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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미스터 디킨스

헬로, 미스터 디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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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2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402g | 145*210*20mm
ISBN13 9788993166576
ISBN10 8993166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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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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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 지명을 입에 올리자마자 최는 ‘부채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 일이 있었을 때 그들은 고작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하지만 희생자 중에는 그들보다 서너 살 많은 학생도 끼어 있었다. 김은 ‘따돌림’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호남선이 이 도시를 살짝 비켜 개통되는 바람에 이 도시는 한동안 우리나라의 경제 중심권에서 떨어져 있어야 했다. “넌?” 최와 김이 동시에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는 담벼락에 널려 있던 요가 떠올랐다. 커다란 요 곳곳이 크고 작은 오줌 얼룩투성이였다. --- pp.9-10

밤에 대도시에 갈 때면, 어둠 속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집마다 비밀을 간직하고 있으리라는 엄숙한 생각이 든다. 그뿐인가. 집 안의 방마다 비밀이 있으며, 그 방에 살고 있는 수천 수백 명의 가슴 속에서 고동치는 심장은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도 상상하지 못할 비밀을 품고 있다. 창문 하나에 비밀 하나씩이 숨어 있다. 어쩌면 기민지가 저 수많은 창문 중 하나에 있을지 모른다고, 장우영은 생각했다. 그렇다면 기민지를 찾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까. --- p.56

“승객은 여덟이에요, 이 우주선. 그러니까 이 디스크 하나하나가 승객이라는 거죠.”
“그 말은, 도시 하나하나가 그냥 배경이나 공간이 아니라 인격체라는……?”
“그렇죠. 그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은 부속물로 취급돼요. 일종의 혈액 같은. 디스크의 생존에 꼭 필요한 소형 생태계로서만 존중받는 거죠. 물론 소모품으로 다루는 일은 없지만, 주도적 인격체로 간주되지는 않아요.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디스크거든요.” --- p.87

바로 머리 위에 수도원이 있었다. 계단이 끝나고 절벽에 완만한 경사의 오르막이 계속되었다. 그는 씩씩하게 발걸음을 떼었다. 난간이 없어서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수백 미터 낭떠러지로 떨어질 것이 뻔했다.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조심조심 발에 힘을 주었다. 계단을 오를 때와는 달리 보지 않으려 해도 절벽 밑 어마어마한 풍광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그는 자기가 왜 수도원에 오르려 했는지를 잊고 있었다. 그럴 겨를이 없었고, 그것은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 pp.165-166

남자는 씻은 쌀과 적당한 물을 밥솥에 넣고 취사 버튼을 누르고 나는 여전히 이불을 덮은 채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뭐가 더 있을까 생각하고 있다. 네가 밥을 한다면 나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게. 식탁에 앉아 밥을 입에 넣을 때까지 계속 계속 이야기를 쉬지 않을게. 나는 그런 마음으로 어젯밤 꿈 이야기를 했다. 어젯밤 꿈에 우주는 유니버스는 지구 같았고 그보다는 대도시 같았다. 그것에 대한 가치 평가는 밥을 짓지 않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하면 된다. --- pp.177-178

소년의 몸은 어딘가 부족해 보였다. 사지가 멀쩡히 달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년이 흐느적거리며 웃을 때마다 중요한 신체 부위가 빠진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소년의 몸에선 비린내가 풍겼다. 정확히 소년의 몸 어디서 냄새가 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소년이 움직일 때마다 비린내가 풍긴다는 사실이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집 안에서. 아내는 소년의 몸에서 풍기는 냄새를 참지 못하고 멀찍이 떨어져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 p.194

나는 화로 뚜껑을 열어보았다. 텅 비어 있을 줄 알았는데 나무 장작이 가득 들어 있었다. 나는 화로에 두 손바닥을 올려놓았다. 손바닥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언니도 손바닥을 펼쳐 난로를 쬐는 시늉을 했다. 나는 언니 손을 잡았다. 손은 차가웠다. 언니, 위층에는 아무도 살지 않아. 나는 속으로 그렇게 말했다. 어쩌면 언니 말대로 화로 귀신들이 정말로 있어서 가끔 언니에게 장난을 치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보았다. “언니, 여기에 불은 지르지 마.” 나는 말했다. “내가 미쳤니!” 언니가 말했다. --- p.232

스크루지 영감은 내 동작 하나하나를 호기심 반 의구심 반의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그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유령을 포획하는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말리 씨의 유령이 나타나면 절 의식하지 말고 작년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세요.”
“전혀 자연스럽지 않았소.”
“아무튼 유령의 주의를 끌도록 하세요. 그럼 제가 기회를 엿보다가 뒤에서 이 채찍으로 포박할 겁니다.” --- pp.249-250

“감방은 어둡다. 감방 바깥은 더 어둡다. 감옥의 밤이다. 사형수의 밤이다. 오른쪽으로 돌면 운동장, 왼쪽으로 돌면 교수대가 기다리는 밤이다. 날은 언제 밝아올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크리스마스이브의 밤, 날이 밝으면 크리스마스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시계가 없어도, 시계가 걸린 꿈이 없어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 p.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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