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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67g | 148*210*20mm
ISBN13 9788954609128
ISBN10 895460912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나는 이 세상에 몸을 얼얼하게 만드는 어떤 종류의 욕망이 있음을 예감했다. 지저분한 몰골의 젊은이를 올려다보며 나는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욕구, 저 사람이고 싶다는 욕구에 휩싸였다. 그 욕구에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었다는 것이 또렷하게 생각난다. 한 가지는 그의 감색 작업복이고, 또 하나는 그의 직업이었다. 감색 작업복은 하반신의 윤곽을 명료하게 드러냈다. 그것은 부드럽게 움직이며 나를 향해 걸어오는 것 같았다. 나는 그 감색 작업복을 향해 걷잡을 수 없이 마음이 기우는 것을 느꼈다. 어째서인지는 나로서도 알 수 없었다. --- p.18

“흥, 완전 어린애 같은 장갑을 끼고 있네.”
“어른들도 털장갑 껴.”
“안됐다. 너는 가죽 장갑 끼는 맛도 모르지? 이거 봐.”
오미가 눈에 젖은 가죽 장갑을 갑자기 내 달아오른 뺨에 들이댔다. 나는 흠칫 몸을 피했다. 생생한 육감이 뺨에 타오르고 낙인처럼 흔적을 남겼다. 나는 자신이 참으로 맑은 눈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때부터 나는 오미를 사랑했다.

이런 조잡한 말이 허용된다면, 그것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 느낀 사랑이었다. 게다가 그것은 명백히 육체적인 욕망과 하나로 이어진 사랑이었다. --- pp.64~65

겐로쿠 시절의 우키요에 판화에는 서로 사랑하는 남녀의 얼굴이 놀랄 만큼 닮게 그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스 조각에서 표방하는 미의 보편적인 이상도 서로 닮은 남녀에게로 향했다. 여기에 사랑의 비밀스러운 의미가 담겨 있는 게 아닐까. 사랑의 아주 깊은 내면에는 한 치의 다름도 없이 상대를 닮고 싶다는 불가능한 열망이 흐르는 게 아닐까. 이 열망이 인간을 몰아세워서, 절대로 불가능한 것을 반대의 극점으로부터 가능하게 만들려고 무익한 몸부림을 치는 저 비극적인 이반(離反)으로 인도하는 게 아닐까. 즉 서로 사랑한다는 것이 완벽하게 서로 닮는 것이 되지 못한다면, 차라리 서로 조금도 닮지 않으려고 애쓰는 그러한 이반을 그대로 환심을 사는 데 이용하려는 심리적 시스템이 있는 게 아닐까. 더구나 서글프게도 서로 닮는 것은 한순간의 환영인 채로 끝나버린다. 왜냐하면 사랑하는 소녀는 과감해지고 사랑하는 소년은 내성적이 된다고 해도, 그들은 서로 닮으려고 애쓰다가 언젠가는 서로의 존재를 건너뛰어 저 너머로, 이미 대상도 없는 저 너머로 떠나가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pp.82~83

나는 그 복사본을 받아 들고 다 읽기도 전에 사실을 완전히 이해했다. 그것은 패전이라는 사실이 아니었다. 내게는, 단지 나에게만은 무서운 나날이 시작된다는 사실이었다. 그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나를 부르르 떨게 만드는, 게다가 절대로 찾아오지 않을 거라고 자신을 속여왔던 인간의 ‘일상생활’이라는 것이 이제 어쩔 도리 없이 내일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이었다.
--- p.193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쇠락해가는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난 나는 몇 차례나 죽음의 위기를 겪는 병약한 아이였기에 할머니의 과보호를 받으며 자란다. 기묘한 공상을 즐기는 나에게 다섯 살 무렵부터는 그 공상에 명확한 경향이 나타나, 주로 육체적 활력에 넘치는 젊은이들이나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동화 속 왕자에 대한 동경심을 품게 되는데, 그것은 대부분 죽음과 피로 얼룩져 있었다. 특히 열세 살 때 본 구이도 레니의 그림 ‘성 세바스티아누스 순교도’는 나 자신이 갈구하던 욕망의 본질이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한다. 또한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연상의 동급생 오미에게 은밀한 열정을 느끼기도 한다. 이후 나는 친구의 여동생 소노코와 연인 사이가 되지만, 비정상적인 성욕과 육체적 불안감이 차츰 그 본성을 드러내어 결국 자신은 이성과의 관계가 불가능한 존재라고 확신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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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타고라스의 이른바 천구(天球)의 음악처럼 정연한 구성 자체가 몰고 오는 음악적 쾌감은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에서 문학적 매력의 중요한 요소를 이루고 있다.
사에키 쇼이치(문학평론가)
그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마술사이다. 『가면의 고백』은 그가 쓴 작품 중에서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일 뿐만 아니라 전후 문학에서도 아주 오래도록 남을 최상의 수확 중 하나이다.
후쿠타 쓰네아리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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