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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
후기 해설 | 처참한 현실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희망 안토니오 타부키 연보 |
Antonio Tabuc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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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편에 선 이들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 그리고 읽는다는 것
도서1팀 김은진
2016.07.27.
안토니오 타부키의 소설은 처음이었다. 읽기 전에는 정치 소설이라 왠지 두려움과 호기심이 교차했다. 그런데 몇 페이지를 넘기자 명료한 문장에는 깊이가 깃들어 있었고, 인물에 대한 묘사도 눈에 보이듯 생생하고 매력있게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초반부에 바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난다. 어느 새 나는 안토니오 타부키라는 작가와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어 있었다.
'문학을 통해 역사에 저항하는 작가' 답게 안토니오 타부키는 이 소설을 통해 실화를 바탕으로 한 타락한 공권력을 그린다. 다마세누 몬테이루는 바로 그 공권력에 의해 안타깝게 희생된 청년이다. 그는 평범한 회사의 사환이었지만 어느 날 숲속에서 머리 없는 시신으로 발견된다. 그리고 한 젊은 기자와 인권변호사가 그의 사건을 파해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출간 당시 이 소설은 법정에서의 증언과 재판 과정이 이후 실제 상황에서 비슷한 양상으로 벌어지며 더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고 한다. 안토니오 타부키는 평생에 걸쳐 정치적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의 부패한 사회와 타락한 인간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각은 소설을 더욱 빛나게 하는 또 하나의 축이다. 이 소설을 이야기하는데 빼놓으면 섭섭한 부분은 바로 인물들이다.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가는 실제적인 주인공인 젊은 기자 파르미누와 비밀스러운 조력자인 여관 주인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인권 변호사로 등장하는 돈 페르난두다. 소설 후반부에 펼치는 그의 변론은 심금을 울린다. 또한 사라져가는 오늘날의 정의와 인권에 대한 목마름에 단비를 내린다. 거짓을 일삼는 이들의 증언에 대해 그만의 철학으로 펼쳐나가는 그의 변론은 이 소설의 백미였다.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사건을 보며 우리 사회에서 숱하게 일어났던 과거의 일들이 떠올랐다. 더욱 안타까웠던 사실은 이러한 일들이 비단 과거의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아픈 역사 그리고 약자의 편에 선 이들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 그리고 읽는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다. '행동하는 지성'으로 불리는 안토니오 타부키의 수작인 이 소설은 비록 거짓으로 둘러싸인 안타까운 사건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결국 책의 마지막장을 덮으면 돈 페르난두가 역설했던 우리가 지켜야 할 인간성이 마음 속에 새겨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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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목숲에서 배를 하늘로 향한 채 누워 있는 몸뚱이에 해를 입힐까봐 겁이라도 나는 것처럼, 그는 조심스럽고 침착하게 나무 막대로 조사를 계속해나갔다. 목 부위에 이르자 더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피가 거의 나지 않도록 목이 예리하게 단번에 잘려나가 시커먼 핏자국 몇 개만 남아 있고, 그 위로 파리가 윙윙거리고 있었다. 마놀루는 막대를 내려놓고 불쌍한 시신을 관목으로 다시 잘 덮어두었다.
--- p.17 “그러니까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거야.” 사장이 주장했다. “경찰의 발표를 반박하는 건 좋지 않잖나. 우리가 들은 소문에 따르면 시신은 스톤스 오브 포르투갈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고 말하는 쪽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네. 마놀루가 이야기를 전부 꾸며냈을 경우를 생각해보라고.” “경찰이 티셔츠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으면 특종을 놓칠 겁니다.” 피르미누가 항의했다. “이유가 있을 거야.” 사장이 말했다. “그걸 자네가 밝혀낸다면 굉장한 일이 되겠지.” --- p.54 “증언을 하실 의향이 있습니까?” 피르미누가 조심스레 물었다. 청년은 생각에 잠겼다. “하고는 싶어요.” 잠시 후 그가 대답했다. “하지만 누가 절 지켜준답니까?” --- p.101 잠깐만 내 말을 잘 들어보도록 해요. 만일 토흐스가 사법 당국에서 증언한 뒤 당신 신문에서 모든 진상을 확실히 밝히면 그는 조용히 지낼 수 있어요. 여론이 온통 그의 편이 될 테니까. 예를 들어봅시다. 방심한 운전사가, 여론의 집중적 관심을 받는 어떤 사람을 자동차로 칠 때 다시 생각해보지 않겠소? 이 개념을 이해했나요? --- p.118 난 고문한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요. 왠지 모르지만, 고문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의미가 있으리라는 인상을 받아요. 왠지 알겠소? 고문은 개인의 책임이오. 상관의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라고들 하지만 용납할 수는 없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상관의 명령이라는 초라한 변명 뒤에 몸을 숨기고 합법적으로 발뺌하며 자신을 지키지요. 이해하겠소? 근본규범 뒤에 숨는 거요. --- p.173~174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변호사가 대답했다. “모든 서류는 제출했고 예심은 끝났어요. 이제 할 일은 재판을 기다리는 것뿐이오. 곧 재판이 열릴 텐데 우리는 어쩌면 기자님 상상보다 더 일찍 재판정에서 만날지도 모르지요.” “금세 진행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피르미누가 물었다. “이런 경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소.” 변호사가 대답했다. “첫번째는 재판을 무기연기해 관료 체제의 늪 속에 빠뜨려버리는 거요. 사람들이 잊어버리게끔, 나라 안팎으로 큰 사건이 벌어져 언론의 관심이 거기 집중되기를 바라며 기다리는 거지. 두번째로, 되도록 빨리 해결해버리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이 두번째 방법을 택한 것 같소. 이 나라에서는 정의가 빠르고 효과적으로 실현되고 국가 조직, 그러니까 경찰은 깨끗하고 투명하며 무엇보다 민주적이라는 것을 증명해야만 하기 때문이지. 개념을 이해했소?” --- p.19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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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이탈리아의 행동하는 지성
문학을 통해 역사에 저항하는 작가 안토니오 타부키 유럽의 실천적 지성을 대표하는 작가 안토니오 타부키. 그는 현실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사회를 비판해온 행동하는 작가다. 젊은 시절부터 좌파 성향의 신문사에서 일하면서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쓰고 이민자 수용, 파시즘 타도 등 여러 사회 문제에 대해 발언했으며, 베를루스코니가 이탈리아 총리에 오르자 독재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런 현실 의식은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그의 시선이 향하는 대상은 주로 소시민이나 차별당하는 소외 계층이다. 사회의 뒷면에서 억압당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인간적인 등장인물을 통해 독재와 파시즘을 비판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비판은 날카롭지만 격렬하지는 않다. 그는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을 빌려 현실을 적시하고 차분하게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냉정함이 인간 내면에 대한 사유와 어우러지면서, 타부키의 작품이 지닌 힘은 매우 강렬해진다. 이러한 특징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 바로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다.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는 부패한 공권력을 비판하고 윤리적인 면을 일깨우는 소설로, 반민주 정권에 대한 저항과 언론 자유를 위한 투쟁의 상징이 된 『페레이라가 주장하다』의 맥을 잇고 있다. 부패한 사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한 타락한 공권력의 폭력에 대한 보고서 타부키의 작품 세계는 몽환적이고 환상적이다. 그러나 타부키를 허구만 좇는 작가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그가 만들어내는 환상은 단순한 허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작품 속의 꿈은 현실과 맞닿아 있으며 작품 속 세계는 현실의 부조리함을 그대로 품고 있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환상 구조를 빌려 현실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한다. 그런 타부키가 드물게 환상을 빌리지 않고 직접적으로 독재 정권과 부패한 사회를 비판한 작품 중 하나가 바로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다. 공원에서 머리 없는 시체가 발견되고, 얼마 후 피해자의 머리가 강에서 발견된다. 이 사건을 취재하던 신문기자 피르미누에게 어느 날 피해자의 신원을 알려주는 익명의 제보 전화가 걸려온다. 피해자는 스물여덟 살의 청년 다마세누 몬테이루. 제보자는 다마세누를 죽인 범인은 국가방위대의 티타니우 실바 경위라고 얘기한다. 그를 고문하고 죽인 후, 시체를 유기하고 사건을 은폐했다는 것이다. 피르미누는 로톤 변호사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페레이라가 주장하다』의 주인공인 신문기자 페레이라는 투쟁과 거리가 멀고 유약한 사람이었으나, 신념을 지닌 한 젊은이를 만나면서 폭력적인 현실에 눈뜨고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인물이다. 타부키는 이 소설에서 다시 한번 신문기자를 등장시킨다. 주인공인 피르미누는 사건사고 기사를 쓰고 문학을 연구하면서도 성찰이나 비판의식 없이 그저 막연한 꿈을 꾸는 젊은 기자다. 그러나 로톤 변호사와 함께 살인 사건을 취재하고 조사해가면서 그는 기자로서의 신념과 문학연구가로서의 올바른 길을 깨닫게 된다. 억압당하고 소외받는 사람들을 변호하는 데 일생을 바쳐온 로톤 변호사는 젊고 무모한 피르미누에게 약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부당한 억압과 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의 현실을 보여준다. 또한 문학은 사회와 동떨어질 수 없다는 점 또한 주지시킨다. 포르투갈 국가방위대가 저지른 살인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은 작가의 예리한 통찰력이 빛나는 걸작 1996년 5월, 포르투갈 리스본 교외 사카벵 지역에서 머리 없는 시체가 발견됐다. 스물다섯 살 청년, 카를루스 호자였다. 좀 떨어진 곳에 묻혀 있던 머리에는 총상이 있었고, 몸에는 고문당한 흔적으로 보이는 상처들이 남아 있었다. 피해자는 사카벵 국가방위대 경찰서에서 살해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용의자는 사카벵 국가방위대의 경위 조제 산투스. 그러나 경찰은, 부검에 ‘실패’해서 피해자가 고문을 받았는지 확언할 수 없으며 사망 원인 또한 총상인지 머리 절단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고 발표했다. 타부키가 이 사건에서 읽은 것은, 아직 민주주의가 자리잡지 못한 포르투갈과 베를루코스니 독재 정권이 들어선 이탈리아의 현실이었다. 이미 『페레이라가 주장하다』로 언론 탄압과 공권력의 폭력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그에게 이 사건은 사회가 갖고 있는 부정不正 그 자체였다. 그리고 1997년 10월, 이 사건을 소재로 쓴 소설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가 출간됐다.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가 출간된 지 두 달 후, 사건의 재판이 열렸다. 법정은 산투스 경위와 그를 도와 시체를 처리한 국가방위대의 동료 다섯 명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형이 선고되자, 많은 언론사에서 앞다투어 타부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사건 수사와 재판 진행 과정, 범인들의 진술 내용 등이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의 내용과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다. 경찰이 진행한 부검에서 고문 여부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점, 일부러 살해한 것이 아니라 실수로 일어난 사고라고 주장한 점, 시체를 동료들과 함께 처리하고 유기한 점 등 많은 부분이 일치하거나 아주 비슷했던 것이다. 사건 수사 내용이나 재판 과정 및 결과가 전혀 발표되지 않았을 때 쓴 소설이 어떻게 이만큼이나 실제와 흡사할 수 있을까. 타부키는 포르투갈의 정치와 사회에 대해 알고 있는 몇 가지 사실을 조합하는 것만으로 사건 과정과 결과를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실제 사건의 범인이 죄를 시인하고 형을 선고받자, 포르투갈 언론들은 내게 어떻게 재판 결과를 예측해서 소설을 썼느냐고, 혹시 점쟁이라도 되느냐고 물어보더군요. 하지만 나한테 예언력 같은 건 없습니다. 손에 몇 가지 자료를 쥐고 있다면, 특정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천재성까지 필요하지는 않거든요. _안토니오 타부키 관련 서평 소설은 물론 현실에서도 안주해 있는 세상을 두들겨 깨우는 작가. _유네스코 타부키의 작품에는 언제나 억압당하는 이들을 향한 연민이 선명히 담겨 있다. _뉴욕타임스 우아하고 독창적이고 사람을 흔들어대는 소설. 안토니오 타부키는 매우 감각적이면서도 철저히 계산적인 글을 쓴다. _보스턴 리뷰 안토니오 타부키는 포르투갈을 열렬히 사랑하면서도 포르투갈 사회의 공권력 남용을 가차 없이 비판하는, 특별한 작가다. _엘 파이스 ‘잃어버린 머리’가 소설 안에서 실제로 사라져 있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즉 이 소설은 그저 뭔가를 잃었다가 찾는 이야기가 아니라 더 큰 의도를 가지고 있는 글인 것이다. _이지 리더 매거진 오늘날 타부키의 새 소설이 출간된다는 것은 하나의 문학사적 사건이다. _월드 리트러처 투데이 그는 암시를 함축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이 소설 안에서 일어난 노골적인 범죄 사건에 매우 다채로운 철학적,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_리뷰 오브 컨템퍼러리 픽션 『다마세누 몬테이루의 잃어버린 머리』는 더없이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플롯은 유연하고 우아하며, 철저한 자료 조사를 통해 적절히 배치해놓은 요소들은 문화를 전복시키려는 사람들에 저항해 움직인다. _살롱닷컴 타부키의 글은 세련되고 간결하다. 그의 소설에는 사실에 입각한 정보, 살짝 비틀어놓은 유머, 휴머니즘 철학 그리고 포르투갈의 역사가 흩뿌려져 있다. _워싱턴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