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숭숭이와 나
한여름의 냉장고 짜릿한 카메라 작가의 말 |
지윤경의 다른 상품
오이트의 다른 상품
|
“언제 찾으러 오면 될까요? 열세 살이나 된 녀석이 이거 없으면 잠을 잘 못 자서요. 최대한 빨리 좀 부탁드립니다.”
숭숭이가 없으면 못 잔다는 건 언제부터 알고 있었지, 나만의 비밀인데. 다 큰 녀석이 인형을 안고 잔다며 뭐라고 할 땐 언제고 ‘인형 병원’까지 알아봐 준 게 의외긴 했다. 그런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저렇게 한다니까. 아빠의 솔직함에 얼굴이 조금 달아올랐다. --- p.11 “도진원, 왜 그래? 이깟 인형 가지고. 미안하다. 내가 미안해.” “이깟 인형? 네가 뭘 알아? 네가 뭘 아는데?” 소리를 지르며 태윤이의 어깨를 있는 힘껏 쳤다. “아.” 무방비로 밀린 태윤이는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쿵! 태윤이의 머리가 벽에 세게 부딪쳤다. 그 순간 우리의 마음도 거세게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 p.19 “이거 고장 났네. 아유, 내가 못 살아. 한여름! 멀쩡한 냉장고를 기어이 고장 내는구나!” “멀쩡한 냉장고요? 원래 오래된 고물이니까 고장이 난 거죠. 저도 이 고물상 같은 집에 오고 싶어서 온 게 아니라고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요, 네?”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사사건건 간섭하면서 나쁜 말로 상처 주는 할머니가 너무나 미웠다. 고물상 같은 이 집도, 마녀 같은 할머니도 다 싫었다. 한순간도 할머니 집에 있고 싶지 않았다. --- p.68 정말 몰랐다. 아니, 나는 정말 몰랐을까? 영상 속 현준이의 모습, 지금 생각해 보니 그건 도움이 필요하다는 신호였다. 매일 같은 공간 안에서, 매일 보던 수많은 영상 속에서 나는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장난이라고만 해.’ 갑자기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내가 친구들에게 수없이 뱉었던 말들이 함께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장난인데 왜 그래?’ 친구들이 ‘깜짝 카메라’를 찍지 말라고 할 때도, 담임 선생님에게 혼이 났을 때도, 길거리에서 ‘실험 카메라’를 들켰을 때도……. 나는 그냥 장난이라고 했다. 그런 장난은 그만하라고 했던 사람들의 눈동자가 떠오르며 한꺼번에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갑자기 작은 점처럼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 p.100 |
|
「숭숭이와 나」 검정색을 좋아해 별명까지 ‘찐다크’인 13살 도진원에게는 취향까지 빗겨간 비밀 친구가 있다. 바로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분홍색 원숭이 인형 ‘숭숭이’. 절친에게도 차마 말하지 못한 숭숭이의 존재를 들키게 된 날, 태윤이와 옥신각신하다가 숭숭이의 팔이 찢어지는 사고가 일어난다. 숭숭이의 치료를 위해 찾은 ‘인형 병원’에서 진원이는 자신의 실수로 멀어진 또 다른 친구 시연이를 재회하게 되는데….
「한여름의 냉장고」 엄마의 재혼과 외국 출장으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새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 한여름. 한여름의 더위만큼이나 참을 수 없는 공허함은 여름이를 자꾸 냉장고 앞으로 이끌고, 이 때문에 생긴 할머니와의 갈등도 조금씩 더 뜨거워져 간다. 에어컨 없이 더위와 허기로 잠 못 들던 밤, 여름은 냉장고 앞에서 간식을 먹다가 잠이 들고 마는데…. 「짜릿한 카메라」 스릴과 긴장감을 즐기는 하진이는 마음이 맞는 친구 민준이와 함께 깜짝 카메라 영상을 찍는 데 몰두한다. 아이들의 항의로 선생님까지 제지하고 나서자, 학교 밖에서 거짓 설정으로 사람들을 속여 그 반응을 영상에 담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같은 반 현준이에게 오해를 사고, 뜻하지 않게 현준이가 처한 괴로운 상황에 대해 듣게 되는데…. |
|
■ 이토록 포근한 결핍에 관하여
『숭숭이와 나』는 크고 작은 결핍을 지닌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노소를 불문하고 결핍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러니 이것은 오롯한 ‘아이들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세 편의 이야기는 아이들의 내밀하고 연약한 부분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내 독자에게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그뿐 아니라 각각의 작품 속 숨겨진 메시지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 내 안’의 결핍을 채울 수 있는 실마리 또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숭숭이와 나」, 나의 결핍 마주하기 진원이는 어릴 적 사고로 엄마를 잃은 아픔을 가지고 있다. 아기 때부터 함께 지낸 원숭이 인형 숭숭이는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특별한 애착의 대상이다. 하지만 동시에 숭숭이의 존재는 감추고 싶은 비밀이기도 해, 절친 태윤이와 다투게 되는 계기가 된다. 진원이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신의 결핍을 똑바로 응시하고 드러내 보일 수 있는 용기가 아닐까? 「한여름의 냉장고」, 지금 내 곁의 소중한 것 알기 가족이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과정 속에서 혼자 남겨지는 시간이 많았던 여름이에게는 마음의 허기를 인스턴트 식품으로 채우는 버릇이 있다. 인스턴트 식품이라면 질색을 하는 새할머니와 에어컨 하나 없는 낡고 낯선 집에 남겨진 여름이는 짧은 가출을 감행한다. 어떻게 만났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엮인 울타리의 소중함과 포근함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짜릿한 카메라」, 다른 사람의 결핍까지 헤아리기 친구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며 즐거워하던 하진이는 타인의 아픔에는 무감해 보인다. “장난인데 왜 그래?”라는 말로 가볍게 상황을 피해 가는 하진이에게는 무엇보다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뜻밖의 상황에서 뜻밖의 오해에 휩싸인 하진이는 난생처음 타인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경험을 한다. ■ 눈부신 성장의 순간을 포착하는 문학 숭숭이는 원래 숭숭이이기도 했고, 새로워진 숭숭이이기도 했다. 말끔해진 숭숭이의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다크했던 내 마음도 밝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_ 본문 중에서 진원이와 태윤이의 다툼으로 팔이 찢어진 숭숭이는 인형 병원에서 봉합 수술을 거쳐 말끔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수술을 마친 숭숭이를 바라보는 진원이의 모습은 『숭숭이와 나』의 아이들을 바라보는 독자의 모습과도 겹쳐 보인다. 작품 속 아이들 역시 숭숭이처럼 아픔을 겪고 상처를 봉합하는 과정을 거쳐 한층 단단하게 성장하기 때문이다. 「숭숭이와 나」의 진원이는 일련의 사건으로 숭숭이가 없는 밤을 지내고 난 뒤, 시연이를 만나 늦은 사과를 전하고 태윤이에게도 감춰 두었던 이야기를 꺼내 놓을 용기를 낸다. 진원이에게 숭숭이의 부재는 고통스럽지만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셈이다. 「한여름의 냉장고」 속 여름이도 할머니와 한바탕 싸운 뒤 뜨거운 여름의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 낸 뒤에야 ‘여름이네’ 집으로 발걸음을 뗀다. 「짜릿한 카메라」의 하진이와 민준이는 한 친구의 진솔한 고백에 지난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고 달라지기로 결심한다. 아이들의 내일은 언뜻 보기에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함께한 독자라면 아이들이 슬픔과 괴로움, 분노와 미숙함을 거쳐 얼마나 성장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성장통 뒤에는 반드시 성장이 있음을 이야기하며 저마다의 사정에 놓여 있을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응원을 건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