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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런 저녁이 있다
풀포기의 노래 서시(序詩) 그런 저녁이 있다 너무 이른, 또는 너무 늦은 어느 봄날 찬비 내리고 나뭇가지가 오래 흔들릴 때 젖지 않는 마음 잔설(殘雪) 소리에 기대어 다음 생의 나를 보듯이 기억의 자리 어린것 요즘의 발견 흔들리는 것들 2. 못 위의 잠 못 위의 잠 몰매기를 기억함 저녁을 위하여 별 아카시아 빈 의자 양계장집 딸 밤, 바람 속으로 어느날 아침 너무 많이 십년 후 흐린 날에는 남편 달개비꽃 피는 창문 그믐 3. 떨기나무 덤불 있다면 사북에서, 다만 허 떨기나무 덤불 있다면 살아 있어야 할 이유 배추의 마음 신정 6-1 지구 정도리에서 여기에 평화가 있어 학교다녀오겠습니다아 걸음을 멈추고 귀뚜라미 두부 빨래는 얼면서 마르고 있다 산속에서 내가 마실 갈 때 제4부 그때엔 흙에서 흙냄새 나겠지 태풍 해질녘의 노래 거스름돈에 대한 생각 용서 낙조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후회도 없이 이 골방은 봄길에서 등이 시린 일 길 위에서 땅 끝 나 서른이 되면 그때엔 흙에서 흙냄새 나겠지 발문/김기택 후기 |
羅喜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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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위하여
“엄마, 천천히 가요.” 아이는 잠이 덜 깬 얼굴로 칭얼거린다. 그 팔을 끌어당기면서 아침부터 나는 아이에게 저녁을 가르친다. 기다림을, 참으라는 것을 가르친다. “자, 착하지? 조금만 가면 돼. 이따 저녁에 만나려면 가서 잘 놀아야지.” 마음이 급한 내 팔에 끌려올 때마다 아이의 팔이 조금씩 늘어난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 아이를 남에게 맡겨야 하고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 다른 것들에 더욱 매달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그게 삶이라는 것을 모질게도 가르치려는 것일까. 해종일 잘 견디어야 저녁이 온다고, 사랑하는 것들은 어두워져서야 이부자리에 팔과 다리를 섞을 수 있다고 모든 아침은 우리에게 말한다. 오늘은 저도 발꿈치가 아픈지 막무가내로 울면서 절름거린다. “자, 착하지?” 아이의 눈가를 훔쳐주다가 나는 문득 이 눈부신 햇살을 버리고 싶다. --- pp.32-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