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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길 나목(裸木) 냇물을 보며 장미와 더불어 무인도(無人島) 산성(山城) 비에 대하여 파도 싹 기차 겨울숲 행인 날개 만남 토성(土城) 담장 밖 낙조(落照) 어둠 속으로 제2부 홍수 빛 먼 길 나무를 위하여 아카시아를 보며 임진강 진달래 진드기 소백산의 양떼 파주의 대장장이를 만나고 오며 문산을 다녀와서 파고다공원에서 내가 사는 나라는 낙일(落日) 초승달 전정(剪定) 난장이패랭이꽃 제3부 대설전(大雪前) 풍요조(風謠調) 1 풍요조(風謠調) 2 오랑캐꽃 폐역(廢驛) 별 가을비 달, 달 낙동강 밤마리 나루 봄날 새벽눈 우중음(雨中吟) 우리 동네 느티나무들 폐촌행(廢村行) 고향에서 하룻밤을 묵으며 화톳불, 눈발, 해장국 늙은 홰나무의 말 제4부 태풍이 지나간 저녁 들판에서 앞이 안 보여 지팡이로 더듬거리며 댐을 보며 다리 밤차를 타고 가면서 우리 시대의 새 거인의 나라 말골분교 김성구 교사 자리 짜는 늙은이와 술 한잔을 나누고 날이 밝아 길 떠날 채비를 하면서 수유나무에 대하여 다시 수유나무에 대하여 1988년을 보내는 짧은 노래 세 토막 하산(下山) 발문/이병훈 시집 뒤에 |
申庚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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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다리가 되는 꿈을 꾸는 날이 있다 스스로 다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내 등을 타고 어깨를 밟고 강을 건너는 꿈을 꾸는 날이 있다 꿈속에서 나는 늘 서럽다 왜 스스로는 강을 건너지 못하고 남만 건네주는 것일까 깨고 나면 나는 더 억울해지지만 이윽고 꿈에서나마 선선히 다리가 되어주지 못한 일이 서글퍼진다 --- p.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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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때로 사람들 땀냄새가 그리운가 보다 밤마다 힘겹게 바다를 헤엄쳐 건너 집집에 별이 달리는 포구로 오는 걸 보면 질척거리는 어시장을 들여다도 보고 떠들썩한 골목을 기웃대는 네 걸음이 절로 가볍고 즐거운 춤이 되는구나 누가 모르겠느냐 세상에 아름다운게 나무와 꽃과 풀만이 아니라는 걸 악다구니엔 짐짓 눈살을 찌푸리다가 놀이판엔 콧노래로 끼여들 터이지만 보아라 탐조등 불빛에 놀라 돌아서는 네 빈 가슴을 와 채우는 새파란 달빛을 슬퍼하지 말라 어둠이 걷히기 전에 돌아가 안개로 덮어야 하는 네 갇힌 삶을 곳곳에서 부딪치고 막히는 무거운 발길을 깃과 털 속에 새와 짐승을 기르면서 가슴 속에 큰 뭍 하나를 묻고 살아가는 나의 서럽고 아름다운 무인도여.
--- p.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