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검색을 사용해 보세요
검색창 이전화면 이전화면
최근 검색어
인기 검색어

소득공제 청년패스
내 눈꺼풀에 소복한 먼지 쌓이리
박형권
걷는사람 2023.10.26.
가격
12,000
10 10,800
YES포인트?
600원 (5%)
5만원 이상 구매 시 2천원 추가 적립
결제혜택
카드/간편결제 혜택을 확인하세요

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해외배송 가능?
  •  문화비소득공제 가능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목차

1부 거짓말을 읽어 주는 밤

어디로 가는 듯
비 내리는 이사
소는 생각한다
거짓말을 읽어 주는 밤
거미집
손가락 편지
아궁이였음 좋겠네
할로겐 히터 씨의 고독
골고다
그 사진 속의 알바트로스
풀 뜯는 여인
모든 시에 당신이 있다
허공

2부 그때부터 나였다

썰렁한 농담
그때부터 나였다
그게 가슴이다
부교
천신호 타고 엄마 젖 먹으러 가는 날
왜 굴을 꿀이라고 하셨는지
전어
쑥국
한 덩이의 어머니
비, 포구에서 내리는
젊은 어부들이 밤바다에 떠 있었다
가을, 음
저녁 들물

3부 소매가 닳고 닳는 것처럼

꽃들의 사관
쓸쓸함의 비결
파동
냉잇국
복사꽃 지붕
사월에는
‘과’와 함께
정구지지짐
생활 쓰레기 매립장 가는 길
야외 기원
길앞잡이
헌 옷 바자
그리움좌

4부 밥 나눠 먹는 소리

갠지스
비의 화석
배낭이 커야 해
음표의 저녁
사랑에게
벽화 없는 왕릉
끝나지 않는 연주
비파 퉁기는 소리
산수박
목숨
밀양역
가을이 왔다
고요의 내부

해설
조개 리어카를 밀고 세상을 건너다
-이병철(시인·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

동화작가. 2006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으로 『우두커니』, 『전당포는 항구다』, 『도축사 수첩』, 『가덕도 탕수구미 시거리 상향』이 있고, 동화로 『돼지 오월이』, 『웃음공장』, 『메타세쿼이아 숲으로』, 『나무삼촌을 위하여』, 청소년소설로 『아버지의 알통』이 있다.

박형권의 다른 상품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56g | 125*200*20mm
ISBN13
9791193412039

책 속으로

새로 이사 갈 집에는 한 평 남짓 텃밭과 옆에 감나무 한 그루 서 있으면 좋겠네
이제 내 등짝을 갈아엎어 오이 심고 부추 심는
낭만을 버리고
그 낭만 위로 별빛 쏟아지는 꿈도 버려야겠네
하지만 그곳에는
여전히 하수도 냄새도 나고 찢어지게 우는 아이도 있고
빛바랜 옷들도 옥상에서 펄럭여 내 식구들이 쉽게 적응할 것 같네
시끄러운 봉제 공장이 옆에 있어
깊은 잠 들지 않아 좋겠네
---「비 내리는 이사」중에서

검정 크레파스로 골고다의 언덕을 그릴 때
동태찌개가 끓고 있었다
그분은 벌써 다녀갔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가시를 밟으며 오고 계시는 중이었다
어떤 사람은 식은 밥을 물에 말아 먹었고
또 어떤 사람은 친구가 보내온 어리굴젓으로
아침을 때웠다
(……)
노인들은 밥차가 올 때까지 줄을 서서 기다렸고
실직자들은 일찌감치 나와 오백 원짜리 커피를 마시며
노가다 십장이 자기 이름을 부를 때까지
발을 동동 굴렀다,
---「골고다」중에서

조개잡이 배는 왜 이리 늦게 오나
이 바다 언제까지 우리 먹여 살리려나
번뇌 망상 적당히 자라라고 비 뿌려 주어서 비가 좋다
사나흘 더 내려도 넘치지 않는 바다 옆에 창문 하나 내고 살아도
똑똑 문 두드려 주는 비하고 손발이 맞아
지구에 내려 반백 년 산 것이
아, 행진이었다
바지락조개 한 리어카 밀고 끌고 지나간다
팔 걷고 밀어 주면 저녁 반찬 얻는다
---「비, 포구에서 내리는」중에서

냉이 찾았어! 하는 순간 애가 어른 되고 어른은 늙어 버린다
그러므로 냉잇국은 순간의 음식
인생은 쏘아 놓은 화살 같아서 향기로운 것
냉잇국 한 숟갈 떠서 머금어 보는 사이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벌써 아버지 어머니가 나를 캐다가 바구니 집어 던지고
꿈을 꾸기 시작한 그 위대한 봄바람이다
---「냉잇국」중에서

길과 길 사이에도 ‘과’가 있어서
우리는 어차피 함께 걷는 중이었다
그리하여 ‘과’는 우리를 엮어 주는 커다란 과정이었다
눈비 오는 ‘과’에게 말한다
그래 줘서 고맙다
---「‘과’와 함께」중에서

끝까지 한 인간과 함께하고 싶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한 열망에게도 물큰 눈물이 나네
그의 어깨와 그녀의 무릎을 닮아 버린
화석들의 바자에서
모두를 사랑하지 못하는 내 처지가 안타까웠네
그리하여 낡고 낡은 이 행성에 관해서도
새 옷 한 번 입혀 주지 못한 내 청춘에 관해서도
---「헌 옷 바자」중에서

그 눈물바다의 늦둥이 아들이 어린이집 숙제라면서 나에게 우주를 그려 달라고 하는 거야 콩알만 한 아이들 가슴에 우리말 사전만큼 불가해한 우주를 토씨도 빠뜨리지 않고 담으려는 선생님은 아마 생각 속이 우주처럼 널찍할 거야 바지락조개 껍데기에 은하수와 카시오페이아자리와 북두칠성을 그려 넣었지 거기에 나만 아는 그리움좌(座)도 슬쩍 끼워 넣었지 그때 난 알았지 우주는 작을수록 크다는 걸, 블랙홀처럼 작은 것들이 우리를 빨아 당긴다는 걸, 우리들의 조개밭이 사정없이 우리를 막 끌어안으려는 것처럼,
---「그리움좌」중에서

오늘은 양평에서 고추 따는 일이 걸렸어요
일 끝내고 가져갈 만큼 가져가라는 인심을 담으려면
욕심껏 배낭이 커야 합니다
상품 안되는 것 공원에서 팔면
피로 만든 선지국밥 한 그릇은 남길 수 있어요
아, 나는 그 선혈을 담기 위해 큰 배낭을 짊어졌습니다
(……)
배낭은 커야 합니다
별을 향해서라도
노숙을 향해서라도
---「배낭이 커야 해」중에서

뚱 뚜기둥 음악에 몸을 싣고
술 깨면 나는 가리 지상의 내 집으로
여섯 살부터 그리워하다가 예순이 되어도 잡히지 않는
처음부터 헛것이었던
그 가상 공간의 높은음자리 속으로

---「비파 퉁기는 소리」중에서

출판사 리뷰

“아, 행진이었다
바지락조개 한 리어카 밀고 끌고 지나간다
팔 걷고 밀어 주면 저녁 반찬 얻는다”

쓸쓸함마저도 올연하게 빛나다-
뻘밭에 깃든 후끈한 생명력을 길어 올리는 시


2006년 《현대시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박형권 시인의 신작 시집 『내 눈꺼풀에 소복한 먼지 쌓이리』가 걷는사람 시인선 94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저마다의 고난을 핍진하게 그려낸 이 시집은 “조개 리어카를 밀고 세상을 건너다”(해설 이병철)라는 표현처럼 현대사회 속 도시인의 쓸쓸함을 처연하게 보여 주는 52편의 시를 엮었다.

박형권의 시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물은 대부분 시간에 마모되거나 가난으로 힘겨워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들은 힘을 내어 무언가를 해 보려는 몸짓들을 보여 준다. 세상의 중심에서 비켜나 있지만 있는 힘을 다해 현실에 맞서는 사람들이다. 초봄의 추위 속에서 조그맣게 솟아나는 냉이 잎 같은 사람들이다.

“냉이 찾았어! 하는 순간 애가 어른 되고 어른은 늙어 버린다”라는 시 구절이 상징하고 있듯, 힘겨운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시간의 힘에 의해 순식간에 사라질 ‘냉이’ 같은 운명이다. “그러므로 냉잇국은 순간의 음식”이며,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은 쏘아 놓은 화살 같아서 향기로운 것”(「냉잇국」)이다. 추위 속에서 세상에 맞서 싸우는 존재이며, 순식간에 사라질 운명이기에 인생은 짧고 그만큼 간절함이 배어 있다. 그런가 하면 이들은 서로의 가난을 바라보며 성장했기에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살아간다. 시인은 가난한 사람들이 서로를 거울처럼 보듬는 장면들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그 속에 깃든 연민과 인간애를 희망의 싹으로 부려 놓는다.

한편, 시집에 여러 차례 등장하는 바다 풍경은 박형권 시의 원천이자 정신세계의 근원이다. “갯벌은 생명의 징후와 예감으로 우글거리는 태초의 대지이자 삶과 죽음이 상호작용하는 세계, 신생과 소멸의 반복이라는 리듬으로 화음을 이룬 하나의 우주”라는 이병철 평론가의 표현처럼, 박형권이 노래하는 ‘갯벌론’은 의미심장하다. 이를테면 「그리움좌」의 주인공은 “우주를 그려 달라”고 하는 아이에게 “바지락조개 껍데기에 은하수와 카시오페이아자리와 북두칠성을 그려 넣어” 주고, “우주는 작을수록 크다는 걸, 블랙홀처럼 작은 것들이 우리를 빨아 당긴다는 걸” 깨닫는다. 그런가 하면 「비, 포구에서 내리는」이라는 시에서는 “조개잡이 배는 왜 이리 늦게 오나/이 바다 언제까지 우리 먹여 살리려나”라고 혼잣말하다가 “아, 행진이었다/바지락조개 한 리어카 밀고 끌고 지나간다/팔 걷고 밀어 주면 저녁 반찬 얻는다”라며 삶의 통찰의 순간을 아름답게 포착한다. 고독과 가난을 평생 옷처럼 걸치고 산 이들의 삶은 신산하기 짝이 없지만 박형권은 끝내 “굴에 베인 상처로 끓인 국 한 그릇으로/나는 예순 살이 되도록 달다”(「왜 굴을 꿀이라고 하셨는지」)라고 선언한다. 어쩌면 상처로 끓여낸 조갯국 한 사발 같은 것이라서 그의 시가 이토록 미더운지도 모른다.

추천사를 쓴 정우영 시인은 박형권의 시에 대해 “가난하되 가난하지 않고 허기지되 허기에 굴복하지 않는다. 당연하게 절망조차 절망의 나락에 빠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시집은 화려한 세계의 이면에 존재하는 하찮고 작은 것들을 보여 주며 그 안에 든 소중한 우주를 우리 함께 들여다보자고 권한다.

시인의 말

자로 무엇을 재 본 적이 없는
게으름이 아프다
그래도 에어컨은 잘 돌아가고 있다

혼자 시원한 방에 자서 미안하다

2023년 구월
박형권

추천평

박형권의 시선은 평범하거나 혹은 그보다 못한 일상 쪽에서 열린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 속 삶의 현재는 가난하고 버거우며 때로는 위태롭다. 그런데 희한하기도 하지. 그 시의 결은 얄팍하지도, 구차스럽지도 않다. 분명히 별 볼 일 없는 나날인데 결코 하찮치 않은 것이다.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당당하기조차 하다. 쓸쓸함마저도 그의 시에서는 올연하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을 생활 속에서 그의 시는 어찌 이리 당당할까.

‘과’와 함께. 이의 발견 덕분 아닐까. 우리가 버렸거나 잊고 있었던 ‘과’를, 그는 찾아낸 것이다. 박형권은 “함께가 되고 싶은 말‘과’/매끄러운 지상의 공기를 마저 마시고/천둥 번개가 번뜩이는 이 소란한 빗속에서”(「‘과’와 함께) ‘과’의 어깨에 그의 손을 얹는다. 우리 삶 속 가난과 허기와 절망 옆에 이 ‘과’를 앉힘으로써 그는 그것들을 껴안고 숱한 삶의 협곡들을 넘어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박형권의 시는 가난하되 가난하지 않고 허기지되 허기에 굴복하지 않는다. 당연하게 절망조차 절망의 나락에 빠지지 않는다. 그의 지하방과 옥탑방, 바다와 뻘밭은 삶의 진창이 아니라, 삶을 받쳐 주는 어깨가 되는 것이다. 내가 너를 분류하고 너는 나를 분류하는 세상에서, 내가 너의 어깨가 되고 네가 나의 등이 되는 이 ‘과’와의 공생은 혈연만큼이나 끈끈하다. 살림 공동체처럼 비쳐지는 것이다.

비록 그곳에서는 “여전히 하수도 냄새도 나고 찢어지게 우는 아이도 있고/빛바랜 옷들도 옥상에서 펄럭”이며 “시끄러운 봉제 공장”(「비 내리는 이사」)이 돌아가고 있겠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저와 같이 더불어 함께하는 우애의 공동체라면. 아마도 박형권은 넌지시 이렇게 말할 듯싶다. 그러므로 그대여, 위축될 필요도 없고 쓸데없이 나댈 필요도 없다고. 이 든든하고 탄탄한 삶의 어루만짐이라니. - 정우영 (시인)

리뷰/한줄평0

리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10,800
1 1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