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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마른 꽃 갈피에서 멈춘 시곗바늘
사이의 바람 편작은 어디서 잠들고 있을까 샤크콜러 오리무중 세상 드라이플라워 시계추 새 모음모음의 물구나무서기 마두금 페루에서 온 미라 화 화 달의 시간 피치카토먼지나비 라르고의 숨결 술의 말 2부 노란 민들레 홀씨, 하얀 혼으로 흰나비 무밥 속으로 서랍 얼음 옷장 별이 된 아버지 흰 구름 통일부에서 온 편지 멀고 먼 강, 그 얼음 길 아우슈비츠의 하늘 장마 모성 산책 고추 타령 골판지 오대산 선재길 3부 저 연둣빛 꽃 속에 웅크리고 음악은 몽블랑에서의 시간 계보의 강, 그 얼음 성 고백 기억의 지속 라스트 댄스 풍금새 유리알 숨 시작과 끝의 간극 변극 내가 없는 시간 속에서 겨우살이 언약의 무게 초대하지 않은 손님, 밤벌레 닿을 수 없는 존재 4부 ‘첫’들이 솟구치는 방 아주 오래된 낮손님 깽깽이풀 물의 마임 무지개다리 말의 안개탑 비밀의 문 경찰청에서 온 문자 로프 공 사과 반쪽 그물망 첫눈 은수저의 춤 단돈 삼천 원 이야기 새들의 에마리오 해설 _ 존재의 본향을 찾아가는 시인의 길 이영춘(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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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구름이 기차를 탄다
별의 레일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별과 하늘은 허리가 무거워 출렁 휘고 허리 휜 하늘은 새의 깃털 속에 고개를 묻는다 새는 겨울 나뭇가지 위에 달그림자로 얼어붙는데 다리가 긴 바람은 초가지붕 위에 눕는다 달의 둥근 얼굴이 박 속으로 숨고 은빛 가루처럼 쏟아지는 달빛은 간이역 난간에 어깨를 기댄다 역과 역 사이 달과 달그림자 사이 그 사이에서 나는 늘 떠도는 바람이다 ---「사이의 바람」중에서 어느 교실에서도 배운 적이 없는 꽃의 언어 장미의 언어 투탕카멘의 피라미드 속에서 미라가 된 언어 미라가 된 장미, 고비 사막의 바람에 날리는 모래알 소리로 말을 걸어온다 잠이 덜 깬 나에게 날이 선 말소리, 고막에 생채기를 그으며 뇌의 회로로 향한다 아주 오래전에 살았던 사막여우의 빙의憑依인가 빙빙 도는 뇌의 회로를 타고 오는 꽃의 말 심해보다 깊은 언어 속에서 나는 장미의 말꼬리를 놓쳤다 어느 그믐밤 석궁에 묻힌 샤자한 왕비의 무덤 속으로 내 숨소리가 벼락처럼 내리치는 듯하고 천둥의 장대 끝에 서서 내 정수리를 내려다본다 장미의 말을 프리즘에 가둔 나를 마른 꽃 갈피에서 멈춘 시곗바늘이 옆구리를 툭 치고 간다 ---「드라이플라워」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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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화살 같은 초침 속 그 유속의 정점 위에서 초침의 순간들을 그렸습니다 ‘시의 뮤즈’와 접신을 꿈꾸며 그 끈을 꽉 잡고 산 어제와 오늘을 또 허락되는 내일을 살아갈 것입니다 끈질긴 그 시간 속으로 2023년 7월 송경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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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한마디로 감각의 형상화이다. 음악은 청각, 회화는 시각을 통해서 어떤 아름다움을 형상화시키고자 한다. 시도 본질적으로는 언어의 청각적 혹은 시각적 형상화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감각의 형상화만으로는 어쩐지 허무하다. 삶의 진실이 내면화되어 있지 못한 까닭이다. 송경애 씨는 누구보다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시인이다. 그의 시에는 아름다운 감각성과 함께 깊은 사색이 담겨 있다. 진솔한 표현, 절제된 감정, 단아한 명상이 한가지로 어울려 핀 한 송이 꽃일까. 아니라면 “새장같이 한 공간에 갇힌 시간의 꼭짓점에서/ 물살을 거스르는 연어의 꼬리”(「시작과 끝의 간극」에서)일까. 따뜻하고 아름답고 그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시편들이다. - 오세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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