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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都鍾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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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붓는 빗발을 끝까지 다 맞고 난 나무들은 아름답다 밤새 제 눈몰로 제 몸을 씻고 해 뜨는 쪽으로 조용히 고개를 드는 사람처럼 슬픔 속에 고요하다 바람과 눈보라를 안고 서 있는 나무들은 아름답다 고통으로 제 살에 다가오는 것들을 아름답게 바꿀 줄 아는 지혜를 지녔다 잔가지 만큼 넓게 넓게 뿌리를 내린 나무들은 아름답다
-나무中- --- 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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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새를 보며
아름다운 목소리 지닌 새도 그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나오는 부리로 필사적으로 벌레를 잡아먹는다 고고하고 우아한 몸짓으로 날아가는 새들도 물가에 내려 비린 물고기를 잡아먹거나 진흙탕에 발을 딛고 날개와 깃털에 온통 흙물 묻힌 채 먹을 것을 찾는다 그러나 똑같은 그 새들을 오늘 다르게 본다 거친 털에 징그럽게 꿈틀거리는 벌레를 잡아먹어가면서도 저 새는 저리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구나 온몸에 흙탕칠을 하며 먹을 것을 구하던 새들도 저리 환하게 날개를 펼쳐들고 하늘 한가운데 다시 날아가는구나 제 하늘 제 소리를 저렇게 지켜가는구나 --- p.58-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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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p.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