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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김요아킴 별을 기억해야 할 아침·12 황새왓에서·13 송정, 그 바닷가·14 김선아 나의 편애·18 얼음 혀가 말랑말랑해졌다·19 슬픔을 쪼개 주는 이 있었으면 좋겠다·21 민창홍 마스크 7·24 마스크 12·26 마스크 15·28 엄영란 분홍·32 해바라기·33 그랑프리 빵집·35 유담 영상 통화·38 청진기의 귓불·39 겨울 눈썰미·40 정은영 아이리스Iris·42 동공들Pupils·44 김미옥 뚝배기·48 베타의 날·50 우리는 누구나 껌처럼 살아가잖아요·51 이강휘 탈춤·54 시험이니까 벌어지는 일이에요·56 편집자님께·57 손영숙 파킨슨 아저씨·60 그녀의 시 독법·62 두 얼굴·63 양민주 목욕물 마신 새·66 부음·67 수진 칼 페리스 밀러의 목련원·70 선암사 꽃무릇·72 갈잎의 하모니·73 이일우 참꽃 7·76 참꽃 8·77 참꽃 9·78 곽애리 우기의 불효·80 90도는 싫어·81 김연순 그렇게 서서·84 귀를 줍다·85 바다·87 박상옥 밀밭에서·90 채송화·91 잡아줘요·92 김덕곤 한낮에 떠돌기·94 야근 일기·96 명제·98 이우디 사막을 주장하는 바람은 일회용이다·102 바야흐로 당의정·104 우리는 함부로 기회를 놓친다·106 양시연 뇌촬영·110 아무리 그래 봐라·111 송강 은배·112 김종식 온전한 집·114 행복한 노예·115 전병석 화본역·118 다도해·120 몽돌 같은·121 이상명 주파수·124 파쇄기가 있는 풍경·125 임문익 공배를 메우며·128 자화상·131 수필 이선국 백운산방白雲山房·134 문학청춘작가회 회칙·138 문학청춘작가회 발자취·1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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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를 좋아하셨나 봐
손수레에 올라앉은 낡은 녹음기 한 대 70년대가 줄줄 따라 나온다 최루탄 연기 속에서도 애절했던 그 가락 렛잇비 렛잇비--- 기타라도 메고 오시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건네는 속살 보얀 참외 한 조각 맛이라도 보시지 얼굴에 칼자국도 없는데 손사래 치며 달아나는 2000년대 여인들 렛잇비 렛잇비--- 가게 두어라 그냥 두어라 길바닥엔 널브러진 플라스틱 소쿠리 빨간 고구마 노란 참외 한나절이 지나도록 한 소쿠리도 못 팔고 렛잇비 렛잇비 비에 젖어요 데모하다 잘린 그 형인지도 몰라 어둠의 시간은 찾아오는데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는 어머니* 맹물이 포도주가 될 때까지 렛잇비 렛잇비--- ---「손영숙_파킨슨 아저씨」중에서 * Let it be - 70년대 유행했던 비틀즈의 노래 When I find myself in times of trouble Mother Mary comes to me로 시작하는 가만히 있어도 심심찮게 찾아오는 시집 비스듬히 앉아 쉬엄쉬엄 뒤에서부터 차례로 만난다 민낯의 그가 맨발로 걸어 나온다 목소리가 말랑말랑하다 하품도 재채기도 더러는 방귀 소리까지 들린다 티도 때도 그대로 보인다 한참을 겁주지 않는 이 동네에서 놀다 보면 어깨 뻣뻣한 앞 동네 외투 깃 빳빳하게 세운 분들과도 악수가 된다 받치는 바닥을 먼저 보았으니 화장기 아래 숨은 얼굴이 짐작되는 터다 바닥의 힘으로 머리 꼭대기의 권력 화장기 위에 덧칠한 해설까지도 머리 끄덕여진다 벌써 행간의 복판에 서 있다 ---「손영숙_그녀의 시 독법」중에서 겨울이 여름의 밑그림이듯 봄이 가을을 그리고 있다 꽃이 열매의 얼굴이듯 헐벗음 또한 무성함의 얼굴이다 무성한 꽃인 당신 헐벗은 열매인 당신 ---「손영숙_두 얼굴」중에서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넜댔죠, 무슨 의미인지 - 강허달림의 노래 ‘미안해요’ 중에서 해장국 한 숟가락마다 건져지는 취기 속으로 어젯밤 별 하나가 불쑥 배어들었다 식당 아지매들의 제문祭文 같은 수군거림은 양념처럼 혀로 감기었다 새파랗게 달콤한 나이에, 무슨 쓰디쓴 일 있었기에 얼마나 매운 마음으로 그리했는지 건너편 빌딩의 후미진 자리로 서빙 하듯 눈길을 던진 오늘 아침 신도시의 불빛이 마스크를 걸친 채 별빛을 감추며 나를 포획했던, 그 시간들을 기억해냈다 사건 현장에 꼭 다시 나타나는 범인인 양 서둘러 그 별의 잔해를 찾으려 나섰지만 이미 지워진 증거 대신 쇼윈도의 핸드폰들만이 세 개의 별로 요란히 환생하고 있었다 ---「김요아킴_별을 기억해야 할 아침」중에서 성호를 긋고 올려다본 하늘은 역사처럼 잿빛으로 침묵하고 까만 날갯짓이 그 미로를 재단하며 저 먼 한라까지 잡아당긴 오감도烏瞰圖엔 불안한 13인의 아해가 최후의 만찬으로 영원한 부활을 증거하며 열십자 복판에서 주기도문을 외는 사이 가난한 목자보다 더 헐벗은 섬사람들의 장두가 된 약관의 세월로 다져진 형형한 눈빛이 관아를 향해 진을 치던 그 죽창의 서늘한 기운으로 분노와 사랑의 모순을 단박에 찌르며 한 점 별이 된 신축년의 운명을 고스란히 기록한 이 순교의 땅, 그 옛날 황새가 많이 내려앉았다는 유토피아를 꿈꾸며 서로에게 박해받은 모든 영혼을 위해 두 손 모아 나직이 읊조리며 다시 성호를 긋는다, 아멘 ---「김요아킴_황새왓에서」중에서 * 황새왓은 제주 ‘황사평’의 옛 지명임. 파도는 마스크를 쓴 채 입을 다물었다 정자를 에워싼 죽도의 솔들이 그렁대는 해수의 천식을 틀어막는 사이 고깃배의 불빛이 나뒹굴고 있다 두 번의 강산이 바뀌고 더 지난 아내와 생을 약속했던 그 자리엔 노을 대신 네온사인으로 휘황하다 기억처럼 끄집어낸 그때의 속엣말은 삐죽 솟은 콘크리트에 메아리치며 자동차의 굉음에 파묻혀 버렸다 가끔씩 기적을 일으키던 동해남부선은 세월에 입도선매 되어, 결국 진통제로 버티던 추억마저 앗아갔다 마스크를 벗지 못한 송정 앞으로, 지금 욕망에 갇힌 비말들이 낯선 수음手淫을 즐기고 있다 진화하지 못한 우리들 느낌표가 지구별 한 귀퉁이에서 소문 없이 자가격리 중이다 ---「김요아킴_송정, 그 바닷가」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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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특징은 문학청춘 100년을 추구하며 출발한 또 한 걸음의 여정을 문학청춘동인지 제5집에 담았다. 서울에서부터 강원도 제주도까지 전국 각지에 거주하는, 아니 미국에서까지 함께하는 문청 동인들, 항상 그리움의 꽃이 되어 글로 만나고 있다.
문명의 변화 속도가 빠른 시대에 아직도 우표를 붙인 편지처럼 메일로 작품을 주고받으니, 어쩌면 이것이 문학청춘 아닌가. 코로나19로 세상은 격동의 세기를 맞으며, 사회가 시대가 요즘은 너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따라가기 벅찰 때는 잠시 쉬어 숨을 고르듯이, 거북이처럼 열정과 여유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시인들의 작품들이다. 글을 쓰는 일은 고독하면서도 치열한 작업이다. 고통 때문에 스스로 포기할 줄도 알지만, 살아남은 자가 만드는 흔적 역시, 느림의 미학 속에 남겨둔 그림처럼 오롯이 시인들의 시작품으로 열매를 맺는 것이다. 시인의 말 -발간사 다섯 살, 춘이 집 앞 골목에 멧돼지가? 그래, 그 옛날 제 땅이었다는 시위란다 지구 저편 어린이 놀이터는 캥거루 놀이마당이 되었다나? 또 감기가 유행이래요 감기의 변신속도가 무섭구나 사랑의 변신은 무죄라던데요 그런 말 어디서 들었니? 나가 놀지 말아라 개구쟁이 스머프가 제일이다 장마 지나고 집중호우 몰아치더니 태풍이다 뒤집히고 날아가고 무너져 잠기고 …… 엄마, 텔레비전에서 비린내가 나요 채널 바꿔보려무나 바꾸면 업된단다 가창오리 떼가 방탄보다 멋져요 철새한테 빠지면 텃새가 있는지를 잊게 되지 고개 들고 창문 열어 봐라 새소리 들리지 않니? 엄마, 밖에 나갈래요 눈이 오려나 꾸물거리는 날이다 춘이가 운동화를 꺼내 신는다 하필 …… 다섯 살, 춘이 봄이 오면 학교에 간다 문학청춘작가회장 이일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