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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연 호명 긍휼 숲 하지 무렵 대설 경보 떠오르다 걷는 골동품 그물 물막이 공사 코스모스 무모한 추억 신화적 농 곡우 맵시벌 2부 벌초 지혜 솔지 소농 모정 중풍 모자 겨울 논 노랑나비 마지막 선물 오냐 오냐 헛헛한 써레질 생생한 웃음 가출 아버지의 유산 비행운 지문 합장 3부 구멍 나무를 심으며 仁 장마 향기로운 농담 어느 교사의 고백 참회 교단에서 교직 춘분 상강 신선 조례 그런 선생님 麥田 선생님 전상서 승리자들 4부 당나귀 껌 경인 2010년 정월 초이레 모기향 발렌타인데이 유리창과 창호지 헌화 인간의 시간 접목 해설 이문재―감수성, 장소,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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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선생님
사냥꾼에게 쫓기는 사슴이 맞닥뜨린 막다른 골목에 수직으로 치솟은 장벽처럼 세상살이 막막할 때 뜬금없이 찾아가 무릎에 머리 조아리고 하염없이 울고픈 선생님 속절없이 흙으로 돌아가는 은행잎 위에 가을비가 삶의 느낌표 추적추적 찍는 날 해거름 슬리퍼 끄집고 툇마루에 걸터앉아 술잔 나누고픈 오랜 벗 같은 선생님 거나하게 취해 저녁노을 등지고 음반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아리랑 가락에 어깨동무하고 덩실덩실 춤추고픈 선생님 어디가나 쪽빛 잉크 꺼내 정성껏 맨 먼저 편지 쓰고픈 선생님 명절이면 부듯하게 감주 한 병 감싸 안고 서둘러 이른 동네, 정자나무 아래 벌써 마중 나와 반갑게 손 흔드는 선생님 따뜻한 손과 넉넉한 가슴으로 말하고 생활로 곱게 닦아가는 앞선 길 보이는 선생님 태풍이 업고 온 폭우에 젖은 몸 넓은 날개로 품어주고 삭풍이 몰고 온 폭설에 인적 끊긴 외지 떠도는 마음에 흙냄새 쇠똥 냄새 푸성귀 냄새 된장국 냄새 짙게 뿜어내는 고향 같은 선생님 조촐한 저자에서 맛있는 국밥 먹을 때나 머나먼 이국에서 멋있는 풍경 감탄할 때나 근사한 찻집에서 즐거운 음악 감상할 때나 밤새워 재미있는 이야기꽃 피울 때면 금세 뜨거워진 두 눈에 어른거리는 선생님 갈대처럼 머리 허연 나이에도 고목처럼 든든하게 기대고픈, 겉사람은 세월 따라서 후패해가도 속사람은 세월 거슬러 새로워지는 선생님 한 분 계셨으면 나에게 나도 그런 선생님이 되었으면 우리 아이들에게 --- p.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