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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
박형준
창비 200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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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봄밤
冬母冬月
자취
빈집
지붕
하늘로 오르는 풀
동지
백동백이 있는 집
능구렁이 울음소리
사랑
저곳
눈 내리는 모래내의 밤
얼음장 위의 차가운 불꽃

2.
묙욕하는 즐거움
해당화
백열등이 켜진 빈집
두레박
새벽
변소에 대한 略史
바닥에 어머니가 주무신다
나비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칼
역전 뒤 식당에서 만난 여인
얘야, 밖에 눈이 온단다
11월

3.
明鏡
열망
나무 줄기 속에 아이를 묻기
내 소원은
잠 속에 포도나무가
거미
城에서 1
城에서 2
냄새
내 얼굴로 돌아오다
城에서 1995

이하 생략

저자 소개 1

朴瑩浚

1966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하련다』 『빵냄새를 풍기는 거울』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 『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불탄 집』, 산문집 『저녁의 무늬』 『아름다움에 허기지다』, 평론집 『침묵의 음』 등이 있다. 현대시학작품상, 소월시문학상, 육사시문학상, 유심작품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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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218g | 125*200*20mm
ISBN13
9788936422165

책 속으로

혼자 사는 남자가
빨래를 걷으려고
베란다로 간다

아무도 없는 연휴의 골목
창문 밖에 대추나무가 한 주 서 있다
뒤통수만 보이는 참새가
울지도 않고
가지 위에 앉아서
저녁을 맞고 있다

오래 걷지 않은 빨래는
오그라들어 있다

무릎을 깍지 끼고 남자가
빈방에 앉아
개어놓은 빨래를 쳐다본다

참새가 앉았다 날아간 자리
뒤통수처럼 환한 보름달
골목길에 대추나무 열매 익는다

---pp.98~99

출판사 리뷰

「봄 밤」「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칼」 등 56편의 시를 실은 이번 시집은 젊은 시인이 비상을 꿈꾸는 근거를 여러 시편에서 잘 보여준다. 이렇게 비상을 꿈꾸는 것은 그가 첫 시집에서부터 탐구해온 시적 과제로서 사물들과 현실에 대한 낯설음, 소멸에 대한 기억의 괴로움에서 비롯된다. 김혜순 시인이 추천사에서 말했듯이 이는 소멸에 대한 선험적 인식이 그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하는 까닭일 텐데, 하늘로 오르는 풀, 해당화, 나비, 눈, 잠 속에 포도나무, 저녁노을, 창문, 초생달 등이 그것들을 반영하는 소재들이며 시인의 심상적 요소들이다.

그러나 그의 시가 초기시와 많이 달라지고 있는 것은 혼자 살아가는 쓸쓸한 자신, 그리고 가끔 아들이 보고 싶어 시골에서 올라와 밑반찬을 해주고 옷을 빨아주고 묘한 편지를 남기고 혼자 집을 나와 내려가는 늙은 어머니를 발견하면서 많이 달라지고 있다. 이 역시 소멸과 괴로움의 다른 이름이지만 비로소 시인은 상실과 소멸을 소유하면서 위안을 얻는다. 그리고 한 남자(시인 자신)가 혼자 살고 있는 이상한 방의 「창」으로 앞집의 지붕을 내려다보기도 한다. 그리고 그는 거기서 쉬고 있는 자신을 우리에게 슬며시 보여준다. 거기서 날아가는 새를 발견하고 고양이를 발견하고 만사를 생각하고 소멸시킨다.

이 어머니의 발견과 자신의 방에서의 칩거는 이 시인의 지금까지 다소 이질적이고 난해한 시적 구조를 탈바꿈하는 계기가 되었던 셈이다. 특히 어머니와 자신의 머리카락을 발견하는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칼」은 그의 시의 중심부를 이룬 셈이다.

특히 '공중'이란 곳을 자신의 방으로 설정하려는 의도도 흥미롭고 신선하여 전과는 다른 선명한 비의를 보여주고 있다. 그 공중에서 "그대와/(…)/아이를 낳고/냄새를 피웠으면"하는 꿈은 가능하리라 본다. 그러나 그는 시적 현실을 따로 설정하면서 「봄밤」에서 "달에서 아이를 낳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이해가 가능하게 "조용히/나무에 올라 발자국을 낳고 싶다"한다. 소멸에서 자기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뜻이다.

이처럼 그는 이번 시집에서 현실 속으로 회귀하면서 시적 풍요로움을 더해가고 있다. 이제 그는 그 아이가 어머니가 낳아준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소멸의 기억을 재생하고, 현재 속에서 모든 생명있는 것들의 서러움과 자애 속을 향해 갈 것처럼 보인다. 그의 시는 이제 초기시의 한 단계를 완성했다고 보여진다. 적어도 박형준 시인은 "꿈 속에서 해가 지고"있을 알고 있으며 자신이 들고 있는 책이 "이승에서 평생 써야 할 시"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추천평

나는 소멸에 대한 선험적 인식이 없는 사람을 시인이라 생각지 않는다. 그런 생각으로 보면 박형준은 천상 시인이다. 박형준의 시선은 지금은 여기 없으나 여기 있었던, 혹은 여기 있었을 것들을 노래한다. 그 노래가 소멸하는 것들, 그러나 아직도 움직이는 것들에 직접 가닿는다. 시인의 노래가 생이 머물다 간 자리들을 쓰다듬는다. 그 쓰다듬는 말들 속에서 사라진 것들이 생생하게 살아난다. 놀라운 광경이다. 그런 말의 노역을 그는 '이승에서 내가 평생 써야 할 시'라고 부른다. 사라진 풍경을 다듬는 시인의 손길 아래서 '삶에 깃들이기 위해 죽음을 택'한 것들이 초봄의 목련꽃처럼 스멀거리며 살아나는 풍경이라니. 소멸에 '매혹당한 영혼은 죽음을 모르'나 보다.
--- 김혜순 (시인,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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