
헛헛한
써레질
생생한 웃음
가출
아버지의 유산
비행운
지문
합장

3부
구멍
나무를 심으며

장마
향기로운 농담
어느 교사의 고백
참회
교단에서
교직
춘분
상강
신선
조례
그런 선생님
麥田 선생님 전상서
승리자들

4부
당나귀

경인 2010년 정월 초이레
모기향
발렌타인데이
유리창과 창호지
헌화
인간의 시간
접목

해설 이문재―감수성, 장소, 이야기

저자 소개 1

1962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났다.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토니 모리슨의 소설 연구」로 영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1년 《녹색평론》에 시를 발표했다. 2006년 《애지》 신인상에 시가 당선되었다. 2016년 《어린이문학》에 동시가 추천되었다. 시집 『꽃은 바람에 흔들리며 핀다』, 『줄탁』, 『거룩한 바보』, 『환대』, 『국수는 내가 살게』, 『마음에 새긴 비문』, 『아득한 집』, 『아심찬하게』, 동시집 『꽃길』과 『엄마, 아이스크림 데워주세요』를 발간했다. 수주문학상, 시흥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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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6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204g | 128*208*20mm
ISBN13
9788993481587

책 속으로

그런 선생님

사냥꾼에게 쫓기는 사슴이 맞닥뜨린 막다른 골목에
수직으로 치솟은 장벽처럼 세상살이 막막할 때
뜬금없이 찾아가 무릎에 머리 조아리고 하염없이 울고픈
선생님
속절없이 흙으로 돌아가는 은행잎 위에
가을비가 삶의 느낌표 추적추적 찍는 날 해거름
슬리퍼 끄집고 툇마루에 걸터앉아 술잔 나누고픈 오랜 벗 같은
선생님
거나하게 취해 저녁노을 등지고
음반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아리랑 가락에
어깨동무하고 덩실덩실 춤추고픈
선생님
어디가나 쪽빛 잉크 꺼내 정성껏 맨 먼저 편지 쓰고픈
선생님
명절이면 부듯하게 감주 한 병 감싸 안고 서둘러 이른
동네, 정자나무 아래 벌써 마중 나와 반갑게 손 흔드는
선생님
따뜻한 손과 넉넉한 가슴으로 말하고
생활로 곱게 닦아가는 앞선 길 보이는
선생님
태풍이 업고 온 폭우에 젖은 몸 넓은 날개로 품어주고
삭풍이 몰고 온 폭설에 인적 끊긴 외지 떠도는 마음에
흙냄새 쇠똥 냄새 푸성귀 냄새 된장국 냄새 짙게 뿜어내는 고향 같은
선생님
조촐한 저자에서 맛있는 국밥 먹을 때나
머나먼 이국에서 멋있는 풍경 감탄할 때나
근사한 찻집에서 즐거운 음악 감상할 때나
밤새워 재미있는 이야기꽃 피울 때면
금세 뜨거워진 두 눈에 어른거리는
선생님
갈대처럼 머리 허연 나이에도
고목처럼 든든하게 기대고픈,
겉사람은 세월 따라서 후패해가도
속사람은 세월 거슬러 새로워지는
선생님 한 분 계셨으면
나에게

나도 그런
선생님이 되었으면
우리 아이들에게

--- p.94

추천평

오늘날 시 창작의 기법적인 측면, 즉 수사나 비유는 전 시대에 비해 더욱더 화려해졌지만 시의 정신은 대개 속 빈 강정에 지나지 않는다. 맛을 느낄 수 없다. 소통 불능에 이해 불가능이라 어리둥절해하면서 페이지를 넘기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김정원의 시는 쉽게 이해가 되면서도 주제가 하나같이 웅숭깊어 쉽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는다. 목숨을 갖고 태어난 생명체들, 즉 유한한 것들의 존재 의의를 애틋하게 노래하기에 편편의 시에 눈길이 오래 머물게 된다. 농경문화의 유습과 잔영을 비출 때도, 교단생활의 애환과 보람을 이야기할 때도 시인의 손과 가슴은 따뜻하다. 확실한 주제에 명징한 표현, 고향 사랑과 인간 신뢰. 김정원의 시는 인간적인 시라 아니할 수 없고, 그런 점에서 나는 그의 시집을 읽으며 참으로 따뜻한 “인간의 시간”을 갖는다.
이승하(시인,중앙대 교수)
간절함은 손짓이다. 작고 여리지만 온 마음을 실어 흔드는 전언이다. 그래서 맑고 투명하고 절실하다. 이 절실함이야말로 시선을 머물게 하는 이유요, 더불어 사는 삶을 추동하는 동력이다. 김정원의 시에서 이런 마음의 움직임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타자를 향할 때이다. “바람의 禍氣”라고 하듯 인간의 욕망과 파괴적 문명 앞에서 대책 없이 흔들리는 배추애벌레, 참붕어, 길가에서 허리 휘게 까무러치는 코스모스, 장독대의 주인 잃은 항아리들, 일회용 껌과 같은 처지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그들이다. 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들의 처지가 우리와 다를 게 무어냐고 되묻거나, 구제역으로 매몰처분 되는 소를 붙잡고 “단 하루라도 핀히 배불리 멕이고 싶”다는 용택이 아재의 말을 옮겨 적으며, “공존공생으로 가는 길, 그 불편한 길 한가운데로 스스로 걷는 거룩한 바보가” 되는 수밖에.
신덕룡(시인,광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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