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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장 ~ 제38장
작품 해설 작가 연보 |
Charlotte Bro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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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주인의 얼굴이 슬픈지 험악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자세히 살피는 습관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의 얼굴에 지금처럼 한결같이 구름이 끼어 있지 않고 기분 상한 감정이 전혀 없던 적은 기억할 수 없었다. …… 지금보다 더 자주 내가 그의 곁에 불려 간 적이 없었고, 또 그렇게 불려 갔을 때 나에게 그가 그보다 더 친절한 적이 없었다. 아, 이를 어쩌나! 내가 그처럼 사랑한 적이 없었다.”
--- pp.18-19 “제인, 진정해요. 자포자기해서 제 깃털을 마구 찢고 있는 사납고 흥분한 새처럼 그렇게 발버둥치지 말아요.” “저는 새가 아닙니다. 어떤 그물망도 저를 잡지 못해요. 저는 독립 의지를 가진 자유인입니다. 그 의지를 지금 발휘하여 주인님을 떠나려고 하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노력을 동원해야 나는 자유롭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의 앞에 똑바로 섰다. “그렇다면 그 당신의 의지가 당신의 운명을 결정토록 하시오.” --- p.32 “저는 노예가 될 사람들, 그러니까 후궁에 살 거주자들에게 자유를 가르치는 선교사가 될 준비를 할 거예요. 저는 후궁 출입이 허용될 테니 거기서 반란을 선동하겠어요. 그렇게 되면 말꼬리 세 개를 군기 삼아 휘날리는 군사령관 격인 주인님은 순식간에 우리 손에 족쇄가 채워져 구금될 것입니다. 또한 이제까지 독재자가 윤허한 것 중에서 가장 관대한 칙서에 주인님이 서명하기 전까지는 저도 주인님의 결박을 풀어주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 p.61 급류가 가까이 오고 있었다. 그것을 피하게 해주십사고 하늘에 애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손을 모으지도 무릎을 굽히지도, 입술을 움직이지도 않았기 때문에 마침내 급류는 다가왔다. 급류의 물살은 마음껏 힘을 과시하며 나를 덮쳤다. 고독한 내 삶, 잃어버린 내 사랑, 꺼져버린 내 희망, 치명타를 맞은 내 신뢰에 대한 모든 의식이 내 머리 위에서 하나의 우울한 덩어리가 되어 마음껏 힘차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 고통스러운 시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물살이 내 영혼 속으로 흘러들었고 나는 깊은 수렁으로 가라앉았다. 나는 발 디딜 곳을 분간하지 못했다. 나는 깊은 물로 빠져들었다. 홍수의 물길이 내 위로 범람했다.” 이 말은 내게 사실이었다. --- pp.113-114 나는 내 기도를 감사 기도로 바꿨다. 생명의 원천이신 하느님은 영혼의 구원자이시기도 했다. 로체스터 씨는 안전했다. 그도 하느님의 피조물이니 하느님의 보호를 받을 것이다. 나는 다시 그 언덕진 곳의 가슴팍에 둥지를 틀었다. 얼마 안 있어 잠이 들어 슬픔을 잊었다. --- p.168 그래서 이 황야의 흙과 평화롭게 뒤섞이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직 모든 욕구와 고통과 책임과 함께 생명을 나는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그 짐을 짊어지고 가야 했고 욕구는 충족시켜야 했고 고통을 참아내고 책임은 완수해야 했다. 나는 다시 길을 떠났다. 위트크로스로 다시 돌아온 나는 이제 열을 내뿜고 높이 솟은 해를 피할 수 있는 길을 따라갔다. --- p.170 “이 일에 불명예스러운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약속을 어긴다거나 선교회를 버리고 뭐고 없어요. 저는 사실 인도에 갈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특히 모르는 사람들하고는요. 오라버니와 함께였다면 많은 모험을 감수했겠죠. 오라버니를 존경하고 신뢰하고 누이로서 사랑하니까요. 그러나 언제 누구와 그곳에 같이 가든지 간에 그런 풍토에서는 저는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확신해요.) --- p.339 “그 얘기는 오라버니에게 직접 들으셔야 해요. 오라버니에게 배우자가 필요한 건 자기가 맡은 소임 때문이지 자기 자신 때문이 아니라는 소리를 몇 번이나 하셨어요. 내가 사랑이 아니라 고된 일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도 말씀하셨어요. 그건 맞는 말예요.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내가 만일 사랑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당연히 결혼을 위해 태어난 사람도 아닐 거예요. 다이애나 언니, 평생 자신을 유용한 도구로만 여기는 남자에게 얽매여 산다면 이상한 일 아니겠어요?” --- p.343 그 감정이 내 영혼을 잠에서 깨우자 내 영혼은 깜짝 놀라 떨리는 몸으로 귀를 기울이며 감옥에서 뛰쳐나온 것이었다. 그러고는 놀란 내 귀에, 떨리는 내 가슴에, 내 마음을 관통하며 울려 퍼지는 세 번의 부름 소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내 마음은 주체스러운 육신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신의 특권처럼 부여받았던 노력이 성공한 것을 즐거워하듯 크게 기뻐하고 있었다. --- p.355 “부자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의지할 필요 없이 독립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고 했잖아요, 주인님. 이제 저 자신의 주인은 저예요.” “그럼 나와 함께 지낼 거요?” --- p.382 이제 나는 결혼한 지 10년이 되었다. 나는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며 함께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나는 내 자신을 가장 축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축복받았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완전히 내 삶인 것처럼 나는 그의 삶 자체였기 때문이다. 어느 여자도 나보다 더 가까이 자기 배우자와 살았던 사람은 없었다. 나는 누구보다 완벽하게 남편의 뼈에서 나온 뼈였고 남편의 살에서 나온 살이었다. --- p.408 우리 각자가 서로의 가슴에서 뛰고 있는 심장의 고동 소리에서 따분함을 느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우리는 늘 같이 붙어 있다. 함께 붙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는 혼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유롭고 동시에 여러 사람과 같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즐거운 일이다. …… 나의 모든 신뢰는 그에게 전해지는 것이었으며 그의 모든 신뢰가 내게 부여되는 것이었다. 우리는 성격이 정확히도 맞는다. 완벽한 일치가 그 결과다. --- pp.412-4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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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존엄, 사랑!
세 가지 모두를 포기하지 않은 한 여성의 이야기 샬럿 브론테가 시대를 앞서 그려낸 가장 현대적인 고전 “저는 새가 아닙니다. 어떤 그물망도 저를 잡지 못해요. 저는 독립 의지를 가진 자유인입니다.” 다시 한번 노력을 동원해야 나는 자유롭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의 앞에 똑바로 섰다. 전통적인 여성상과 낭만주의적 이상을 거부하고 로맨스 소설의 정형화에서 탈피한 혁명적 소설 샬럿 브론테는 에밀리 브론테(《폭풍의 언덕》)의 언니이자, 빅토리아 시대 여성 작가들의 선구자로 꼽힌다. 당시 여성 작가로서 작품 활동이 제약받던 시기, ‘커러 벨(Currer Bell)’이라는 남성 필명으로 《제인 에어》를 발표했고 출간 즉시 문단과 독자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제인 에어》는 1847년 발표 당시 가히 획기적인 소설이었다. 아직도 청교도적인 미덕이 세상의 진리로 통하던 시절에 사랑과 결혼이라는 주제, 사회적 위치에서 나약하고 수동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놀랍고 강렬한 소설이다” “오랜만에 등장한 훌륭한 수작 중 하나다” “지난 여러 해에 걸쳐 출판된 작품 중에서 가장 특출한 작품이다” 등 당시 동시대 언론의 평가를 살펴봐도 작품의 영향력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다. 브론테는 전통적인 여성상과 낭만주의적 이상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개척했다. 여성도 감정과 이성을 동시에 지닌 ‘완전한 인간’이라는 점을 작품 속 제인을 통해 명확히 주장한다. 또한 그의 문장은 단단하면서도 격정적이며 현실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도 시적인 울림을 담고 있다. 섬세한 여성 심리 묘사와 참신하고 박력 있는 문체, 여성의 독립성과 진취성을 담은 여성 문학의 선구적 작품 《제인 에어》는 샬럿 브론테의 독창적이고 박력 있는 문체, 실제 삶과 닮아 있는 등장인물들의 성격 묘사뿐만 아니라 ‘제인 에어’라는 한 여성의 정신 발전상을 그대로 보여주어 보편적이면서도 동경하는 한 인간의 삶에 정서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이 소설은 연애와 결혼을 사회적, 외부적인 사건으로 취급하여 인물의 심리에는 깊이 들어가지 않던 기존 소설과 달리, 로체스터를 사랑하면서도 정신병에 걸린 그의 아내 때문에 결혼하지 못하고 번민하는 제인의 심리를 섬세하고도 깊게 파고든다. 또한 여성을 남성에 종속된 존재로 생각하던 당시 관념에 일침을 가하며 어떤 것에도 굴복하지 않는 제인의 독립심과 진취성은 여성 문학의 선구적 작품이라 할 만하다. 제인과 로체스터를 전통적인 소설 속 미남미녀로 그리지 않고 개성미를 강조한 것도 샬럿 브론테만의 참신함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는 보석과도 같은 작품인 《제인 에어》는 단순한 소설적 재미뿐만 아니라 자신의 운명에 새롭게 도전하고 자신 안에 깃든 행복의 원천을 용감히 찾아가는 능동적 인간의 모습을 모범적으로 그려내어 고전의 참맛을 전한다. 당당한 여성 자아와 존엄, 깊은 감정의 서사! 샬럿 브론테의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 《제인 에어》는 여성의 독립적 자아를 전면에 내세운 최초의 영미 장편소설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고아인 제인은 냉혹한 외숙모에게 반항하다가 로우드 기숙학교로 보내진다. 그곳에서도 불행하게 지내던 제인은 가정교사로 들어간 집의 주인인 로체스터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결혼을 앞두고 로체스터와 저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선택의 기로에 선다. 제인은 사랑을 갈망하지만 자신의 자존과 도덕적 원칙을 그보다 더 앞세운다. 제인의 내면을 직접 서술하는 1인칭 서사의 선명한 자의식은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제인의 감정이 고스란히, 직접적으로 전달되며 이러한 서술 방식은 ‘여성 서사’의 정립이라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또한 《제인 에어》는 성별, 계급, 종교, 교육 등 빅토리아 시대의 여러 억압적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제인이 결혼이나 사회적 안정을 위해 자신을 부정하지 않고 ‘동등한 한 명의 인간으로서 사랑’을 선택하는 과정은 지금의 젠더 감수성과도 깊이 연결된다. 19세기의 문장으로 21세기 메시지를 담아내며 200여 년 가까운 시간을 넘어 여전히 현대 독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