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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 위에서 떨다
이영광
창비 2003.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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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시선

목차

목차


제1부
직선 위에서 떨다
나팔꽃
빙폭 1
문(門)
동해
봄날
고드름
단풍나무 한그루의 세상
입동
평일
단풍
빙폭 2
빙폭 3
단역들
입춘대길(立春大吉)

첫눈
눈 온 아침
후평천에서
빈틈
유리 그릇과 함께
벚꽃 무한(無限)
화끈하다
세월
지긋지긋한 슬픔

제2부

하염없는 오월
비누에 대하여
마루 밑 열대

귀가
2001 - 세렝게티, 카불, 청량리
지하(地下)
헌책들
순대
한씨네
독방
근조
종묘 시민공원
가출
메리 크리스마스
검은 장갑 하나가 기어나와
내각리 옛집
앉아 있는 사람
함박눈
관심
앉아서 말하다
이 길은 숲 같아서
가배얍게
군불
지리산
정릉천

해설|황현산
시인의 말

저자 소개 1

李永光

1965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1998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했다. 시집 『직선 위에서 떨다』 『그늘과 사귀다』 『아픈 천국』 『나무는 간다』 『끝없는 사람』 『해를 오래 바라보았다』 『깨끗하게 더러워지지 않는다』, 산문집 『나는 지구에 돈 벌러 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시가 우리를 죽여주니까』 등이 있다. 노작문학상, 지훈문학상, 미당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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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8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27쪽 | 185g | 125*200*20mm
ISBN13
9788936422264

출판사 리뷰

1998년 『문예중앙』으로 등단한 이영광 시인의 첫 시집. 가장 강렬한 고통을 감내하는 젊은 시절을 온전히 시로 육화시켜낸 시집이다. 시인은 불확실한 것들 너머에서 확실한 것을 바라보는 독특한 사고를 통해, 삶의 진실에 닿으려는 열정과 그 힘겨움을 진솔하게 드러낸다.

1998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지 5년 만에 이영광(李永光) 시인이 첫시집 『직선 위에서 떨다』를 펴냈다. 신예시인의 첫시집 속에는 하고 싶은 말들이 넘쳐나게 마련이다. 고통과 바람이 클수록 신인들은 시적 욕망 혹은 과부하현상에 힘겨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할말을 다 하는 것보다 무엇을 선택하여 어떻게 표현하느냐이다.

첫시집임에도 불구하고 이영광의 시는 의외로 담담하고 표현에도 능숙하다. 마치 세상의 한 고개를 넘어와 있는 사람 같다. 이는 시인이 자신의 모든 생에서 가장 강렬한 고통을 감내하는 젊은 시절을 통과하면서 그 시절을 온전히 시로 육화시켰기 때문이다.

일견 견강한 것 같지만, 이영광 시인의 내면에는 우물이 있다. 시인은 시에 매달려 있는 자신을 힘겨워한다. 서시라 할 작품 「직선 위에서 떨다」에서 그런 점이 엿보인다. “너무 단호하여 나를 꿰뚫었던 길”을 보고, 그 길이 “긁힌 한 인생을/엎드려 받아주고 있”음을 보았기 때문에 그는 삶의 주제인 고통의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다.

젊은 시인임에도 그의 시에는 옛것 혹은 폐허에 대한 슬픔이 짙게 배어 있다. 이는 유년의 체험과도 무관하지 않겠지만 “궁핍한 삶의 소산”이라는 것이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황현산 씨의 분석이다. 이러한 폐허의식은 「마루 밑 열대」 「헌책들」 등의 시편에서도 나타나는데, 다른 한편으로 이것은 미결인 채로 달려온 시간과 궁핍에 대한 우울일 수 있다. 시인은 그 시간의 통로 바깥에 방치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검정 고무신’이나 ‘빈 저울대’가 뒹구는 마루 밑은 시인이 초기에 인식한 세상이다. 여기가 바로 자신의 시가 출발한 곳임을 그는 알고 있다. 이 출발점에서 시인은 그 반대의 곳을 열망한다. 그러나 「문(門)」에서 드러나듯 시인은 “지나보면 다 바깥이었”고 지금은 “그대의 텅 빈 바깥에 있”음을 고백함으로써 시인이 그 출발점에서 멀어지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이영광은 젊은 시인이다. 때로는 살기 바빠 안경을 집에 벗어놓고 출근하고(「봄날」) 때로는 동해의 바닷물 같은 여자를 기억하거나(「동해」) 지방 사립대학 휴게실에서 첫눈을 보고(「첫눈」), 옥상으로 올라가는 하숙집 아줌마의 일과를 가만히 듣는다(「평일」). 이러한 젊은 날의 ‘시적 경청’으로 시인은 자신의 내부를 확장해왔다. 이러한 치열함은 시에서 탈출할 수 없는 어떤 운명을 예감케 하기도 한다.

황현산은 「해설」에서 이영광의 시에 “삶의 진실에 닿으려는 열정이 짙게 배어 있”으면서도 “진실을 향한 진행의 힘겨움”이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자연친화적인 시나 지혜나 자연을 내세운 온갖 깨달음의 시와 구별된다”고 말한다. 또한 시인 조정권은 이영광의 시들이 “의미없는 세상의 ‘높이’와 ‘넓이’와 ‘깊이’에 투신하기보다는 땅바닥에 코를 박고 사는 우리들 지상의 끈끈이에 대한 소중한 의미를 짚어낸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시인은 “형식은 자연의 소관인가”(「시인의 말」)라고 되물으면서 시의 특수한 문법보다 인간의 몸부림에 깊이 끌리는 자신의 독특한 문법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언어와 대상으로부터 끊임없는 괴롭힘을 당해왔음에도 시를 버리지 않고 여기까지 끌고온 그인만큼, 우리는 이 시인이 힘겨운 몸부림 속에서 길어낼 독특한 빛을 예감하게 된다.

추천평

마음을 울리는 생생한 시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시는 자기가 살아온 세상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반응이고, 표현이란 그 의식의 생김일 터이지만 자신이 산[生] 만큼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누구도 수정하거나 되그릴 수는 없는 삶, 시처럼. 이영광의 시는 견강(堅强)하리만큼 활달하다. 그리고 진솔하다. 그가 진솔하게 열어 보이고 있는 세상은 우리가 지금 벗어나고 싶은 세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세상이다. 일찌감치 삶의 허욕을 제어한 그의 시들은 그런 의미없는 세상의 '높이'와 '넓이'와 '깊이'에 투신하기보다는 땅바닥에 코를 박고 사는 우리들 지상의 끈끈이에 대한 소중하고 조심스런 의미를 짚어낸다. 이제껏 그가 겸손하게 봉함한 채 간직해온 시들을 첫 편지처럼 개봉하는 기쁨은 남달리 크다. 삶의 시린 발과 손이 찾아가서 매만지며 일으켜 세우는 것이 어찌 인간과 자연뿐이겠는가. 내면에 빙폭(氷瀑)을 품은 시인의 시적 시선은 이제 죽음마저도 온전한 자연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만큼 점멸하는 대우주까지를 넘어다보고 있다.
--- 조정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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