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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굴데굴 콩콩콩
가족의 발견 할 말이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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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넌, 넌, 이렇게 시작하는 말은 안 들어도 뻔해요.
누군가 저렇게 말할 때마다 내 가슴은 쿵 내려앉아요. 뭔가 세상에서 제일 큰 잘못을 한 느낌이 들어서요. 나는 단지 머릿속에서 할 말을 퍼즐처럼 맞춰 보고 있었던 건데 말이에요. 그때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아이가 되는 기분이에요. 혼자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렇게 큰 잘못은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쏟아지는 엄마의 말 폭탄을 맞으면 이상하게 몸이 간질거려요. 그리고 이렇게 작고 딱딱한 콩알이 되는 거예요. --- 「데굴데굴 콩콩콩」 중에서 오늘따라 찬 바람이 부네. 바람은 다정하고 말이 많아. 그래서 좋아. 언젠가 내가 살던 곳을 말해 주었더니 내가 여기 있다고 알려 주러 간댔어. 그때부터 지금까지 틈만 나면 가는데 사람들이 못 알아듣는다고 불평이 많아. 네가 바람의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할 말이 있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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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굴데굴 콩콩콩」의 세은이는 말끝을 흐리는 습관 때문에 엄마에게 매번 꾸중을 듣는다. 엄마가 큰 소리로 화를 낼 때면 세상에서 가장 작아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세은이는 결국 조그만 콩알이 되고 만다. 그런데 콩알이 된 기분이 썩 나쁘지만은 않다. 몸은 훨씬 작아졌지만 큰 세상 속에서 자유롭게 구르며 즐거워하는 세은이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가족의 발견」의 윤재는 어느 날 5층에 홀로 사는 할머니가 떨어뜨린 ‘임종 노트’를 우연히 보게 된다. 비가 훑고 지나간 자리에서 달팽이를 발견한 윤재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리며 5층 할머니에게 달팽이를 맡아 주십사 부탁하는데…… 알 수 없는 곳에서 세 번째 겨울을 맞이한 「할 말이 있어」의 지유는 담담한 말투로 동생 혜인이에게 말을 건넨다. 새 가족을 향한 기대감, 동생에 대한 애틋한 마음, 어린 지유에겐 한없이 벅찬 두려움의 순간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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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린 세은이 콩, 멍든 지유들에게 사과합니다
『데굴데굴 콩콩콩』의 주인공들은 외압으로 인해 작아질 대로 작아져 구석에 한껏 웅크리고 있을 세은이 콩, ‘장례식은 하지 마시오. 올 사람이 없습니다.’는 임종 노트를 옆에 끼고 냉한 방만큼이나 삶의 시간들을 무의미하게 지워 나가는 윤재네 아파트 5층 할머니, 몸과 마음이 모두 멍투성이인 지유까지,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인물들이다. ‘진짜로 강한 건, 목소리 크고 힘 세고 화를 잘 내는 게 아니라 주변을 살피는 마음’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마음이 눈을 뜨면 구석지고 소외된 곳을 투과하는 힘이 생긴다. 『데굴데굴 콩콩콩』이 펼쳐 놓은 마음의 스펙트럼이 자못 넓고 깊게 다가온다. “아직은 춥지만 곧 봄은 올 건가 봐.” 내밀한 개인과 사회 곳곳의 아픔을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데굴데굴 콩콩콩』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희망’이다. 콩알만큼이나 작은 존재가 되어 버린 세은이 콩을 향한 이해와 응원, 주위와 단절된 채 고독한 죽음에 이르는 위기의 이웃을 향한 관심, 둔탁한 폭력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스러져 갈 생명을 향한 도움이 바로 그 희망의 실체이며, 『데굴데굴 콩콩콩』이 품은 씨앗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