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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최수진_ 어디쯤 가고 있을까, 나는? 김민채_ 내 눈먼 여행을 위해 김소연_ 여행이 가고 싶어질 때마다 바라나시를 생각한다 김슬기_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쓰기 위해 떠납니다 나도원_ 돌아.가다 노연주_ 작은 코끼리 박연준_ 슬픔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 서상희_ 아무 준비 없는 여행 요 조_ 박계해 선생님, 저 잘 지내고 있어요 위서현_ 허술함에 담긴 진솔한 위로 이우성_ 마치 이제니_ 그 빛이 내게로 온다 장연정_ 편지 한승임_ 마음속 거기 epilogue |
KIM SO Y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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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을 앓던 그 방의 습기와 남은 잠을 더 자던 카페에서의 뜨거운 온도 같은 게 떠오를 때면, 신비를 겪은 사람처럼 은밀하게 미소를 지었다. 어째서 아팠을까보다는 어째서 나을 수 있었을까에 대해 신기해했다. 햇볕의 보송보송함이 고맙고 고마웠다. 인도의 작열하는 태양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 김소연「여행이 가고 싶어질 때마다 바라나시를 생각한다」 중에서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어렴풋이 알았다. 정해진 순서가 암묵적으로 결정되어 있었다는 것을. 집은 너무 깨끗했고 제자리가 아니더라도 있어야 할 자리에 모든 것이 있었다. 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바나나를 먹었다. --- 노연주「작은 코끼리」 중에서 사람들은 마음이 아플 때 건강하고 강하게 이겨내는 방법으로 슬픔이 자신을 비켜가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착각하곤 하는데, 이는 건강한 방법이 아니다. 멍울진 감정이나 체한 슬픔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슬픔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 슬플 기회를! --- 박연준「슬픔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 중에서 그 차이가 세상살이에 오해를 만들고, 간혹 커다란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하지만 진심에 대한 정의가 서로 다를지언정 진심은 결국 맨마음이라 참 많은 용기와 신뢰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러니 어떤 모습이든 진심은 어떤 순간에도 가치를 지닌다. --- 위서현「허술함에 담긴 진솔한 위로」 중에서 버스가 멈췄다. 완전히 멈췄다. 나는 내려야 해서 내렸다. 버스 계단을 발로 디디며, 디디며, 나는 다 온 것이었다. 나는 나에게서 구체적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종일 해가 뜨지 않는 공휴일처럼 어두웠다. --- 이우성「마치」 중에서 나는 그 빛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외부에서. 어쩌면 나의 내부에서. 나의 어둠의 저 밑바닥에서. 나는 내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썼던 그 불확실한 문장이 한 줄의 편지가 되어 누군가에게 날아가기를 바랐다. --- 이제니「그 빛이 내게로 온다」 중에서 나는 대답 대신 맥주를 한 모금 더 마셨고, 문득 북유럽 어딘가의 추운 나라로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어. 요즘 들어 나는 그때 그 순간을 자주 들여다보게 돼. 내가 놓쳤을지도 모를 어떤 느낌 때문에. 있잖아 S. 그때 K의 얼굴은 어땠을까. 요즘 조금, 힘들다, 고 말하던 K의 얼굴은. --- 장연정「편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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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갈과 상실의 날들,
그러나 당신 곁엔 여전히 누군가가 있다! 이별은 때로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고 싶게 만든다. 지금 내 앞에 놓인 고갈과 상실을 마주하는 것 자체가 두렵기 때문이다. 가족, 친구, 연인. 사랑하는 이와의 헤어짐은 늘 어렵기만 하다. 혼자 남겨진 기분, 아니 나조차도 스르르 소멸해버릴 것 같은 기분 속에서 여행자는 먼지가 되어버릴 듯하다. 그리하여 ‘지금-여기’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땅끝을 향해 걷는다. 빛을 향해 나아간다. ‘떠남’으로써 여행자는 비로소 슬픔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된다. 아파할 기회를 얻게 된다. 외면하고자 했던 아픔을 마주하고, 그것이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의 상실임을 알아차린다.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 잊지 않고자 평생을 애쓸 때에만 그것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분명한 건 여행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행자는 아픈 여행을 통해 아픔을 극복하지도 치유 받지도 않는다. 그저 그것을 들여다보고 아파한다. 아픔 속에 놓인 자신을 보면서, 자신의 곁에 여전히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본다. 상처를 보듬어줄 이, 때로는 내게 상처를 준 이들조차 거기에 있음을 알게 된다. 저편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로 인해 여행자는 다시 밥을 먹고, 다가올 계절을 기다리고, 울다가 잠들 수 있다. 상실은 스스로 갖고 있던 것들을 바로 보게 한다. 슬픔이 이끌었던 여행은 우리 삶에 무엇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완전한 상실이 아닌 ‘있음’의 발견. 그것이 아픈 여행이다. 스스로도 몰랐던 아픔을 마주할 때 다시 내일이 온다 아픈 여행은 스스로에 대한 발견이다.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숨겨져 있던 상처의 발견이다. 일상의 틈에 끼여 아픈 줄도 모르고 지내왔던 것들의 발견. 여행자는 그저 자신이 떠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남들에게 뒤질 것 없이 잘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아무런 문제없이 내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자신이 편견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이였음을, 뒤돌아보거나 쉬어갈 줄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렸던 이였음을, 일상으로부터 끊임없이 상처받고 비틀거리던 이였음을 알아차린다. 스스로도 몰랐던 아픔을 직시하고, 이내 몸을 앓는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그 상처를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아픔을 인정하는 것이 또다른 아픔이 될까 두려워 피하고 있었을 뿐. 감추려 했던 슬픔은 끊임없이 내적 고갈을 불러온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 되어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한다. 그 아픔은 여행지에서 불현듯 나타나기도 하고, 상처가 나를 여행길로 이끌기도 한다. 그 모든 상처의 발견은 지난 날 한 번도 알지 못했던 자신으로의 여행을 시작하게 한다. 상처와 아픔을 통해 우리의 삶은 더욱 다채로워진다. 아픈 여행은 피해야 할 것이 아니다. 상처받은 우리가 온몸으로 끌어안아야 할 아름다운 여행이다.『어떤 날 2』로 인해 당신의 내일에도 아픈 여행이 시작되길! 세상 끝까지 걸어 당신이 찾던 빛을 마주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