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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혹은 벽
한 시절 밀고 나갔던 길을 문이라 생각했다 이곳과 저곳의 경계가 분명했을 때였다 그 경계의 사이에 문은 언제나 빗장이 완강했다 문을 지탱하는 것이 벽이었다니 이곳과 저곳의 그 일치할 수 없는 벽이 다리에 이르는 것이었다니 ...... --- p.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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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벗하며 길어낸 맑은 샘물 같은 청정한 시편들로 평단과 독자들의 주목을 받아온 박남준 시인의 네번째 시집이 출간되었다. 박남준 시인은 10년 전 전북 전주 인근 모악산의 한 버려진 무가(巫家)에 들어가 개울물에 쌀 씻고 장작불에 밥 지어 먹으며 홀로 자연과 벗하여 살고 있다.
이번 시집에 실린 55편의 시편들에는 혼탁한 세상을 떠나 세상의 가장자리에 둥지를 틀고 나무, 풀, 꽃, 새 들과 교감하며 물처럼 바람처럼 살고자 하는 시인이 작고 가벼운 것들 속에서 발견하는 눈물겨운 아름다움이 지나간 시간의 발자취가 남겨놓은 쓸쓸한 기억들과 등을 맞대며 청정한 시어로 형상화되어 있다. 박남준 시인의 시에는 흘러가는 시간의 풍경 속에서 포착해낸 작고 가볍고 눈물겨운 것들과의 교감이 맑고 투명한 시심으로 녹아 있다. 지나온 길 위에서 '고통스러운 세속적 경험'을 했지만, 생명을 가진 자연 속의 작은 존재들을 관조하면서 '슬프면서도 단순, 명징한 미'를 발견해낸다. 이를 통해 내일을 꿈꾸고 세상 저편의 환한 순백의 세계를 꿈꾼다. 이 시집은 세상 가장자리에 둥지를 틀고 살면서, 번잡하고 혼탁한 세속과는 대립되는 물 같고 바람 같은 맑고 환한 세계를 꿈꾸는 외로운 영혼의 꿈길 같은 여정의 기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