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머리말
1 모빌리티는 속도다 2 모빌리티는 순간이다 3 모빌리티는 구성이다 4 모빌리티는 도전이다 5 모빌리티는 역동이다 6 모빌리티는 전복이다 7 모빌리티는 자유다 8 모빌리티는 흐름이다 9 모빌리티는 고독이다 10 모빌리티는 충격이다 11 모빌리티는 집적이다 12 모빌리티는 저항이다 13 모빌리티는 기억이다 14 모빌리티는 유희다 15 모빌리티는 생활이다 16 모빌리티는 탈출이다 17 모빌리티는 폭력이다 18 모빌리티는 공유다 19 모빌리티는 환상이다 20 모빌리티는 공존이다 |
박재연의 다른 상품
|
그렇다면 터너는 왜 기차 창문 밖으로 몸을 뻗었을까? 철도의 빠른 속도를 직접 몸으로 느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1825년 조지 스티븐슨이 상업용 열차 운행을 시작한 이래, 철도는 당시 영국 최고의 교통수단이었다. 철도가 처음 개통되자 영국 사람들은 이 새로운 교통수단이 보여 주는 힘과 속도, 그리고 그것이 제공하는 신기한 경험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매료되었다.
---p.16 인상주의자들은 다른 어떤 화가들보다도 산업화의 수혜를 입은 예술가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은 공장에서 생산된 튜브에 담긴 질 좋은 물감을 사용할 수 있었고, 간편한 화구를 가지고 야외로 나가 순간순간 변화하는 풍경을 그릴 수 있었다. 인상주의자들이 다른 어느 시대의 화가들보다 쉽게 여러 곳을 여행하고 다양한 풍경을 그릴 수 있었던 데에는 근대적 교통수단의 발달이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p.28 물질문명과 과학기술에 매혹되어 좀 더 나은 미래와 진보를 기대했던 화가는 물리적 거리 개념을 없애고 탁 트인 파노라마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비행기라는 소재를 선택했다. 들로네는 서술적인 방식으로 조화로운 풍부함을 담아내는 과거의 그림에 반대했다. 화면 오른쪽 위에 그려진 창공에서 내려다본 에펠탑을 통해 마치 자신은 현대 화가라고 당당히 주장하는 것 같다. ---p.56 독일 여성잡지《 디 다메Die Dame》지誌의 표지 청탁을 받아 제작된 이 작품에서 이탈리아제 고급 스포츠카 부가티Bugatti 자동차는 거칠 것 없이 전진하는 ‘스피드speed’를 상징한다. 운전대를 쥐고 있는 주인공은 그 어떤 남성 배우자나 운전기사 없이도 홀로 설 수 있는 독립된 여성상과 여성해방주의를 거침없이 내뿜고 있다. 머리에 꽉 끼는 아르데코풍 에르메스 헬멧과 긴 장갑으로 치장하고 매혹을 발산하는 주인공의 초상은 1920년대 여성들이 꿈꾸던 판타지를 한 편의 그림 속에 모조리 구현한 신여성 이미지의 결정판이다. ---p.95 ‘모빌가스Mobilgas’라고 씌어진 불 켜진 간판에 그려진 날개 달린 빨간 말은 날아오르듯 미 대륙을 종횡무진하는 새로운 시대의 모빌리티를 환기시키지만, 막상 그림 속에는 자동차가 등장하지 않아 움직이기 위해 멈추어 있는 상태의 모순을 보여 준다. 이렇듯 호퍼의 작품은 우리를 나아가게 하는 동시에 머무르게 하는 두 개의 상반된 명령어가 끊임없이 긴장감을 자아낸다. ---p.130 특히 수보드 굽타는 ‘음식’이 이동하는 수단과 그에 따른 문화의 전도현상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왔다. 도시락통을 자전거에 싣고 출근하는 아버지와 갠지스 강물을 양동이에 담아 들고 오던 어머니, 우유병을 잔뜩 싣고 거리를 돌아다니던 릭샤꾼은 작가의 유년 시절 기억일 뿐 아니라 지금도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음식과 소비를 다룬 굽타의 작품들은 문자 그대로의 ‘운송’을 통해 과잉과 박탈, 욕망과 통제 사이에 매혹적인 긴장감을 조성한다. ---p.206 |
|
저자는 미술과 모빌리티의 상보적이고 흥미로운 결합을 위해 윌리엄 터너부터 소수빈까지, 200년이 조금 안 되는 시기에 걸쳐 스무 명의 아티스트를 꼽았다고 밝혔다. 단순히 모빌리티를 소재로 해서 작업을 한 작가들을 추려서 소개하기보다는, 그들이 시각적으로 해석한 모빌리티가 어떻게 근현대 사회 변화와 촘촘하게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들여다본다. 증기기관차가 뿜어 대는 검은 연기로 시작하는 전반부에서는 산업혁명과 함께 본격적으로 형성된 근대적 모빌리티가 사람들의 생활 방식과 정신세계에 끼친 영향에 대해 살피며, 후반부에서는 근대화라는 미명 하에 그간 당연하게 이루어져 온 일방적인 모빌리티 확장에 대한 비판적이고 자성적인 작업들을 분석한다. 무엇보다 그간 대부분의 미술사 담론이 기본값으로 여겨 왔던 ‘서구 백인 남성 작가들의 미술사’를 보완하여 젠더와 인종, 문화권과 지역 차원의 빈틈을 메우는 데 신경을 썼다. 앞서 다룬 작가들에 비해 다소 낯설게 여겨지는 수보드 굽타, 할릴 알틴데레, 아델 압데세메드, 에스더 마흘랑구, 오스본 마차리아 등의 이름은 좀 더 균형 잡힌 미술사 서술을 위한 의도적인 선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