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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있던 그날, 시금치는 밭에서 아무 근심 없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어요. “맛있게 자라렴.” 하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아저씨랑 아주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면서요. 맛있는 나물이 되어서 밥상 위에 오르는 행복한 꿈을 꾸었지요. 쌀도 그랬어요. 갓 지어 따끈따끈한 밥이 되어 사람들이 맛나게 먹어 줄 날을 기다리며 여물어 가고 있었어요. 젖소도 그랬어요. 영양이 듬뿍 든 우유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풀을 뜯고 있었지요.
그런데 이제 사람들은 시금치도, 쌀도, 우유도 마음 놓고 먹을 수가 없어요. 그날 색깔도 없고 냄새도 없고 모양도 없고 소리도 없는 뭔가가 땅으로 떨어지면서 세상이 온통 병들어 버렸거든요. 아저씨와 아줌마도 울고, 땅도 울고, 하늘도 울고, 바다도 울고, 나무도 울고, 꽃도 울고, 동물들도 울어요. 답답하고 슬프고 괴로워서 다 같이 눈물을 흘리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가슴속에 살며시 꿈을 품어 보아요. 다정하게 말을 건네주던 아저씨와 아줌마를 떠올리면서, 사람들이 마음 놓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면서, 사람들이 다 같이 웃는 세상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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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으로부터 안전한 세상을 꿈꾸며!
인류가 맞닥뜨린 원전 사고가 이것이 처음은 아니에요. 30년 전에도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한 적이 있어요. 바로 옛 소련 지역에 있는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요. 《시금치가 울고 있어요》를 쓴 작가이자 의사인 마카타 미노루는 체르노빌의 원전 사고 지역에 사는 어린이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수십 년간 자원봉사 활동을 해 왔어요. 그런데 자기 나라에서 똑같은 사고가 일어나자 엄청난 충격에 빠졌지요. 그래서 그 당시 그곳에서 평화롭게 자라고 있던 시금치의 목소리를 빌려서 그 슬픔과 억울함을 헤아려 보려 했어요. 그때 그곳에 있던 시금치가 되어서 곰곰 생각해 보았어요. 얼마나 슬펐을까요, 얼마나 억울했을까요? 우리 모두가 맛있게 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을 텐데……. 시금치의 슬픈 심정을 상상하고 나자, 이번에는 그 시금치를 키워 낸 땅이 떠올랐어요. 얼마나 속상했을까요? 그 땅도 모두 오염되었으니까요. 그 땅에는 파릇파릇한 풀이 자라고 있었어요. 그 풀도 당연히 오염되었지요. 그 풀을 뜯어먹은 소도 오염되었고요. 그 소가 만든 우유도 오염되었답니다. 그리고 작가는 글 말미에 이렇게 덧붙이지지요.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지구상의 모든 아이들을 지키고 싶어서, 우리 아이들을 위해 깨끗하고 아름다운 지구를 남기고 싶어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꼭 지켜 주고 싶어서 이 글을 썼노라고 고백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기 위하여! 《시금치가 울고 있어요》는 원전에 대해 자극적인 구호를 남발하며 무조건적으로 비판하고 있지 않아요. 그 땅에서 자라고 있던 식물과 동물의 입장을 내세워서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차분하게 경고하고 있어요. 원전 사고가 불러일으킨 심각한 상황을 우리의 식탁으로 끌어내어 자연스레 온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준답니다. 그리고 파릇파릇하게 잘 자란 시금치와 병들어 까맣게 변한 시금치, 뽀얀 쌀밥처럼 빛깔 고운 쌀과 갈색으로 거뭇거뭇해진 쌀, 새파란 초원 위의 젖소와 까만 어둠에 휩싸인 젖소 등, 원전 사고 이후 극명하게 달라진 상황을 대비시켜 그 위기를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요. 그래서 그 어떤 긴 설명보다 깊은 울림을 남긴답니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가슴 뭉클한 아픔이 느껴집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속 깊이 기원하게 되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