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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와 서재로 들어가네. 문 앞에서 진흙이며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옷을 벗고 궁정에서 입는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는다네. 옛 현인들의 궁정에 들어가기에 앞서 격에 맞는 복장을 차려입는 셈이랄까. 그곳에서 나는 옛 현인들의 환대를 받으며 풍요로운 양식을 맛본다네. 그 양식은 오직 나만을 위한 것이며, 내가 태어난 것은 바로 그 양식을 섭취하기 위해서지. 나는 옛 현인들과 대화하며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주저 없이 묻는다네. 그러면 그들은 내게 친절하게 대답해 주지. 우리의 이야기는 네 시간이나 계속되네. 하나도 지루하지 않아. 그동안 나는 온갖 근심 걱정을 잊네. 나의 빈곤함도, 죽음도 두렵지 않네. 옛 현인들에게 나 자신을 온전히 맡기는 시간이라네…
--- p. 34~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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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 “사실 너그러움만큼 자기 소모적인 것은 없다네.”(제16장) 적지 않은 군주가 백성에게 너그럽다는 평판을 듣기 위해 애를 쓰곤 하지. 하지만 과연 현명한 일일까? 너그럽다는 말을 들으려면 엄청난 돈을 써서 백성의 환심을 사야 하는데, 허세를 부리다가는 얼마 못 가 대부분 파산하고 만다네. 아무리 부유해도 수많은 백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고, 늘어나는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결국 백성에게 짐을 지울 수밖에 없지. 그러면 어찌 되겠나? 백성의 호평은 순식간에 증오로 바뀌겠지. 너그럽다는 평판에 매달리기보다는 차라리 인색하다는 말을 들을지언정 재원을 절약해 유사시에 대비하는 편이 훨씬 낫단 말일세!
루이지: 너그럽게 처신하는 것이 그런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니! 저는 세상이 뒤집히는 것 같아 어지럽기까지 합니다. 마키아벨리: 세상이야 뒤집히겠나? 단지 자네 생각을 한번 뒤집어 보라는 것이지. --- p. 99~1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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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변화를 두려워하고 싫어한다.’
‘가혹 행위는 일시에 행해져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가혹 행위를 덜 인식하고 분노를 덜 느낀다. 반면 은혜는 야금야금 나누어 주어야 한다. 그래야 그 맛을 더 잘 음미할 수 있다.’ ‘거지는 늘 동전 한 닢씩 보태 주는 동네 아낙보다 우연히 길에서 마주쳐 따뜻한 눈길을 보내 준 공주님께 더 감읍한다.’ ‘인간은 아버지의 죽음보다 자기의 재산을 빼앗긴 것을 더 못 잊는 법이다.’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현실은 냉정하다. ‘그래, 삶이란 원래 냉정한 것이지 마키아벨리의 말이 맞아.’ 하며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마음 한편에서 완전히 사그라지지 못하고 고개를 드는 한 가닥의 미련을 떨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인간이 그럴까…?’ 하는 생각 말이다. 그렇다. 500년이 지나도록 마키아벨리와 <군주론>에 대한 상반된 평가와 논란이 종식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냉정한 현실을 직시할 것인가 선한 인간의 본성을 믿을 것인가? 이 질문은 어쩌면 인간의 언어는 유전이냐 교육이냐 하는 질문 등과 마찬가지로 인류의 역사와 수명을 같이 하는 질문일 것이다. 그리고 으레 그런 질문들이 그렇듯이, 해답은 각자의 마음 속, 시간과 장소의 상황 속에 있다. 나의 삶의 지표를 무엇으로 삼고 순간순간의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마키아벨리는 단지 우리에게, 인간과 삶의 조금 더 다양한 면을 보여 줄 뿐이다. 마키아벨리의 사상을 진정으로 계승하는 길은 어쩌면 그를 버리는 길에 있다는 필자의 마지막 말을 떠올려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