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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시절, 내게는 순결이 가장 큰 화두였다. 세상을 가톨릭교도와 개신교도,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 백인과 흑인, 남자와 여자로 나누지 않고, 섹스를 해본 사람과 해보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었다. 그 경계선을 넘는 날, 특별한 변화가 밀려들 것 같았다."
--- 본문 중에서 "나는 『벨자』를 번역하면서 내내 전혜린을 떠올렸다. 재능이 넘치고 자신에 대한 성찰이 깊었던, 세상의 관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젊은 여성. 그런 닮은 꼴 때문이었을 것이다. .... 작가의 말처럼 우리 모두 벨자를 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꿈을 갖지만 옴짝달짝 못하는 상황에서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선택을 강요받는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한 발자국도 나아가 힘든 처지,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 '옮긴이의 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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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에스더 그린우드는 대학 3학년이 지난 어느 여름, 맨해튼에 있는 패션 잡지에서 인턴 과정을 밟으면서 7월을 보낸다. 패션 잡지사 콘테스트의 입상자로서 인턴과정을 밟는다는 게 미국 전역의 수많은 여대생들의 선망을 살 만한 것이지만 에스더의 마음은 가라앉고 공허하기만 하다.
처음의 기대와 달리 일도 손에 잡히지 않고 자신조차 마음대로 못 추스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에스더에게 한때 자신이 만난 최고의 남자로 생각했던 의과대학생 버디 윌라드와의 관계는 한낱 미몽일 뿐이다 ; “5년간 멀리서 사모한 끝에 그가 날 쳐다봐주었고 그 후 나는 그를 사모하고 그는 나를 쳐다봐주는 아름다운 시기가 있었다. 그러다가 그가 날 점점 많이 바라보자 우연히 그가 끔찍한 위선자라는 걸 알게되었다.” 뉴잉글랜드의 교외에 있는 집으로 돌아오면서 에스더는 하버드대학 여름학기 소설 과정에 지원한 것이 거절당한 것을 알게 된다. 엄마와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팽팽한 긴장관계가 계속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에스더는 자신이 뭔가에 집중하거나 책을 읽는 것, 심지어 자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음을 알고 정신과 의사인 고든 박사와 몇 차례의 상담과 전기충격요법을 받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점점 더 우울증에 빠져가는 에스더는 자살에 대해 강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급기야 지하실에서 한 병의 수면제를 먹어버린다 ; “처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약을 다 먹었을 즈음에는 눈앞에 울긋불긋한 빛이 번쩍이기 시작했다. 약병이 손에서 미끄러졌고 난 누웠다. 정적이 꼬리를 늘이며, 조약돌과 조가비가 드러났다. 초라하게 부서진 내 삶 전부도. 그 순간 그것이 하나가 되더니, 밀려드는 파도 속에서 날 잠으로 밀어냈다.” 그러나 에스더는 심한 구토와 함께 자살에 실패하고 결국 어느 사설 정신 병원에 입원한다. 상태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컨트리클럽처럼 너른 단지에 골프 코스와 정원이 있는 개인 병원의 시설물을 즐기고, 자신의 담당의사인 여자 정신분석의 닥터 놀란과 친밀한 관계를 쌓아나간다. 에스더는 또한 보다 성공적으로 충격요법을 견뎌낸 후에 어느 날 자기 머리 위에 씌워져 있던, 우울함으로 채워진 ‘종 모양의 유리 그릇’이 들려 올려지는 느낌을 받는다. 한편 자살미수의 경험과 병원에서의 생활은 에스더가 지금까지 지켜온 관습적인 행동에서 벗어나게 만들기도 하는데, 에스더는 하버드의 와이드너 도서관 계단에서 만난 어윈이라는 교수를 유혹하고 자신의 순결에 대한 족쇄를 풀어버린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기에 앞서 에스더는 퇴원을 준비하지만 두렵다. “예전부터 퇴원할 때는 앞에 펼쳐진 모든 것을 알고 확신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 내가 ‘분석’되니 모든 게 분명해질 터였다. 그런데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물음표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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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랜덤하우스 선정 ‘20세기 영문학 100선’
* 미국 하버드대학 필독서로선정된 작품 * 영국 〈가디언〉지 선정 ‘이 책 없이는 살수 없다 100선’ 요절한 ‘미국 최고의 여류작가’ 천재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자전소설 이 소설은 1953년 여름, 실비아 플라스 자신의 자살 시도와 매사추세츠 벨몬트에 있는 맥린 병원에서의 정신치료 경험을 토대로 씌어진 자전적 소설이다. 주인공 에스더 그린우드의 삶은 실비아 플라스의 삶과 매우 유사하다. 둘 다 보스턴 출신이면서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잃었고 시인이면서 전기충격요법으로 정신 질환 치료를 받았다. 『벨자』는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한 젊은 여성이 몰락하는 과정을 시적인 문체로 서술해가고 있는 작품으로서 『호밀밭의 파수꾼』과 함께 성장소설의 필독서로 손꼽히고 있다. 실비아 플라스는 1950년대 말에 작품의 초안을 완성했고, 1961년 장학금을 받아 소설을 완성하였다. 『벨자』는 1963년 런던에서 빅토리아 루카스라는 가명으로 처음 출판되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신원을 보호하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소설의 문학적 가치나 평가에 대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죽은 뒤인 1966년 비로소 실비아 플라스라는 이름으로 영국에서 출간되었으며 미국에서는 1971년에 출간되어 평론가와 문학지들로부터 많은 호평과 찬사를 받았다. 이 작품은 뛰어난 천재 시인이기도 했던 플라스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미국대학위원회 추천도서’, ‘20세기 영문학 100선’ 등 현대의 고전으로 읽히고 있다. 문학 작품에 나타나 있는 실비아 플라스의 문학적 페르소나가 ‘페미니스트의 순교자’인가, 아니면 ‘비극적 여주인공’인가 하는 것은 여전히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페미니스트 진영에서는 결혼 혐오자(misogynist)인 남편 테드 휴즈와의 갈등 때문에 불행의 늪에 빠졌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억압적인 1950년대 미국의 선구적 페미니스트로 간주한다. 반면 비극적 여주인공 버전으로 보면 플라스는 유능하지만 불행한 운명의 젊은 여성, 정신 질환으로 사회적 억압에 질식당한 여성이다. 그러나 『벨자』의 주인공 에스더는 순교자적이지도, 영웅적이지도 않다. 플라스는 에스더의 불안을 남성, 사회, 또는 에스더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이 세 가지 모두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플라스이지만, 소설에서는 플라스 자신이 ‘신비스러우면서도 공포스러운 병’이라고 특징지은 주인공의 정신 질환을 불안의 원인으로 제시한다. 『벨자』의 주요 테마 ♠ 사회적 억압 이 소설의 많은 부분은 에스더가 다른 사람들에게 갖고 있는 기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에스더에게 갖고 있는 그녀의 미래와 행동에 대한 기대를 다루고 있다. 이것이 사회적 기대감으로 가장 극명하게 표출되는 것은 에스더가 자신이 꿈꾸는 성공과 가족에 대해서 어떤 결정을 내리려고 할 때이다. 에스더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 지 아직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지만 자신이 선택하는 일과 관련해서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게다가 섹슈얼리티와 관련해서는 정숙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에스더는 어떤 의미에서는 이러한 억압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도 하고 이러한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기도 하는데, 남자 친구인 버디 윌라드가 어느 웨이트리스와 잠자리를 한 것을 알고 자신의 기대를 접는다. 사회적 억압이라는 주제는 정신병원에서도 계속 반복된다. 에스더의 어머니를 비롯해서 입원한 환자들의 부모들이 가장 크게 걱정하는 것은 정신병이라는 이력 때문에 그들이 속한 사회적 관계에서 소외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 여성의 섹슈얼리티 에스더가 갖고 있는 문제의 대부분은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모순된 관점에서 나온다. 에스더는 소설 내내 그녀의 처녀성에 대해 집착한다. 그녀에게 세상은 섹스를 해본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이렇게 두 가지 범주로 나뉜다. 에스더는 그녀의 친구 도린처럼 매력적이고 성적으로 자유로운 여자들을 동경하면서도 종종 냉소의 대상으로 바라보지만, 그녀에게는 없는 삶에 대한 어떤 비밀을 그들은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비아 플라스는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요 동력으로 설정하고 에스더가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회복하는 중요한 국면에서 섹슈얼리티를 주체적으로 통제하고 발견하게 만든다. ♠ 밀폐의 감정 『벨자』라는 제목이 종 모양의 유리그릇을 의미하듯이 밀폐되고 감금된 듯한 느낌을 소설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벨자’는 에스더의 질식을 상징하는데, 이는 에스더가 스스로를 어느 단편 소설의 인물과 비교하거나 어떤 무화과를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선택의 덫에 걸린 자신을 상상하는 장면으로 암시된다. 가령 소설에서 ?스더는 생각한다: “이 내 인생이 소설에 나오는 초록빛 무화과나무처럼 가지를 뻗는 장면이 연상되었다. 가지마다 끝에 매달린 탐스런 무화과는 멋진 미래를 향해 손짓하고 윙크를 보냈다. 어떤 무화과는 남편이며 행복한 가정과 아이들이었고, 어떤 것은 유명한 시인이었고, 또 어떤 것은 뛰어난 교수였다.” 심지어 자살 미수에 그친 에스더가 발견되는 장소도 지하실이라는 닫힌 공간이다. ♠ 어머니와 딸의 관계 모녀관계는 소설에서 중요한 한 부분이다. 소설에서 에스더와 엄마의 관계는 에스더가 다른 인물들과 맺는 관계와 비교할 때 특별한 주목을 끌지 않는다. 그러나 저자는 에스더와 엄마의 관계라는 관점에서 에스더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구성하고 있는 셈이다. 가령 에스더는 잡지사의 상사인 제이 씨가 자신의 엄마였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한다; “제이 시 같은 엄마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어째야 좋을지 알 텐데. 엄마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엄마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이후 속기와 타자를 가르치며 우리를 부양했지만, 속으로는 그 일을 싫어했다. 또 생명 보험 영업사원을 믿지 못해서 보험금 한 푼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난 남편을 미워했다. 엄마는 내게 대학 졸업 후 속기를 배워야 된다고 채근했다. 그래야 대학 졸업장만큼이나 실속 있는 기술을 익히게 된다고. 엄마는 ‘사도들도 그물 고치는 일을 했지. 그들도 우리처럼 살아야 했으니까.’라고 말하곤 했다.“ 또한 닥터 놀란과 자신의 어머니를 비교하기도 하면서 이상적인 모녀관계를 상상한다. ♠ 섹슈얼리티와 폭력 저자는 소설의 몇몇 장면을 통해 섹슈얼리티를 여성에 대한 폭력과 연결시킨다. 레니 쉐퍼드와 도린이 거의 강간을 방불케하는 격한 놀이를 하면서 섹스를 준비하는 장면을 에스더가 목격할 때, 그리고 마르코가 실제로 에스더를 강간하려 했던 장면에서는 이러한 폭력성이 보다 분명하고 명확하게 드러난다. 마르코는 에스더에 대해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성적 폭력을 사용한다. 이러한 주제가 마지막으로 나타나는 곳은 에스더가 어윈에게 자신의 처녀성을 주고 많은 피를 흘릴 때이다. 이 장면이 도덕적으로 가장 애매한 것은 어윈과의 섹스를 통해서 에스더는 어떤 힘을 얻지만 동시에 어떤 의미에서는 스스로를 희생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