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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이 탁!
영식이와 나 파스 오렌지 팔레트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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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나를 힐끗 쳐다보고는 무심하게 지나쳐 갔다. 나는 재빨리 신발 뒤축을 펴고 발을 집어넣었다. 깜깜한 신발 안에서 발이 울었다. 발이 아무리 아프다고 소리쳐도 신발 속 풍경은 아무도 모른다. 그건 나만 아는 아픔이었다.
--- p.17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아빠가 나를 본다. 그런 아빠를 보자 속에서 울컥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랐다. 나는 참지 못하고 아빠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왜 이런 것 하나도 제대로 못 하냐고. 울고 싶은 건 아빠가 아니라 나라고. 나도 엄마처럼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다고. --- p.21 깜짝 놀란 영식이가 뒤를 돌아봤다. 영식이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 영식이 얼굴에 반가운 빛이 어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페달을 멈출 수가 없었다. 자전거가 다시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나는 영식이를 두고 달려가 버렸다. --- p.42 아빠는 모른다. 맘속에 있는 말과 자꾸만 다른 말을 내뱉는 내 입술을. 아빠는 모른다. ‘다음에’, ‘괜찮아’ 같은 말이 가득한 내 마음을. 아빠는 모른다. 다음은 잘 찾아오지 않았고, 나는 하나도 괜찮지 않다는 것을. --- p.61 ‘또 사면 될 거야.’ 딸깍, ‘언니는 아르바이트도 하니까.’ 딱! ‘친구들이 선물해 줄지도 몰라.’ 딸깍, ‘언니는 친구도 많으니까.’ 딱! --- p.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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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걀이 탁!』에는 네 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표제작「달걀이 탁!」에서 성실하고 꼼꼼한 아빠는 공사 현장에서 추락 사고를 당해 젓가락질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작아진 신발과 옷 때문에 주눅이 든 지은이는 그런 아빠가 밉고 싫다. 하지만 자신의 심술도 아랑곳없이 사랑을 베푸는 아빠로 인해 새롭게 의지를 다진다. 비슷한 형편의 친구를 무시하고 경멸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가 뉘우치는「영식이와 나」, 가난한 살림이 원망스럽지만 힘들게 일하는 아빠를 안타깝게 여기는「파스」, 교육 봉사하러 온 대학생 언니의 화장품을 얼떨결에 훔쳤다가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오렌지 팔레트」등 사회적·경제적으로 소외된 아이들이 겪는 내면의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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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떨 때는 무겁고, 어떨 때는 가벼운 것은?
뒤늦게 알아차린 어떤 마음들에 대한 이야기 『달걀이 탁!』에 실린 네 편의 동화는 모두 궁핍하고 소외된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특이하게도 네 작품 모두 엄마가 잘 보이지 않는다. 엄마는 아예 없거나 밤늦게까지 일을 하느라 곁에 없고, 아빠는 몸이 불편하거나 퉁명스럽고 툭하면 아이를 윽박지른다. 모성과 돌봄이 부재한 상황에서 아이들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때로는 「달걀이 탁!」에서 지은이가 그랬듯,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기도 한다. 「영식이와 나」에서 친구들의 새 자전거를 부러워하던 ‘나’는 자기처럼 자전거가 없는 영식이와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소리가 듣기 싫다. 그래서 아빠가 주워 온 고물 자전거를 탈 때 남 보기 창피해하면서도 영식이 앞에서는 우쭐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그런 마음은 오래 가지 못한다. ‘나’는 영식이의 순수한 호의를 뒤늦게 깨닫고 자신의 못난 마음을 알아차리면서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하게 된다. 가난은 아이들을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옹졸하게 만든다. 작아진 운동화 때문에 발뒤꿈치가 까지고, 자전거 없이 먼 길을 걷거나 친구들이 간식을 사 먹을 때 참아야 한다. 그리고 궁핍한 아이들은 당당하게 활개를 치거나 목소리를 높이기 힘들어진다. 「오렌지 팔레트」에서는 폐쇄된 주차장에서 사는 자매가 나온다. 봉사활동을 하러 오는 대학생 언니는 선아와 주아 자매가 머무는 고립된 세계에 찾아온 햇살 같은 존재다. 선아가 언니의 화장품 팔레트를 얼떨결에 훔치는 것은 단순한 호기심과 물욕 때문이었겠지만 언니가 머무는 밝고 풍요로운 세계에 대한 선망 때문이기도 하다. 주차장에서도 천진난만하게 즐거움을 느끼는 주아에 비해 선아는 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꾹꾹 눌러 담는다. 그리고 마침내 죄책감의 무게를 깨달은 선아는 잘못을 고백하기로 한다. 어린이들은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고 구조적인 빈곤을 해결하는 것은 사회와 어른의 몫이다. 하지만 어린이들은 마냥 기다리기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는 아니다. 작가는 후기에서 등장인물들이 “뒤늦게 알아차린 ‘어떤 마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설명한다. 가난한 아이가 명랑하고 너그럽고 다정다감해지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어려운 처지에 놓인 아이들이 겪는 불편과 슬픔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서도 결국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이 마음이라는 점을 힘주어 강조한다. “어떨 때는 무겁고, 어떨 때는 가벼운 것은 무엇일까요?”「오렌지 팔레트」에서 대학생 언니가 내준 문제는 결국 선아가 ‘마음’이라는 답을 찾으면서 해결된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제 몫의 무게를 감당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안타깝지만 불가피한 일이다. 다행스럽게도 그 아이들은 역경을 이겨내며 누구보다 더 단단하게 자랄 것이다. 성장의 무게와 희망을 함께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달걀이 탁!』이 갖는 의미는 좀 더 묵직하게 다가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