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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바람의 선물
나무늘보 돌부리 살구나무 소양강 벚꽃눈물 연필 뿌리 비상 후예 웃는 돌 해녀 담벼락 새 나뭇잎 저녁의 마음 돋보기 바람의 선물 바람의 집 고해성사 산책 비 갠 후 소신공양 밥 2부 낙화암, 그 사람 믹서기 핸드폰 고승 하롱베이 초원 신선국수 종 이야기 물방울 뜬장 낙화암, 그 사람 봉은사 품 등대집 봄바람 횡단보도 강남역 애인 커피포트 3부 집으로 가는 길 초 만원 시골역 단박 꽃자리 집으로 가는 길 공항버스 백일홍 수녀 아름다운 비행 양양 문지방 아버지의 산 청사포 스무숲 성당 막대기 밭 산중산 눈의 여왕 서부시장 산모퉁이 부처 선바위 점박이 아저씨 수학여행 4부 지붕 위에 소 토성 바람이 사철나무 그늘 아래를 지나며 나무의 겨울 이사 깃털 산중화채 소주 외눈박이 돌부처 고추잠자리 지붕 위에 소 외딴 절 전야 달 차 노란 의자 침입자 기적 낙관 해설 뿌리와 날아오름, 그리고 치유 - 장정일(시인) |
함명춘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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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에서 화개장터까지
뼈를 깎아 세운 가지와 살을 뚫어 틔운 꽃잎과 입술을 깨물면서까지 터뜨린 향기를 잇고, 붙여서 낸 벚꽃의 십 리 길 이제야 좀 쉬려 했는데 봄은 벌써 다 됐다고 돌아가자고 자꾸 재촉하니 함박눈 같은 눈물만 뚝, 뚝 --- 「벚꽃눈물」 전문 고드름의 전생은 추위와 배고픔에 얼어 죽은 나무뿌리였으리 집 한 채를 끌고 들어갈 듯이 땅을 향해 한 발 두 발 발걸음을 내디디며 이제는 추위와 배고픔을 거름 삼아 무럭무럭 자라나는 고드름 그의 꿈은 언젠가 땅속 깊이 뿌릴 내려 한 그루 나무가 되는 것이리 훗날 줄기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 계곡을 덮고 산을 품에 안은 울창한 숲이 되는 것이리 --- 「뿌리」 전문 전복 하나 더 따고 싶을 때 소라 하나 더 캐고 싶을 때 조금 더 깊은 물 속으로 들어가고 싶을 때 단숨에 욕망의 빗창을 거둬들이는 일이다 온 힘을 다해 오리발을 휘저어 물 위로 올라오는 일이다 --- 「해녀」 전문 새 울음소리 강이라도 건너라고 속엣말로 다리를 놓아주는 적막들을 보고 있는 거다 조금이라도 별들이 더 빛났다 가라고 어둠의 옷을 자꾸만 껴입는 이 저녁의 마음을 보고 있는 거다 --- 「저녁의 마음」 중에서 오래된 적막의 기왓장들을 깨트리며 계곡을 따라 흘러오는 새소리와 바람 소릴 고명처럼 얹어 국수를 먹었다 사방이 안개뿐이라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할 국숫집에 신선처럼 들어앉아 국수를 먹었다 상처를 받고 때론 상처를 준 나에게도 배신을 하고 때론 배신을 당한 나에게도 한 그릇의 따뜻한 국수를 먹여 주었다 --- 「신선국수」 중에서 그의 몸은 종루였고 마음은 종루에 걸린 종이었다 종에선 날마다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나 아무리 귀 기울여도 종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한없이 자신을 낮추고 남을 위해 흘린 땀방울과 눈물이 종소리였기 때문이다 임종 직전까지 한없이 자기를 낮추고 남을 위해 땀방울과 눈물을 흘렸던 그를 기리기 위해 사람들은 주일에 한 번씩 그가 행했던 일을 따랐다 --- 「종(鐘) 이야기」 전문 허리가 휜 막대기가 부들부들 떨며 지게를 받치고 있었습니다 몸 곳곳이 성한 데가 없었습니다 활처럼 휘더니 어디론가 튕겨 날아갔습니다 다음 날, 튕겨 나갔던 막대기는 어김없이 제자리로 돌아와 다시 지게를 받치고 있었습니다 지게엔 나무통 한가득 우릴 먹여 살리는 새우젓이 들어 있었습니다 --- 「막대기」 중에서 그녀가 앉았다 간 자리에 모닥불이 피었습니다 산 그림자들이 내려와 언 손을 녹이고 하나둘 꽃들이 피어났습니다 밤마다 달빛은 꽃가지에 매달려 그네를 타고요 봄은 따뜻해질 때까지 그녀가 품어 주었다가 놓고 간 세상의 아랫목 파도 파도 얼음인 줄만 알았던 그녀가 들어앉아 있었던 내 마음에도 꽃이 피었습니다 --- 「눈의 여왕」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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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바람이 들고 다니는
가방을 갖고 싶었다 담고 넣고 채우기 위한 가방이 아니라 꺼내고 버리고 비우기 위한 가방을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가볍고 가벼워서 세상의 그 누구도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을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여 글자로라도 한 올 한 올 엮어서 바람의 가방을 닮은 시를 쓰곤 했다 담고 넣고 채우기 위한 시가 아니라 꺼내고 버리고 비우기 위한 시를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가볍고 가벼워서 세상의 그 누구도 읽을 수 있는 시를 하나 이 또한 그 무엇보다도 무모하며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바람에게 이 시집을 바친다 2024년 언제나 봄 함명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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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앞서 달려갈 적에 그의 뒤통수만 보면서도 좀처럼 따라잡으려 하지 않는 천성으로 이 시집은 걷고 있다. 누군가 뒤로 걸어갈 적에 그의 앞이마만 보면서도 도무지 앞서 나가려 하지 않는 성정으로 이 시집은 기고 있다. 짠하구나 이 시집. 찐하구나 이 시집. 그러나 늘 같은 속도로 흐르는 소양강은, “묵언 중인 외눈박이 돌부처”(「외눈박이 돌부처」)는, “노을과 함께 저물어 가는 공항버스”(「공항버스」)는 그 정확함으로 얼마나 단단한가. 그리고 늘 같은 각도로 “제 그림자를 이끌고”(「소주」) 물 위에 붓글씨를 쓰는 두어 마리 송사리는, “단숨에 욕망의 빗창을”(「해녀」) 거두고 물 위로 온 힘을 다해 올라올 적 해녀의 오리발은, “부들부들 떨며 지게를 받”(「막대기」)친 채(참, 그 지게 통 한가득 가끔 새우젓도 들어 있었는데 우리를 먹이고 살려 주는 것 가운데 눈물보다 짠 것이 간간 간절한 것이 또한 생(生) 아니려나!) 활도 아니면서 다만 부러지지 않을 정도로 “허리가 휜 막대기”(「막대기」)는 그 휨으로 얼마나 유연한가. 착하구나 이 시집. 독하구나 이 시집. 모두 다 울고 웃는 얼굴일 적에 저 홀로 울지 않고 웃지 않는 얼굴일 적에 무표정한 무채색의 시집이여, 너는 종(鐘)을 닮았구나. “한없이 자신을 낮추고”(「종 이야기」) 또 낮추는 종이여, 그만큼 멀리 퍼지고 또 달아나는 종소리여. 이를 올려다보고 이에 귀를 기울이도록 예서 우릴 붙들어 매어 둔 이는 누구인가. -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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