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成碩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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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박은 진드기의 머리는 돌아나올 줄 모른다. 죽어도 안으로 파고들다가 죽는다. 나는 그 광경을 '몰두(沒頭)'라고 부르려 한다.
--- p.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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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벡의 에스키모들은 비버를 좋아한다. ... 그런데 이 비버를 잡는 일이 무척이나 어렵다. ... 그래서 에스키모들은 훌륭한 비버 사냥꾼이 되기 위해 일생을 바친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비로소 비버에 대해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사냥을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 그러므로 늙은 에스키모, 두 주먹을 쥐고 눈사람 되어 환한 어둠에 쌓인 숲을 향해 서 있는 것.
--- p.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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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게는 워낙 많이 떠들어온 말이지만 오늘 다시 한번 더 떠들어본다. 첫째, '제가 먼저 신이 올라야 남도 신이 오르게 한다.' 둘째, '내가 먼저 떨어야 남도 나를 무서워한다.' 첫째는 무당의 이야기고 둘째는 병 잘 깨는 깡패 이야기다. 작가는 '저부터 재미있게 써야 남들도 재미있게 본다'인데 나는 천성적으로 재미없는 걸 좀처럼 견디지 못한다(그것도 견뎌야 대가가 된다고들 한다. 나는 대가가 싫다. 거장이 좋다.) 소설을 계속 쓰는 이유 가운데 첫번째는 기왕 이리 된 거 나라도 재미있어 하자는 것이다. 남들이 재미있어 하는 건 다음 다음의 문제다. 그럼 재미가 뭐냐고? 안 가르쳐준다.
재미 다음의 문제는 슬픔이다. 고등학교 때의 은사는 내게 흥진비래와 고진감래라는 '래'자 돌림의 형제들에 대해 일러주셨다. 그 준에서 나는 흥진비래라는 말을 가슴 깊이 새겼다. 수업 시간에 수업과 관계없이 짝과 웃고 떠들다가 온몽으로 원산을 폭격(군대에서는 '박아'라고 하는 동작)하게 됐다. 그때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엄청난 열량을 소모하던 내게 들려주신 말씀이다. 흥이 다하면 슬픔이 온다는 것, 또는 흥이 다하지 않은 슬픔은 가짜라는 것, 환락이 절정에 이르자 오히려 슬픔의 정이 몸에 스민다는 교훈까지 패키지로 들려주셨는데 그때 워낙 독하게 가르침을 받아선지 아직까지도 흥이 나면 나중에 슬픔을 어떻게 나타낼까 미리 염려하게 된다. --- p.188-1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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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사내의 뒤를 따라가 사내가 샤워를 하는 바로 옆에 섰습니다. 샤워를 하는 척하면서 반대쪽 팔뚝을 훔쳐보았는데요. 조금 긴 내용이어서 알아보기가 힘들었습니다만, 그걸 보고 비로소 목욕탕 사람들이 사내 근처에 얼씬하지 못한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거기에는 역시 서툰 솜씨로 다섯 글자가 문신되어 있었으니, '착하게 살자.'
--- p.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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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몸이 아파본 사람은 안다. 누구도 대신 아파줄 수 없다는 것을. 또 인간은 누구나 죽을 때는 혼자가 된다는 것을. 혼자 다니는 놈은 독하다고들 한다. 혼자 다니는 사람은 자유롭다고 한다. 떠도는 것은 누가 나 대신 가줄 수 없고 대신 느껴줄 수 없는 삶을 확인하는 일이다.
--- p.1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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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예쁘다는 게 아니고 한결같다는 데 있다. 한결같이 부자만 사는 나라, 한결같이 축구만 하는 사회, 한결같이 삼겹살만 먹는 사람들---그 속에 있고 싶지 않다. 어떤 날은 카드 빚에 쫓겨 파산을 고려해보고 싶다. 어떤 날은 야구도 구경하고 싶고 자장면도 먹고 싶다. 다양성은 삶의 본질적인 국면이고 개성은 힘이다. 예쁘다는 건 다양성, 개성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지성과 사려, 청결함, 표현력, 열정, 헌신, 노력, 수사, 호기심, 향상욕, 남을 위한 거짓말, 자신을 위한 진실 모두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 모두가 겸손한 일부로서 우리 곁에 존재한다. 그것이 힘이며 아름다움이다.
--- p.1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