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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고형렬
창비 2010.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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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책소개

목차

장미가 책이
투명유리컵의 장미 푸른미선나무의 시
달개비들의 여름 청각 오늘은 죽을 먹는 토요일이다
전기모기채 백척간두의 까치 낯짝
재미나는 여자들의 정낭 브롱크스 장터를 간 시인
붕새처럼 풀이 보이지 않는다
육체의 씨뮬레이션 어느날은 투명유리창의 이것만이
한번 불러본 인간 송장의 노래 서 있는 내부의 빌딩들
조그만 수조의 형광물고기 가재
서서 별을 사진찍다 수박
손톱 깎는 한 동물의 아침 우리집 전신거울 여자
광합성에 대한 긍정의 시 서 있는 터럭에 대한 감상(感傷)
비정치적 남양주시 저 깊은 곳, 비밀 백화점에서
꼭 말해야만 하나요? 옥수수수염귀뚜라미의 기억
나방과 먼지의 시 통화권이탈지역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너와 나의 밑바닥의 밑에서
은빛투명전자볼펜 뻬이징의 모래 한 알의 시
발코니에 서 있는 여자 시간
거미의 생에 가보았는가 마천루 러브체인
나의 황폐화를 기념한다 바늘구멍 속의 낙타
파산자 물구나무서기하는 나
조금 비켜주시지 않겠습니까 달개비의 사생활
우스꽝스러운 새벽의 절망 앞에 기막힌 가계
어느새 사자를 통과하고 있다 보고르식물원을 향하여
뒷산 새끼돼지들의 여름 ‘암(癌)’자 화두
결코 조용하지 않은 시에게 로마 아침 K호텔에서
0.1밀리미터의 러브체인 꽃이 올라오는 나이테
나혜석을 보는 나혜석 부디 나무뿌리처럼 늙어라
사랑의 고무지우개똥 도자기가 된 목소리들
미토콘드리아에 사무치다 액자 밖의 시인
시퍼런 칼날의 세월 지하 천호역 화장실
검은 백설악에 다가서다 광케이블의 기적의 시

해설| 김종훈 시인의 말

저자 소개 1

高炯烈

속초에서 태어나 자란 고형렬(高炯烈)은 「장자(莊子)」를 『현대문학』에 발표하고 문학을 시작했으며 창비 편집부장,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첫 시집 『대청봉 수박밭』 을 출간한 뒤 『밤 미시령』,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등의 시집 외에 『등대와 뿔』 같은 에세이를 통하여 갇힌 자아를 치유하고 성찰했다. 장편산문 『은빛 물고기』에서는 자기영토로 향하는 연어의 끊임없는 회귀정신에 글쓰기의 실험을 접목시켰다. 히로시마 원폭투하의 참상을 그린 8천행의 장시 『리틀보이』는 일본에 소개되어 반향을 일으켰으며, 장시 『붕새』를 소량 제작하여 지인에게 나누고
속초에서 태어나 자란 고형렬(高炯烈)은 「장자(莊子)」를 『현대문학』에 발표하고 문학을 시작했으며 창비 편집부장, 명지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등을 역임했다. 첫 시집 『대청봉 수박밭』 을 출간한 뒤 『밤 미시령』,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등의 시집 외에 『등대와 뿔』 같은 에세이를 통하여 갇힌 자아를 치유하고 성찰했다. 장편산문 『은빛 물고기』에서는 자기영토로 향하는 연어의 끊임없는 회귀정신에 글쓰기의 실험을 접목시켰다.

히로시마 원폭투하의 참상을 그린 8천행의 장시 『리틀보이』는 일본에 소개되어 반향을 일으켰으며, 장시 『붕새』를 소량 제작하여 지인에게 나누고 품절하면서 “이 모든 언어를 인간이 아닌 것들에게 바친다”는 선언과 함께 분서를 통한 언어의 미완을 확인하고 자기 갱신을 재촉했다. 『시평』을 창간하고 13년 동안 900여 편의 아시아 시를 소개하며 시의 지궁한 희망을 공유하는 한편, 뉴욕의 아세안기금을 받아 시의 축제를 열면서 『Becoming』(한국)을 주재하고『Sound of Asia』(인니)에 참여하는 등 아시아 시 교류에 앞장섰다.

낯선 현실과 영토를 자기 신체의 일부로 동화시키면서 내재적 초월과 전이를 지속해가는 고형렬은 15년 동안 삶의 방황소요와 마음의 무위한 업을 찾아 장자 에세이 12,000매를 완성했다. 최근엔 시바타 산키치, 린망 시인 등과 함께 동북아 최초의 국제동인 [몬순]을 결성했으며, 베트남의 마이반펀 시인과의 2인시집 『대양(大洋)의 쌍둥이』를 간행하기도 했다. 백석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현대문학상, 유심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시집 『대청봉 수박밭』 『해청』 『사진리 대설』 『성에꽃 눈부처』 『김포 운호가든집에서』 『밤 미시령』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유리체를 통과하다』 『지구를 이승이라 불러줄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 장시 『리틀 보이』 『붕(鵬)새』, 장편산문 『은빛 물고기』 『고형렬 에세이 장자』(전7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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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42쪽 | 206g | 125*200*20mm
ISBN13
9788936423155

추천평

이 시집에서 우리는 찬란한 득도의 경지에 오른 한 시인의 ‘소란 속에 정교해진’ 시편들을 만난다. 고형렬이 ‘가장 낮은 밑바닥’에서 정면으로 마주친 세상은 ‘원래 나의 동물이 인간의 나를 기억’하기 힘들고, ‘너무 높고 많은 수직’인 아파트에서 뛰어내릴 곳이라곤 발코니뿐인 여자들이 ‘땅바닥에 철커덕’ 떨어지는 곳, 마천루의 ‘절대 열리지 않는 창가’에 러브체인이 살고 옥수수수염귀뚜라미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80층 승강기가 위용을 자랑하는 곳이다. 이런 곳에서 그는 고통을 ‘핏속에 담아 감금’하듯 ‘꼭 하나의 외상’을 남기는 시쓰기를 계속한다. ‘소란이 없는 곳은 죽은 곳’이기에 ‘소란을 불러 소란을 쓰고’, 스스로를 ‘계속 변형’하며 ‘바늘구멍 속의 낙타’가 될 것을 자처한다. ‘여기서 이름없는 꽃이 피어날’ 것을 믿고, ‘결국 새벽에 도착할’ 것을 믿기 때문에. 하여 시인은 일상적이고 하잘것없는 존재들 속에서 우주의 이치를 깨닫는다. ‘돼지 궁둥이’에서 아름다움을 보고, 폭설로 무너진 축사에서 거기 살던 쥐들의 운명을 떠올리고, 러브체인이 ‘자신을 확장하지 않음’과 달개비가 다년생이 아닌 일년초임을 축하한다. 거미의 시각에서 거미 일가족의 몰살을 생각하고, ‘짜릿한 살이 떨리는 변기 앞’에서 ‘무변(無邊)’을 맛보고, 식물의 광합성을 놓고 ‘빛을 모아들이는 것, 이것이 사랑이다’라고 속삭여준다. 이 살 떨리도록 멋진 시인 덕분에 우리는 ‘오래전 서로 잃어버린 것을 조용히 만질’ 수 있는 ‘통화권이탈지역’으로 들어간다. 얼마나 큰 축복인가!
전승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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