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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이승희
창비 200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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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벽제 가는 길
아직은 봄이 아닌걸
바람 불어 아픈 날
찔레꽃
오늘 또 하루를
돌멩이
웃는 돌을 보았어
둥근 것들의 다른 이름
그 시절 다 갔어도
돌멩이를 쥐고
감자
감자 2
희고 붉은 감자꽃 필 때
동틀 무렵

제2부

수련
수련 2
사랑은
물방울
봄에 놀다
집에 오니 집이 없다
할머니가 컴퓨터 속으로
씨앗론
풀과 함께
식품 가게
식품 가게 2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산수유네 집에 가다

제3부

식물 기간
식물 기간 2
식물 기간 3
식물 기간 4
녹둑에서 울다
논둑에서 울다 2
그냥
호박
관계, 물들다
그날 이후
벽과 놀기
여름 나무
벽과 놀기 2
바위
나무 타는 법

제4부

공기의 집
오래된 집
나무젓가락
패랭이꽃
마포 공제회관에서 한겨레신문사까지
여름 산에서 잠들다

달의 집
꼭지
내가 바라보는
집, 난곡동(蘭谷洞)에서 집을 잃다
라일락 피는 그 집
푸른 연꽃
당신

해설│유성호 시인의 말

저자 소개 1

1997년 계간 《시와사람》 신인상 수상, 199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창비, 2006),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문학동네, 2012) 등이 있으며, 동시집과 동화집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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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6년 01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110쪽 | 160g | 125*200*20mm
ISBN13
9788936422585

출판사 리뷰

1997년 『시와사람』에 작품을 발표하고, 199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승희의 첫 시집. 가난한 시절에 대한 기억, 고단한 현실에 대한 응시 속에서 궁극적인 삶의 거소(居所)를 더듬어 찾아가는 젊은 시인의 여정이 섬세하고 투명한 목소리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서두에 놓인 ‘벽제 가는 길’ 연작은 궁핍했던 유년기에 나를 업고 키우며 방직공장에 다닌 누님을 만나러 가는 길에 대한 노래다. 그 길에서 시인은 무논으로 흘러드는 논물, 강바닥의 돌멩이, 뭉툭한 바위, 막사발 같은 달을 만난다. 겉 보기에 흔하고 볼품없는 사물들이지만, 시인은 그 속에 단단한 생의 의지와 결기가 살아숨쉬고 있음을 넌지시 들려준다. “쏜살같이 뒤도 안 돌아보고 맹렬하게 들어가”는 논물은 “논둑 안의 물들이 평등한 높이가 되어야” 멈추고, “오로지 깎이고 깨지면서만 살아”가는 바위는 “제 밑을 파고든 여린 풀들에게는 제 몸을 기울여 순순히 자리를 내”주며 살아간다. “막사발로 뜨는” 달은 밤하늘에 “아주 큰 밥상”을 차리며 허기진 것들을 위무한다. 특히 ‘돌멩이’는 이런 ‘둥근 것들’의 대표격이다. “그 순딩이 같은 모습이 죽이고 싶도록 싫었”지만 “둥근 돌 속에 감추어진 그 각진 세월이 파랗게 날 세우고 있던” 것을 “깨뜨려보고서야 알”게 된다. 시인은 기억 속 사물 각각에 숨결과 내력을 되돌려주며 가난한 생애들의 아프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낸다.
시인은 ‘돌’에서 ‘꽃’(확장하면 식물)으로 시선을 옮겨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연대와 결속으로 충일한 사랑을 꿈꾼다. 물 위에 핀 수련은 뿌리에게 “난 당신으로 인해 꽃 피지만 당신은 나로 인해/당신의 이름을 말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다음 작품에서 뿌리는 수련에게 “흰빛의 무리로 연못 전체가 꽃 핀 듯 둥글어지”는 순간 “나는 진흙 속에/집 한채를 짓”고 있었음을 고백한다. 자신의 온 존재로 관계를 완성하는 이 사랑은 “나무뿌리로, 잎사귀로, 그리하여 기진맥진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마른 입맞춤”처럼 “물방울이 다른 물방울을 만나는 것처럼” 스며드는 것임을 넌지시 전하고 있다. 이러한 식물적 교감은 꽃과 나무를 넘어 사람들이 사는 누추한 골목길과 낡은 집들로 확장된다. “서로 몸 섞고, 서로의 길을 막으며, 서로의 길을 비켜주며 (…) 나를 따르는 길과 나는 집으로 간다.” 그 집은 “벌레 먹은 나뭇잎 같은 창을 달고/서로 부둥켜안고 사는 집들”이다. 그에게 집은 “잠든 새들과, 잠든 나무와 풀의 씨앗을 품고 아무런 저항도 없이, 기꺼이” 받아들이는 모성적 공간이며, 지난 세월 슬픔과 상처를 모두 거두어 층층이 쌓은 시간의 구조물이다.
등단 후 8년이라는 시간 동안 튼실하게 벼려온 시인의 연장은 “부정적인 곡괭이보다 긍정적인 호미”(시인 정호승)처럼 건강하고 부드럽다. 돌에서 꽃으로, 그리고 길과 집으로 이어지는 시인의 기억과 응시, 상상은 서로 견고하게 얽혀 있다. 화려한 파격이나 손쉬운 초월에 기대지 않고, 경험적 충실성과 서정적 회감(回感)의 원리로 단단하고 생기 넘치는 작품들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의 시적 행보에 신뢰를 가지게 하는 첫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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