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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발자국
손택수
창비 2003.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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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제1부
화살나무
돌종
모기禪에 빠지다
옻닭
지렁이
탱자나무 울타리 속의 설법
(...)

제2부
놋물고기 뱃속
서쪽, 낡은 자전거가 있는 바다
墨竹
저문 들판이 새들을 불러모은다
버려진 집 속에 거울조각이 있다
(...)

제3부

물푸레나무 코뚜레
청도의 봄 혹은 소싸움
외할머니의 숟가락
쇠똥구리는 다 어디로 갔을까
(...)

제4부
방어진 해녀
물새 발자국 따라가다
바다를 질주하는 폐타이어
서해는 사막을 기른다
새들은 모래주머니를 품고 난다
(...)

해설
시인의 말

저자 소개 1

孫宅洙

전남 담양에서 태어났다.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시)와 『국제신문』 신춘문예(동시)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동시집 『한눈파는 아이』, 청소년시집 『나의 첫 소년』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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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14쪽 | 190g | 128*182*20mm
ISBN13
9788936422226

관련 자료

시인의 말
집이 거울이었다. 꾀병을 앓으면서 해종일 깨진 거울 조각을 맞추며 놀다가, 모래알만한 거울조각에 아야 살을 찔리고 만 것 같다. 살집 속을 파고든 거울로 나는 무엇을 비춰보고 싶었을까. 들끓는 그리움으로 호호 입김을 불어가며 써본 말들은 하나같이 덧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덧없음을 나는 또 얼마나 사랑하였던지, 거울 속으로 조용히 사라져가는 말들이 엉켜 남겨놓은 물방울을 얼마나 닮고 싶었던 것인지. 자잘하게 글썽이는 물방울 속에 잠겨 회전하는 하늘과 땅 그리고 가녀린 뭇 생명들의 꿈. 이제 살집 속에 박힌 거울조각을 파내고 들여다보니, 불만으로 잔뜩 찡그린 얼굴만 보인다. 부끄럽다. 그렇게 고대하던 첫시집을 묶는 심정이 이렇게 쓰디쓸 줄이야. 그래도 나는 시의 힘을 믿는다. 내게 그랬던 것처럼 그 보잘것없는 한 조각이나마 어디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잘 숨어 있다가 무심코 지나가는 이의 굳은살을 한번쯤 찔러주길, 거울조각 주위의 어둠을 갑작스럽게 위험한 활기 속으로 몰아가주길 감히 바라보는 것이다. 시가 있는 곳은 언제나 환부였으니, 환부의 즐거움으로 환하게 욱신거리고 있었으니. 내 이름자 한가운데 집을 지어주신 강쟁리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을 추억하며.

출판사 리뷰

손택수 시인의 첫 시집 『호랑이 발자국』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민중적 서사성을 보여주고 있다. 시인 자신을 비롯한 가족들을 중심으로 내성(內省)의 깊은 곳을 건드리는 한편, 주변 삶을 관찰하는 눈도 신예답다. 낡고 지친 것들을 새롭게 눈뜨게 하여 우리 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게 되는 신예를 만나는 기쁨은 언제나 큰 것이니, 손택수 시인이 바로 그러한 신인이다.
늘 새로운 것, 빠르고 거대한 것이 눈에 잘 띄고, 낯선 것이 새로운 것 같지만 우리는 이제, 그와 같은 속도와 관념적 담론에서 자유로우면서 오랜 세상과 지친 삶을 신성하게 감싸안으며 노래해주는 한 젊은 시인을 통하여 위로받는다. 손택수 시인의 「호랑이 발자국」은 오래된 것이 우리 곁에서 살아 숨쉬고 있고, 작은 것들이 거대한 것보다 더 깊고 아프며, 지치고 숨은 것들이 역시 우리를 깨우치게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손택수 시인은 철저하게 자신을 성찰하는 시인이며 동시에 사회적 발언보다는 가족사적인 것에 천착하는 시인이다. 강정리의 외할머니의 말씀을 그린 「놋물고기 뱃속」과 작고한 아버지의 추억을 되살린 「송장뼈 이야기」는 보기드물게 뛰어난 작품이다. 또 아버지를 통하여 자신을 투영한 「아버지와 느티나무」 「아버지의 등을 밀며」 등은 고단하고 가난한 가장으로서의 아버지의 길과 삶을 오롯이 껴안는 점에서 시인의 진정성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런가 하면 「옻닭」에서 보이는 아버지와의 갈등은 우리에게 큰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시인은 문득 봄날에도 혼자 꽃나무를 보고 있다가 “벚꽃나무 아래 들어/귀가 얼얼하도록 매를 맞는다”(「폭포」)고 한다. 그것은 자신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다. 또 그는 먼곳을 떠돌다가도 집에 돌아와 보면 장(腸)이 편해짐을 느끼고 아직도 “신기하게 설사가 멎는다”(「장으로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시인이다. ‘호랑이 발자국’이라는 풍문을 우리 현실에 던지는 섬세하면서도 담력 있는 시인이다. 그리고 어느샌가 훌쩍 바닷가로 나가서 「방어진 해녀」라는 기막힌 노래를 부를 줄 아는 시인이기도 하다. 이 시는 방어진 몽돌밭에 앉은 해녀가 바다에 대고 “멍기 있나, 멍기--” 하는 말을 던진 조금 뒤, 한 젊은 해녀가 물위로 나오는 광경을 노래한 수작이다. 고향의 기억을 잊지 않고 자신의 안팎을 두루두루 성찰할 줄 아는 손택수 시인은 이천년대 한국시의 시야를 넓혀줄 신예로 주목된다. 이 새로운 시인의 탄생으로 우리 시단은 싱싱한 활력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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