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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박상순 「그녀의 입술은 따스하고 당신의 것은 차거든」 외 6편 수상시인 자선작 최정례 「칼과 칸나꽃」외 7편 수상후보작 김경미 「바닷가 절, 불타다」외 김신용 「까치 감옥」외 문인수 「동백 씹는 남자」외 손택수 「초승달 기차」외 엄원태 「애가」외 이정록 「개나리꽃」외 정끝별 「백년 묵은 꽃숭어리」외 역대수상시인 근작시 정현종 「찬미 귀뚜라미」외 오규원 「고요」외 김기택 「껌」외 |
Lee Jeong l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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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처음으로 미국이라는 나라를 가보았다. 석 달간 미국 아이오와 창작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세계 각국의 작가들과 만나, 낯선 언어로 바뀌는 내 시가 그들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지를 보았었다. 아이오와를 떠나던 날, 비행기 창가에 앉아서 어디가 내가 그 동안 남의 나라 말로 떠들며 지내던 곳일까 찾아보았다. 그러나 찾을 수 없었고 대신 들판 위에 드문드문 빛나는 작은 호수들만 볼 수 있었다. 어떤 호수는 햇빛을 반사하여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면서 내가 탄 비행기의 항로를 따라왔다. 그리고는 11월 23일 서울에 도착하던 날 현대문학 측으로부터 내가 현대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전화를 받았다. 혹시 비행기 속에서 비몽사몽간에 쫓아오던 그 다이아몬드 호수들이 변하면서 내가 무슨 몽상 속에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분명 이 상은 게을러진 내게 정신 차리라고 주는 것만 같다. 감사히 받고 겸손하게 엎드려 시 써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시적 순간을 기다린다는 핑계로 게으름을 부리고 있었다. 이젠 시적 순간들을 기다릴 시간이 없다. 그런 순간들을 기다리기 이전에 끈질기게 시의 끈을 놓지 않음으로써 그 순간들이 나를 찾아오게 해야 할 것이다. 철조망에 싹이 나고 잎이 날 때까지, 밤나무에 주렁주렁 수박덩이가 매달릴 때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기로 한다. 아무런 보상이 없더라도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날이 계속되어도 투덜대지 않기로 한다.
나보다 더 빛나는 시를 쓰지만 이상하게 운이 닿지 않아서 번번이 상을 놓치고 마는 동료 선배 시인들을 생각한다. 그들보다 내가 먼저 이렇게 큰 상을 타서 그들의 행운을 가로 챈 거 같아 미안하다. 앞으로 열심히 좋은 시 쓰는 것으로 그들에게 진 빚을 갚아 나가야 할 것이다. --- 수상소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