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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이틀_윤성희 추천 우수작 쿠문_김성중 하구(河口)_김언수 한파특보_김이설 겨울의 눈빛_박솔뫼 굿바이_윤이형 현장 부재 증명_최제훈 기수상작가 자선작 홀린 영혼_성석제 상황과 비율_김중혁 아… 르무… 리… 오_박민규 수상소감 심사평 작가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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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목련 나무가 있는 연립주택에 살았다. 나는 할머니를 그곳까지 배웅해드렸다. “이렇게 큰 나무가 있다니 놀라워요.” 할머니가 목련을 올려다보았다. “뭐가 놀라워. 난 작은 나무들이 더 놀라워. 그건 해마다 자라는 게 눈에 보이거든.” 목련 나무 아래에서 할머니와 나는 헤어졌다. 헤어지기 전에 할머니는 내게 이런 비밀을 하나 알려주었다. 앞으로 회사 땡땡이를 치고 싶은 날이면 132동 104호로 가보라고. 그곳에서 나오는 소리를 몰래 엿들어 보라고. 오전 열 시. 아주 목소리가 아름다운 선생님이 유치원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시간이라고. 나는 일부러 길을 돌아 132동을 가보았다. ‘해님 놀이방’이라는 플래카드가 베란다에 걸려 있었다. 그 아래 누군가의 발자국이 보였다. 민들레꽃이 밟힌 흔적이 보였다. 해님 놀이방의 동화 구연 선생님은 누구일까? 듣기만 해도 저절로 행복해진다는데 과연 그런 게 가능할까?
--- pp. 28~29 강 끝에 갈대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거렸다. 갈대들이 강의 끝에 서 있는 건지 바다의 입구에 서 있는 건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저기 보이는 끝까지, 그리고 그 너머까지 다 우리 할아버지 땅이었지, 하고 허대는 말했다. 오래전에 자기들의 땅이었던 곳을, 술값으 로 다 날려버려서 지금은 남의 소유가 되어버린 땅 위를, 별일도 아니라는 듯 씩씩하게 1톤 트럭을 몰고 가는 여자의 얼굴이 아름다워 보였다. 문득 왜 사내들이 여자를 두고 코끼리를 닮았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확실히 그녀는 코끼리를 닮았다. 아니면 코끼리가 그녀를 닮았거나. --- p. 80 옆에서 누가 노려보는 낌새에 M은 흠칫 고개를 돌렸다. 얼룩 고양이 한 마리가 등을 볼록하게 세우고 벽돌담 위에 도사리고 있었다. 대각선으로 뻗은 앞다리에 단단히 힘이 들어가 있는 게 느껴졌다. 메달 달린 목걸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길고양이는 아니었다. M은 아기를 어르듯 입으로 쭈쭈, 소리를 내며 슬며시 손을 내밀었다. 고양이가 더욱 납작하게 몸을 웅크리며 수염을 곤두세웠다. 커다랗게 벌어진 두 개의 눈동자가 레이저 포인터처럼 M의 미간에 붙박여 움직이지 않았다. --- p.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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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15년 이하의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이효석문학상은 전년도 6월 1일부터 해당년도 5월 31일까지 문예지. 잡지. 정기간행물. 부정기간행물 등에 발표된 중·단편 소설을 심사하여 수상작을 결정한다. 2013년 제14회 수상작은 윤성희의 [요요]다. 오정희, 이남호, 윤대녕, 신수정, 백지연, 김형중, 손정수가 심사에 참여했다.
수상작 〈이틀〉은 주로 젊고 경쾌한 감각으로 주변부 인물들의 삶을 따뜻한 유머의 문장에 담아냈던 작가의 시선에 성숙한 깊이가 더해져 윤성희 소설의 새로운 국면을 예감하게 하는 작품이다. 우연한 사건으로 평생에 걸친 생의 무게에서 잠시 벗어나게 된 한 인물의 눈에 이전이라면 그냥 지나쳤을 현실의 새로운 풍경이 들어온다. 그리하여 이제 쇠락할 일만 남았다고 느껴졌던 삶에 어느새 고요한 희망이 고여 있는 것을 확인하는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읽는 사람의 마음에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감동이 가득 차올라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문학평론가 김나영은 작가론에서 “윤성희의 [이틀]은 일상에 관한 짧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에게 이틀이라는 무명의 시간, 언제여도 무방하지만 아무 때나가 될 수 없는 그때는 소리 없이 무너져 드러난 생활의 단면일 뿐만 아니라 그 반대로도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틀’은 일상이 무너진 자리가 아니라 오히려 더 견고한 일상의 한 부분이라고 하겠다”라고 썼다. 수상작 외에 수상작가 본심에 올랐던 추천 우수작 6편(김성중의 [쿠문], 김언수의 [하구(河口)], 김이설의 [한파특보], 박솔뫼의 [겨울의 눈빛], 윤이형의 [굿바이], 최제훈의 [현장 부재 증명])을 비롯해, 기수상작가인 성석제의 [홀린 영혼], 김중혁의 [상황과 비율], 박민규의 [아… 르무… 리… 오]가 실려 있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작가들의 최근 작품을 한꺼번에 만나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