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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건 모두 아프고 달리아꽃만 붉었다
권기덕
걷는사람 2025.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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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낙화만 보고 온다

위미
영주
문경
물러진다
밀주
재재거리다
죽은 친구가 살던 동천역에 갔다가 외면했던 첫사랑이 떠올라 그냥 지나친 해 질 녘의 풍경
그라시아
6월 32일
몸 속의 봄
회신
겨울 한창
회전 속에서

2부 거기 없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


키링의 시간
저녁달
수목장
마지막 경청
첫사랑
길 잃은 나와 어떤 이름의 여행
저문 뒤에야 찾아온 사람
해후
오르골
우동을 먹다가
구멍에 내리는 비는 미래를 삼킨다
부재의 노래
은풍
접시꽃이 흔들릴 때 잊었던 죽음의 시차
아무렇지 않은 매일매일

3부 사랑하기 위해 만났다가 이별하기 위해 떠난다


예천
모래북
입석
겨울의 판화
물체의 빛
미래의 인사
데칼코마니
화점
무른 감정의 무늬
손으로 둘러싸인 어떤 몸의 교신들
장마
노을이 흐르는 모자
맹그로브

4부 우리는 모두 어떤 울음이 될 테니까


물의 역광
여우비
달콤한 물
유목의 밤
메아리가 돌아오는 시간
떠다니는 냄새
헤엄치는 건반들
겨울 해변의 늪
안동 사람
물결 의자
서우
인도 사람
부레
채도의 부력

해설
유령의 심장 속에 갇힌 너의 이름은
- 김익균(문학평론가)

저자 소개 1

1975년에 태어나 예천과 안동, 대구에서 성장했다. 매 순간 시의 언어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초등 교사로 지내며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2009년 『서정시학』 시 부문 신인상을 받고, 2017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동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P』 『스프링 스프링』, 동시집 『내가 만약 라면이라면』을 냈으며, 제9회 어린이와 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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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7월 11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80g | 125*200*10mm
ISBN13
9791193412992

책 속으로

책을 읽으면 죽은 개가 다시 짖고, 낙엽에서 연둣빛 잎맥이 보인다. 나무들이 둥둥 떠올라 우주인이 된다.

우리의 오해와 사랑은 어떤 시간의 날실과 씨줄에서 만날까? 철조망에 걸어 놓고 가 버린 우산 하나, 개명했던 너의 옛 이름을 부르자 소나기가 쏟아진다. 둥둥 떠다니는 문들, 문을 열면 차오른 달이 빠져나오려 해, 다시 너를 묻고 돌아오는 밤길에 닮은 건 모두 아프고 달리아꽃만 붉었다.
---「밀주」 중에서

운세는 사람과 사람을 동시에 만나 갈대숲에서 길을 잃는다
오늘이 지나가는 골목에서 오늘을 잊어버린다
감정들은 모두 상실된다

젖은 날개로 뛰어든 민물가마우지가 낚아챈 물고기는 부재의 문장이었다

수면에서 없는 사람들을 부르면 달력에 없는 날들이 슬프거나 아팠다
---「6월 32일」 중에서

목마른 개일수록 뛰어내린다, 뛸 수 없다
어느 저승사자는 말했다
회전을 생각하면 너그러울 수 있다
자전과 공전을 함께 잘해야 한다

오래전 내가 보인다
목마를 타는 마음이 목마에서 보이는 풍경과 같지 않다
---「회전 속에서」 중에서

뒤집힌 자동차 아래에서도, 뒤틀린 길 끝에 매달려 있어도 우리의 영혼만은 어떤 문장에 파묻히지 않을 것입니다. 잊고 싶다는 말은 우리가 알던 계절을 다 소비하고 무한으로 바라보는 일, 어쩌면 이야기는 이야기를 곡진히 낳을 것입니다.
---「첫사랑」 중에서

폐에서 물이 차오른다
물을 퍼내야 하는 사람에게는 가슴이 우물만큼 깊다

지옥에서 이미 죽었던 사람들을 다시 마주하면 구멍 난 것을 말하며 아름다울 수 있다

이끼 옆에 있던 모종삽이 활짝 핀 달맞이꽃을 마주한다
퍼낸다는 말은 차오른다는 말보다 희망적이다
---「구멍에 내리는 비는 미래를 삼킨다」 중에서

숲을 빠져나오려면 공중전화 부스를 그려야 해. 공중전화 부스는 물에 녹지 않고 벌레 소리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어. 수화기를 들면 발신음만 흐르는 손끝에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시월의 꽃들이 떨려. 계곡물 위에 종이배를 띄운 당신 기분을 헤아린다. 함께 먹던 헛제삿밥과 식혜가 떠올라 허기가 돌지. 우리가 보낸 숲에는 우기보다 건기가 더 젖지. 이별했던 사람을 다시 이별했지.
---「떠다니는 냄새」 중에서

돌돔은 건반을 삼켰다

건반을 치던 아이가 이곳은 물속이라고 했다

물에 선율이 있다면 무언가를 두드린 손이거나 스스로 부딪혀 내는 몸짓

수족관에서 꺼내어진 돌돔 건반이 칼끝에 벗겨지고 바다를 삼킨 맨살이 접시 위에 떨어진다
뼈만 남은 몸에서 흔드는 리듬

물속에서 음계를 연주하던 아이야,
이름을 부르면 돌돔이 헤엄쳐 다녔다

---「헤엄치는 건반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꿈에서
‘보고 싶다는 말’이
단단한 돌처럼 굳어져
꿈 밖으로 나왔더니
커다란 알이 되었다
알에서 태어난 새는 걷다가,
헤엄치다가
때로는 하늘을 날아다녔다.
이생은 이미 죽은 나의 아름다운 길이었다
2025년 여름
권기덕

추천평

권기덕 시인의 시집 『닮은 건 모두 아프고 달리아꽃만 붉었다』에는 한 사람이 나와요. 두 사람일 수도 세 사람일 수도 백 사람일 수도 있지만, 난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읽었어요. 그 사람은 계속 어딘가로 가요. 혼자 가요. 혼자 갈 수밖에 없는 건 “죽은 소년”(「모래북」)과 함께 걸어가기 때문이죠. 누군가 그와 함께 가려면 죽은 소년이 있어야 해요. 죽은 소년은 의미 있는 누군가일 수도 있고, 잃어버린 자기 자신일 수도 있고, 내밀한 초심이나 순수, 혹은 끝내 도달할 수 없는 세계일 수도 있고, 간직하고 싶은 순간의 무늬일 수도 있어요. 그런 건 너무 섬세하고 개별적이에요. 누구와 같이 간다고 해도 완전한 소통은 불가능해요. 그런데 왜 자꾸 가야 할까요? 더는 남아 있는 자로 남아 있지 않으려고 그럴 거라 짐작해요. 그러나 어딘가로 간다고 해도 죽은 소년을 놓지 않는 한 또다시 남아 있는 자가 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오래전부터 그래 왔고 어쩌면 전생에서부터 그래 왔는지 몰라요. 나도 시를 쓰지만 시인이 뭐 하는 사람인지 몰랐는데, 이 시집을 보니 시인이란 “낙엽에서 연둣빛 잎맥”(「밀주」)을 보는 사람 같으네요. 그리고 시란 “쓸쓸함이 머물 수 있는 작은 벤치”(「그라시아」) 같고요. - 김개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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